[세상속으로]내 아이! 네 아이? 우리 아이

  • 오피니언
  • 세상속으로

[세상속으로]내 아이! 네 아이? 우리 아이

  • 승인 2024-05-13 16:55
  • 신문게재 2024-05-14 18면
  • 이상문 기자이상문 기자
남궁선혜 대전보건대학교 교수(부속유치원장)
남궁선혜 대전보건대 교수(부속유치원장)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참으로 신박한 단어가 있다. 그것은 바로 '내로남불'. 이 단어의 뜻은 남이 하면 불륜이요, 내가 하면 로멘스로 정의하는 것으로, 내가 어느 입장에 있는가에 따라 특정 상황에 대해 그 해석을 완전히 다르게 하는 황당한 모멘트를 표현할 때 적절하게 사용될 수 있는 명쾌한 단어이다. 불륜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하면 로맨스가 되다니, 답정너도 이런 답정너가 없으며 억지도 이런 억지가 없다.

이러한 '내로남불' 은 자녀를 둘러싼 갈등 상황에서 매우 잘 드러난다. 예전에 한 드라마에서 보여줬던 에피소드가 있다. 결혼을 하여 중학생 자식도 있는 두 남녀가 있었다. 각자 배우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두 남녀는 서로의 배우자에게 없는 부분을 상대방이 갖고 있다는 것에 매력을 느끼며 소위 불륜관계가 되었다. 어느 날 두 남녀는 담임선생님의 호출을 받고 학교를 가게 된다. 학교로 소환된 이유는 아이들간의 다툼을 원만하게 해결하기 위한 학부모 소환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일로 학교에서 갑작스럽게 마주친 두 남녀는 각자 자신의 자녀 문제를 놓고 어떻게 반응하였을까? 불륜관계였던 두 남녀는 서로 '내로남불' 논리에 빠져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면서 각자 자신의 자녀는 전혀 잘못이 없음을 주장하였고 이렇게 주장하는 과정을 통해 불륜관계에 있던 두 남녀는 서로의 민낯을 보았다며 상대방의 비인격적 모습에 실망하게 되었다. 자신들의 불륜을 운명적인 로맨스로 바라보던 두 남녀 주인공은 순식간에 원수가 되었다. 당시 그 드라마를 보면서 설정이 매우 코믹 하기도 하였지만 불륜을 이긴 모정과 부정 리얼리티가 잘 묘사되었다는 생각에 드라마를 재미있게 보았던 기억이 있다.

불륜관계도 이길 수 있는 내 아이에 대한 맹목적인 마음과 심리는 네 아이를 무조건적으로 거부할 수 있는 잘못된 명분을 주기에 충분하다. '내 아이'는 절대로 그럴 리가 없고 언제나 순수하고 나쁜 의도도 없다. 그러나 '네 아이'는 그럴 수 있는 이유가 수만 가지가 되어 '문제아'이고 순수하지도 않고 나쁜 의도가 다분히 있다는 대전제가 있다. 이렇게 내 아이와 네 아이를 구분한다면 갈등이 일어났을 경우 해결할 방법이 없고 결국 아이만 상처를 입게 된다. 특히 유아기를 둔 부모님들은 이러한 경향이 조금 더 짙을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직 우리 아이는 어리고 갈등 상황 시 자신의 의사 표현이 서툴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부모님의 보호 본능은 과도화 되기 쉽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 아이들 간에 일어나는 갈등 때문에 종종 학부모들은 내 아이와 갈등이 있었던 특정 아이와 분리를 시켜서 우리 아이가 더 이상 피해를 보지 않게 해달라는 요구를 한다. 그리고 초등학교급 이상에서 발생하는 학교폭력 사항이 아닌가 하는 불안증을 호소하기도 한다. 아이 간의 갈등이 잦고 의도성이 있는 위협 등이 존재한다면 부모님의 요구가 없어도 담임선생님은 당연히 더 이상의 갈등 상황이 일어나지 않을 수 있는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 아이들간의 안전을 확보한다. 그리고 이것은 매우 당연한 조치이며 해당 학부모에게도 이러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에 대한 설명이나 이유를 충분히 안내한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깊이 생각해 볼 것이 있다. 유아기 발달 특성이다. 3세~5세에 이르는 유아기 발달 특성상 상대방을 해하고자 하는 의도를 가지고 반복적으로 괴롭힘을 주겠다고 생각할 수 있는 사고는 아직 형성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갖고 싶은 것을 갖고 싶어서 장난감을 뺏거나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친구를 힘으로 밀쳐 내는 등의 유아기적 공격성은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공격성이 나타날 때 적합한 지도방법은 유아의 발달 특징을 고려함과 함과 동시에 또래 관계 안에서 인과관계적으로 경험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내 아이든, 네 아이든 모두 우리 모두의 소중한 아이들이다. 모든 아이들은 형평성 있게 그리고 공정하게 보호받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갑천 야경즐기며 워킹' 대전달빛걷기대회 5월 10일 개막
  2. 수도 서울의 높은 벽...'세종시=행정수도' 골든타임 놓치나
  3. 충남 미래신산업 국가산단 윤곽… "환황해권 수소에너지 메카로"
  4. 이상철 항우연 원장 "한화에어로 지재권 갈등 원만하게 협의"
  5.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1. 충청권 학생 10명 중 3명이 '비만'… 세종 비만도 전국서 가장 낮아
  2. 대학 10곳중 7곳 올해 등록금 올려... 평균 710만원·의학계열 1016만원 ↑
  3.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4. [춘하추동]삶이 힘든 사람들을 위하여
  5. 2025 세종 한우축제 개최...맛과 가격, 영양 모두 잡는다

헤드라인 뉴스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이제는 작업복만 봐도 이 사람의 삶을 알 수 있어요." 28일 오전 9시께 매일 고된 노동의 흔적을 깨끗이 없애주는 세탁소. 커다란 세탁기 3대가 쉴 틈 없이 돌아가고 노동자 작업복 100여 벌이 세탁기 안에서 시원하게 묵은 때를 씻어낼 때, 세탁소 근로자 고모(53)씨는 이같이 말했다. 이곳은 대전 대덕구 대화동에서 4년째 운영 중인 노동자 작업복 전문 세탁소 '덕구클리닝'. 대덕산업단지 공장 근로자 등 생산·기술직 노동자들이 이용하는 곳으로 일반 세탁으로는 지우기 힘든 기름, 분진 등으로 때가 탄 작업복을 대상으로 세탁한다...

`운명의 9연전`…한화이글스 선두권 경쟁 돌입
'운명의 9연전'…한화이글스 선두권 경쟁 돌입

올 시즌 절정의 기량을 선보이는 프로야구 한화이글스가 9연전을 통해 리그 선두권 경쟁에 돌입한다. 한국프로야구 10개 구단은 29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휴식 없는 9연전'을 펼친다. KBO리그는 통상적으로 잔여 경기 편성 기간 전에는 월요일에 경기를 치르지 않지만, 5월 5일 어린이날에는 프로야구 5경기가 편성했다. 휴식일로 예정된 건 사흘 후인 8일이다. 9연전에서 가장 주목하는 경기는 29일부터 5월 1일까지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리는 LG 트윈스와 승부다. 리그 1위와 3위의 맞대결인 만큼, 순위표 상단이 한순간에 뒤바..

학교서 흉기 난동 "학생·학부모 불안"…교원단체 "재발방지 대책"
학교서 흉기 난동 "학생·학부모 불안"…교원단체 "재발방지 대책"

학생이 교직원과 시민을 상대로 흉기 난동을 부리고, 교사가 어린 학생을 살해하는 끔찍한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학생·학부모는 물론 교사들까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경찰과 충북교육청에 따르면 28일 오전 8시 33분쯤 청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특수교육대상 2학년 A(18) 군이 교장을 비롯한 교직원 4명과 행인 2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A 군을 포함한 모두 7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경계성 지능을 가진 이 학생은 특수교육 대상이지만, 학부모 요구로 일반학급에서 공부해 왔다. 가해 학생은 사건 당일 평소보다 일찍 학교에 도착해 특..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2025 유성온천 문화축제 5월 2일 개막 2025 유성온천 문화축제 5월 2일 개막

  • 오색 연등에 비는 소원 오색 연등에 비는 소원

  • ‘꼭 일하고 싶습니다’ ‘꼭 일하고 싶습니다’

  •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