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우리도 이재민인데 농가 복구는 안 도와줘요"

  • 사회/교육
  • 사건/사고

[현장] "우리도 이재민인데 농가 복구는 안 도와줘요"

2일 오후 방문한 대전 정뱅이마을 비닐하우스 농가 '이중고'
수해 입은 지 20일 지났지만, 지원 손길 없어 피해상황 그대로

  • 승인 2024-08-04 16:56
  • 수정 2024-08-04 17:00
  • 신문게재 2024-08-05 6면
  • 정바름 기자정바름 기자
KakaoTalk_20240804_133540895
2일 대전정뱅이마을 수해 피해를 입은 김환수 씨 비닐하우스 내부 모습 (사진=정바름 기자)
"수해 입은 지 한 달이 다 되어가는데, 쓰레기도 계속 나오고 있고 비닐하우스 철거도 해야 하지만 손을 댈 수가 없어요…. 먹고 살려면 빨리 복구가 돼서 농작물을 심어야 하는데, 아무것도 안 되고 있으니 걱정이에요."

대전 정뱅이마을에서 농가를 운영 중인 전업 농업인 김환수(67) 씨는 7월 폭우로 비닐하우스 8동 중 6동이 무너져내렸다.

2일 오후 1시께 찾은 김 씨의 비닐하우스는 수해를 입은 지 20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폐허 상태였다. 김 씨는 오이 수확을 하던 중 침수 피해를 입었고 한해 농사를 망쳤다. 문제는 더딘 복구다. 무너져 내린 비닐하우스는 철거가 안 된 채 그대로 남아있었다. 내부에는 물에 잠기고 토사에 뒤덮여 죽은 오이밭과 쓰레기, 고장 난 기계·집기류 등이 나뒹구는 모습이었다.

김 씨 부부가 농사일 때문에 평소 생활하는 비닐하우스 숙소는 여전히 진흙밭이었다. 비닐하우스 바깥은 못쓰게 된 가재도구 등 쓰레기들이 산처럼 쌓여있었다.

KakaoTalk_20240804_133540895_01
2일 대전정뱅이마을 비닐하우스 앞에 수해폐기물들이 쌓여 있는 모습 (사진=정바름 기자)
그동안 마을 주택가는 자원봉사자들이 투입돼 수해폐기물 청소, 전기공사 등 일부 지원이 이뤄졌지만, 농작물과 비닐하우스는 복구 지원이 거의 없어 방치 상태나 다름없는 더 열악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구청에 따르면, 농경지와 비닐하우스 복구는 개인 자체 복구가 원칙이기 때문이다.

김 씨가 급한 대로 아내와 정리를 해보려 하지만, 무너진 비닐하우스 안에서는 청소하는 거부터 쉽지가 않아 보였다. 엎친 데 덮친 격 장마가 끝난 후에 폭염까지 기승을 부리며 최근 마을을 찾아오던 자원봉사자들의 손길도 뜸해진 상태다.

김 씨는 "우리뿐만 아니라 지금 마을 대부분의 농가에서 쓰레기나 폐기물 정리를 못하는 상황이라 문제"라며 "최근 구청에서 주민등록 주소상 정뱅이마을이 거주지가 아닌 이들은 마을대피소인 기성동복지관에서 퇴거하라고 했지만, 지금 당장 생활할 곳도 마땅치 않다"고 토로했다.

KakaoTalk_20240804_133540895_02
2일 대전정뱅이마을에 수해로 무너진 비닐하우스 모습. (사진=정바름 기자)
다른 농가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정뱅이마을에서 오이 비닐하우스 농가를 운영 중인 이순자(70) 씨도 남편과 함께 폐기물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폭염 경보에 이날 체감온도는 35도. 타는 듯한 더위지만, 생계 때문에 복구를 더는 늦출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 씨는 "관리자들한테 자원봉사자들이 오면 우리도 도와달라고 요청을 했지만, 더운 날씨 때문인지 비닐하우스 농가는 지원을 거의 해주지 않았다"며 "물과 전기도 오늘 처음 쓰는 거다. 다른 주택들은 일찌감치 전기가 다 들어왔는데, 우리는 알아서 전기를 끌어다 쓰라고 해서 전업사까지 불렀다"고 설명했다.

이에 서구청 관계자는 "일단은 농경지와 비닐하우스는 개인 자체 복구가 기본 원칙이지만, 농가별로 민원들이 있어 별도로 논의해 지원할 계획"이라며 "다만 폭염 경보가 계속 이어지고 있어 자원봉사자 투입이 어려워 기상 상황에 맞춰서 방안을 찾아야 할 거 같다. 현재 수해폐기물도 너무 많아 처리에 수억씩 들어가는 상황이라 정부 지원이 가능할지 환경부와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바름 기자 niya15@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빵축제 내년에는 원도심서 연다…시민참여형 축제로
  2. 대전역세권 개발 또 원점… 메가충청스퀘어가 공공기관 부지 공백 메우나
  3. "아산시, 국화로 물들다", '제26회 아산시 국화전시회 개최'
  4. 국감 종반전 충청 정치권 중앙행정기관 세종行 이슈파이팅 시급
  5. 사라진 일제 대전비행장… 도솔산·남선공원에 지하시설 남아 있을까
  1. [2026 경제세미나] "AI 시대, 대전만의 차별화와 국가반도체연구소 설립 필요"
  2. [주말사건사고] 대전서 주택·차량 화재 잇따라…충남선 교통·물놀이 사고로 2명 숨져
  3. [사설] 반도체연구소 대전 설립보다 나은 대안 없다
  4. [사설] '부천 소방관 순직' 화재 현장 잇단 참사
  5. 대한민국 최초의 대한민국노장가요경연대회 성료

헤드라인 뉴스


결혼비용 공개해도 추가금 여전… 공공 스드메가 해법일까

결혼비용 공개해도 추가금 여전… 공공 스드메가 해법일까

#. 지난 8월 결혼식을 올린 30대 박모 씨에게 예식 준비는 선택보다 확인의 연속이었다. 대전과 경기지역 예식장을 비교했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가격은 쉽게 알 수 없었다. 비용을 확인하려면 상담 예약을 잡고 직접 찾아가야 했고, 제휴 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스드메) 상품도 세부 조건을 따져볼수록 예상 금액이 늘어났다. 그렇다고 공공예식장으로 눈을 돌릴 생각은 없었다. 박 씨는 "평생 한 번뿐인 결혼식을 원하는 방식으로 치르고 싶은 마음도 존중받아야 하지 않느냐"며 "가격을 투명하게 알려주는 게 먼저지, 저렴한 곳을 찾아가라는 게..

취업 준비에만 月 58만 원… 구직청년 10명 중 7명 "비용부담"
취업 준비에만 月 58만 원… 구직청년 10명 중 7명 "비용부담"

구직 청년들이 취업 준비에 매달 평균 58만 원을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주거비를 제외한 금액으로, 청년 10명 중 7명이 취업 준비 비용에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19일 이 같은 내용의 '구직 청년 취업 준비비용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들이 최근 3개월간 취업 준비에 쓴 월평균 비용은 약 58만 원으로 집계됐다. 자격증·어학시험 응시료와 학원·온라인 강의 수강료, 교재비, 면접 준비비, 교통비 등이 포함된 금액이다. 부모나 가족이 대신 지불한 비용도 포함됐으며 주거비는 제외됐다. 취업..

충남경찰, `23조 원 규모` 불법 도박사이트 개설 조직 일망타진…77명 검거
충남경찰, '23조 원 규모' 불법 도박사이트 개설 조직 일망타진…77명 검거

충남경찰청이 베트남과 캄보디아 등 동남아 일대에 거점을 두고 23조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이 오가는 도박공간을 개설·유통한 최상위 범죄조직을 일망타진했다. 경찰은 이번 수사를 통해 이들이 개설·분양한 하부 도박사이트들의 운영을 즉각 중단시키고, 국외로 도피한 피의자들에 대해서도 국제 공조를 통한 추가 검거에 나설 방침이다. 경찰은 19일 충남청 프레스센터에서 언론브리핑을 열고 2023년 3월부터 올해 7월까지 도박사이트 188개를 제작·분양한 최상위 조직 25명과 도박사이트 운영 조직 33명, 도박자 19명 등 77명을 검거했다고..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덕대교 부분 통제 첫 날…차로 통제에 병목현상 대덕대교 부분 통제 첫 날…차로 통제에 병목현상

  • 2026년 육군본부 국정감사 2026년 육군본부 국정감사

  • 19일부터 대덕대교 부분 통제…왕복 10개 차로 중 5개 차선 통제 19일부터 대덕대교 부분 통제…왕복 10개 차로 중 5개 차선 통제

  • 한화이글스 류지현 감독 취임 한화이글스 류지현 감독 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