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불안감

  • 오피니언
  • 편집국에서

[편집국에서] 불안감

정바름 사회과학부 기자

  • 승인 2024-08-27 17:12
  • 신문게재 2024-08-28 18면
  • 정바름 기자정바름 기자
정바름
정바름 기자
걸어 다니기 무서운 요즘이다. 차도가 아닌 사람이 다니는 인도에 있어도 주변을 주의 깊게 살피는 버릇이 생겼다. 안전하다는 생각보단 언제 어디서 어떤 사고가 나를 덮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최근 대전에서는 음주운전 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지난 13일에는 유성구 봉명동의 한 네거리에서 20대 보행자가 보행 신호에 횡단 보도를 건너던 중 음주운전 차량에 치어 숨진 사고가 있었다. 가해 차량은 빠른 속도로 달려와 사람을 치고도 인근 가로등과 주차된 버스를 들이 받았다. 차량 탑승자 3명 모두 운전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해 경찰이 운전자 특정을 위한 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앞 좌석에 탔던 2명은 사고 직후 경찰의 음주측정에서 면허취소 수치가 나왔다.

사고 지점 사진을 보니 왠지 낯이 익었는데, 내가 살고 있는 동네였다. 그날 사고가 일어나기 몇 시간 전, 나도 버스에서 내려 그 횡단 보도를 건넜다.

지난 23일 관평동에서는 20대 음주 운전자가 차를 끌고 인도로 돌진해 현재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불과 1년 전 서구 둔산동 일대에선 가장 안전해야 할 어린이보호구역을 지나던 9살 초등학생이 만취 운전 차량에 치어 목숨을 잃기도 했다.



윤창호 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음주운전 사고는 여전하다. 꼼수를 부려 법망을 피해가려는 음주 운전자들은 늘고 있다. 사고를 낸 후 음주측정을 피하기 위해 도주하거나, 의도적으로 술을 마셔 음주측정에 혼선을 주는 행동이다. 오죽하면, 요즘 온라인상에선 지난 김호중 사건 이후 수법을 똑같이 따라 하는 음주 운전자들을 보며 "'김호중 챌린지'를 하느냐"고 비아냥거릴 정도다.

현행법상 사고 직후 음주측정이 이뤄지지 않고 시간이 지나 체내에서 알코올 성분이 사라졌다면 음주운전 혐의를 적용하기 어렵다. 이점을 이용해 도주하는 운전자들이 있어 혈중알코올농도를 역추산하는 위드마크 음주측정 공식을 사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계산을 통한 추정치이다 보니 기소 단계에서 핵심 증거로 인정되지 않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최근에는 마지막 운전 시간으로부터 186분이 지나 측정한 혈중알코올농도를 법정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와 검찰이 상고장을 제출하기도 했다.

꼼수를 부리는 운전자들이 더는 늘어나지 않도록 법적 사각지대를 없애고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동시에 음주운전을 경시하는 분위기도 여전히 남아있다. "집 앞이니 괜찮겠지", "몇 잔 안 마셨으니 괜찮지"라는생각에 운전대를 잡는 일은 없길 바란다. 사법기관 역시 음주 운전자에 대해 보다 더 엄중한 태도를 보이길 바란다.

/정바름 사회과학부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최초 프리미엄 현대건설 'THE H' 아파트…장대B구역에 들어선다
  2. 초등생 39명 태운 버스 추돌한 신호위반 차량에 9명 경상
  3. 검찰, 아동매매 혐의 30대 부부와 50대 여성 징역형 구형
  4. 대전대 LINC3.0 사업단 "RISE사업 성공을 위하여" 참여학과 워크숍 개최
  5. 대전교육청 추석 명절 맞아 학교 등 186개 주차장 무료 개방
  1. 천안아산범방, 추석명절 복지시설 방문으로 이웃사랑 실천
  2. 목원대 '2024년 찾아가는 학교 컨설팅' 운영기관으로 선정
  3. KT, 아이폰 16 라인업 사전예약 진행
  4. 올 가을, 가장 인기 끌 골프클럽은?
  5. 양동훈 대전국세청장, 차질 없는 국세행정 주문

헤드라인 뉴스


"듣기 너무 괴로워"… 명절 `잔소리 메뉴판` 톱3는 무엇?

"듣기 너무 괴로워"… 명절 '잔소리 메뉴판' 톱3는 무엇?

대한민국 국민이면 피할 수 없는 '명절'. 오랜만에 친척들과 만나 반갑고 즐거워야 할 추석 명절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스트레스와 갈등으로 괴로운 날 중 하나다. 실제 이달 초 한 업체가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성인남녀의 35.8%가 "추석이 오히려 스트레스"라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가장 큰 스트레스 요인으로 '가족 및 친척들의 참견이나 간섭'을 꼽았다.(에듀윌 20~40대 성인남녀 625명 설문조사) 명절 때 친척어른들의 듣기 싫은 참견과 폭풍 잔소리를 피해 아예 고향 방문 자체를 꺼리는 경우도 상당하다. 온라인 상에..

`고공행진` 대전 아파트 3.3㎡(1평)당 분양가 1759만원
'고공행진' 대전 아파트 3.3㎡(1평)당 분양가 1759만원

대전 아파트 분양가격이 고공행진 하면서 무주택 서민들의 '내 집 마련' 꿈이 더욱 멀어지고 있다. 최근 5년간 대전의 민간아파트 평균 분양가격이 35% 넘게 올랐기 때문이다. 건설사들이 연일 치솟는 원자잿값과 인건비,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공사비 부담을 실수요자에게 고스란히 전가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4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민간 아파트 분양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 대전 아파트 3.3㎡(1평)당 평균 분양가는 1759만2000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0년 1105만 1000원 대비 37.18%(5..

2024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 세종시에 어떻게 구현?
2024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 세종시에 어떻게 구현?

(재)세종테크노파크(원장 양현봉)가 '2024 AI기반 디지털헬스케어 서비스 실증사업 착수 보고회 및 기술교류 네트워크'를 진행했다. 2024년 9월 6일 부여 롯데리조트에서 세종시 경제산업국과 (재)세종테크노파크, ㈜딥메디, ㈜디시에이, ㈜뷰노, ㈜위니드소프트, 세종충남대병원 노재형 교수 외 헬스케어 연구진 등의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참가자들은 기술교류 네트워크 시간을 통해 최신 AI 헬스케어 동향을 공유하고,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등 활발한 교류 활동을 펼쳤다. AI기반 디지털헬스케어서비스 실증사업은 과기정통부 '스마..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추석 연휴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와 버스전용차로 시행 추석 연휴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와 버스전용차로 시행

  • ‘추석 연휴에도 진료합니다’…대전 5개 보건소 순차적 비상진료 ‘추석 연휴에도 진료합니다’…대전 5개 보건소 순차적 비상진료

  • ‘풍성하고 넉넉한 한가위 되세요’ ‘풍성하고 넉넉한 한가위 되세요’

  • 재난 대응 ‘이렇게’…대전 중구청 구민안전교육 재난 대응 ‘이렇게’…대전 중구청 구민안전교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