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큰 바위 얼굴'과 사표

  • 오피니언
  • 여론광장

[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큰 바위 얼굴'과 사표

양동길/시인, 수필가

  • 승인 2024-09-20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충북 음성군 생극면에 있는 '큰바위얼굴테마파크'에 들린 일이 있다. 사회 각계에 걸쳐 명성이 자자한 역사 및 현대 인물의 조각상이 나그네를 반긴다. 17만평의 규모와 수많은 인물 조각이 놀랍다. 선정에도 많은 조사연구가 있었겠지만, 조각 하나하나에도 심혈을 기울였음이 느껴진다. 입구에 위인, 지식, 역사, 세계, 한국을 알게 한다고 쓰여 있음과 다르지 않다.

필자가 왈가왈부 할 일은 아니지만, 몇 가지 아쉬움이 있다. 수량이 많다고 지식이 커지는 것은 아니다. 인물이 새롭게 기억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알았던 기억소환으로 끝났던 것 같다. 원형과 같은 감동이 없다. 테마별로 정리되어있긴 하나, 이미지가 선명하게 와 닿지 않는다. 우리는 다름에 환호하고 선망한다. 스토리에 더 감동하고 깊이 새기며 오래도록 기억한다.



<자유의 여신상> <할리우드 간판>과 함께 미국의 랜드마크로 꼽히는 <러시모어 산 국립기념지(Mount Rushmore National Memorial)>가 있다. 사우스다코타 주 페닝턴 카운티에 있는 바위산, 러시모어 봉우리마다 각기 다른 인물상이 조각되어있다. 1927년 착공하여 1941년 완공하였는데, 네 사람의 대통령 두상이 새겨져 있다. 바라보기에 좌로부터, 조지 워싱턴은 미국의 초대 대통령이다. 독립전쟁 승전, 미합중국 건국으로 미국 건국의 주인공이다. 둘째로 토머스 제퍼슨 3대 대통령이다. 미국 독립선언문 작성, 루이지애나 매입 등 미국 성장을 주도했다. 시어도어 루스벨트 26대 대통령은 파나마운하 건설 추진, 혁신주의 운동 주도로 미국 발전을 이끌었다. 에이브러햄 링컨은 16대 대통령으로, 노예해방, 남북전쟁 종식 등 미국 보존의 상징이다. 건국, 성장, 발전, 보존의 상징 인물로 선정한 것이다.

사우스다코타 주가 관광 활성화 차원에서 제작했지만, 미국의 상징이 될 정도로 유명하다. 뿐만 아니라 모든 미국인에게는 긍지와 사표의 대상일 것이다.



소설 <큰 바위 얼굴(Great Stone Face)>이 참작되지 않았을까, 짐작해 본다. <큰 바위 얼굴>은 미국의 낭만주의 작가 너새니얼 호손(Nathaniel Hawthorne, 1804.07.04. ~ 1864.05.19. 미국 낭만주의 작가)이 1850년 발표한 단편소설이다. 우리 중학교 교과서에도 실린 적 있어 많은 사람이 알고 있을법하다. 가상의 마을과 사람얼굴모양의 바위산이 배경이다.

주인공 어니스트는 어머니로부터 언젠가 저 바위얼굴과 닮은 얼굴의 위대한 인물이 나타날 것이란 전설을 들으며 자란다. 주인공은 그런 사람이 실제 올 것이라 굳게 믿으며 기다리고 노력한다.

소년기에 처음 만난 인물은 개더골드(Gather Gold, 금을 긁어 모으다)란 별명의 재력가다. 영악하고 탐욕스런 인상인데다 수전노로, 가난한 사람에게 함부로 대하는 것을 보며 그가 아님을 깨닫고 실망한다.

청년이 되어서는 목수로 일하고 이웃을 도우며 살던 중, 두 번째 인물로 올드 블러드 앤드 선더(Old Blood And Thunder, 유혈낭자한 노인)라는 유명한 장군을 만난다. 그는 강한 의지와 힘은 있었지만, 자애로움이나 지혜는 없었다.

결혼하여 가정을 꾸린 장년시절엔 세 번째로, 올드 스토니 피즈(Old Stony Phiz, 늙은 바위 얼굴)라는 성공한 정치가를 만난다. 당당하고 힘찼으나, 권력과 명예욕에 찌든 모습이다. 장엄함이나 위풍, 위대한 사랑 같은 것은 느껴지지 않는다. 또 다시 실망이다.

노년이 되어 목수 일에서 은퇴하고 강연, 설교가가 된다. 어느 유명 시인의 시를 보고 감탄하며, '그가 큰 바위얼굴이 아닐까' 생각한다. 우연히 시인과 만나보니 닮은 구석이 없어 또다시 실망한다. 시인 스스로도 훌륭한 이상을 꿈꿨지만, 빈약하고 척박한 현실 속에서 삶에 찌들다 보니 신념을 지키지 못하고 현실과 타협하며 살아 왔다 인정한다.

둘이 친해져, 어니스트가 설교하는 장소에 찾아온 시인은 어니스트가 큰 바위 얼굴과 닮았음을 깨닫는다. "보시오! 어니스트 씨야말로 저 바위 얼굴이랑 비슷하지 않은가요?" 어니스트는 자신보다 더 훌륭한 인물이 반드시 나타날 것이라며 단상에서 내려온다. 큰 바위 얼굴은 아직도 닮은 사람이 나타나길 기다리고 있다.

큰 바위 얼굴은 작가가 그리는 이상향이다. 그것이 부, 권력, 명예에 있지 않음을 에둘러 주장한다. 시인이 이상향에 가깝다고 느낀다. 늘 사색하고 사랑으로 가꾸기 때문이리라. 부단한 반성과 성찰로 사랑과 지혜를 나누는 사람이 이상향임을 웅변하고 있다.

범본을 곁에 두고 절차탁마하다보니 그 본과 닮게 되었다는 감동적인 이야기다. 만인의 표상은 되지 못하더라도, 닮고 싶은 본보기는 다시 그려본다.

양동길/시인, 수필가

양동길-최종
양동길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유명무실한 대전시·교육청 청소년 도박 중독 예방·치유 조례
  2. 양승조 "충남에서 검증된 실력 통합특별시에서 완성"
  3. GM세종물류 노동자들 다시 일상으로...남은 숙제는
  4. “정부 행정통합 의지 있나”… 사무·재정 담은 강력한 특별법 필요
  5. 성장세 멈춘 세종 싱싱장터 "도약 위한 대안 필요"
  1. 한국효문화진흥원 설 명절 맞이 다양한 이벤트 개최
  2. 충남대병원 박재호 물리치료사, 뇌졸중 환자 로봇재활 논문 국제학술지 게재
  3. 대전교육청 민주시민교육과 부활할까 "검토 중인 내용 없어"
  4. 으뜸운수 근로자 일동, 지역 어르신 위한 따뜻한 나눔
  5. 지역대 정시 탈락자 급증…입시업계 "올해 수능 N수생 몰릴 것"

헤드라인 뉴스


청소년 도박 막겠다더니… 대전시·교육청 조례 유명무실

청소년 도박 막겠다더니… 대전시·교육청 조례 유명무실

대전시와 대전교육청이 각각 청소년 도박 중독 예방·치유에 대한 조례를 두고도 실효성 있는 정책을 펼치지 못하고 있다. 자체 예산 편성을 통한 사업 실행보단 외부기관에 의지하는 경향을 보이거나 기존 사업의 일부로 취급하는 경향을 보이면서다. 시와 교육청 간 연계·협력 강화를 위한 고민도 부족한 실정이다. 9일 대전시와 대전교육청에 따르면 2025년 각각 청소년 도박 관련 조례를 정비하고 시행 중이다. 대전시는 2025년 6월 '대전광역시 청소년 중독 예방 및 치유 지원 조례'를 제정했으며 대전교육청은 같은 해 9월 '대전광역시교육청..

중도일보 19년 연속 지역신문발전기금 우선지원사 선정
중도일보 19년 연속 지역신문발전기금 우선지원사 선정

중도일보(회장 김원식, 사장 유영돈)가 대전·충남권 일간지 중 최초로 19년 연속 지역신문발전기금 우선지원대상사에 선정됐다.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이하 지발위)는 9일 2026년 지역신문발전기금 우선지원대상사로 중도일보를 포함해 일간지 29곳, 주간지 45곳 등을 선정했다. 중도일보는 2008년부터 올해까지 매년 우선지원대상사로 선정돼 지역신문발전기금으로 운영되는 각종 사업을 펼쳐왔다. 2025년에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통해 '대전 둔산지구 미래를 그리다' 등 다양한 기획 취재를 진행하며 지면을 충실하게 채워왔다. '둔산지구 미래를..

김태흠 충남지사·김영환 충북지사 같은 날 국회 기자회견 왜?
김태흠 충남지사·김영환 충북지사 같은 날 국회 기자회견 왜?

국민의힘 소속인 김태흠 충남도지사와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9일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행정통합을 비판하며 ‘국회 특별위원회 구성’과 ‘충청북특별자치도법’ 제정을 촉구했다.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같은 당 소속 국회의원을 대동해 행정통합 논의과정에서 배제되고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한목소리를 내면서도 충북은 대전·충남과 엄연히 다르다며 특별법안에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태흠 지사는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성일종 의원(충남 서산·태안)과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국회 행안위 공청회에 참여하려 했으나 끝내 배제됐다”며 “(..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설 앞두고 북적이는 유성5일장 설 앞두고 북적이는 유성5일장

  •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 촉구하는 대전중앙로지하상가 비대위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 촉구하는 대전중앙로지하상가 비대위

  • 추워도 즐거운 물놀이 추워도 즐거운 물놀이

  • 가족과 함께 하는 세대공감 예절체험 가족과 함께 하는 세대공감 예절체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