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톡] 환자가 환자를 걱정하는 주치의

  • 오피니언
  • 여론광장

[수필 톡] 환자가 환자를 걱정하는 주치의

남상선/수필가, 대전가정법원 전 조정위원

  • 승인 2024-10-03 18:48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나는 팔자에도 없는 주치의를 두고 산다. 주인공은 80년대 3학년 때 담임했던 충남고 송재 영제자인데, 의대 문턱에도 가보지 못한 사람이다. 주치의란 어떤 사람의 병을 맡아서 치료하는 의사인데, 제자는 내 병과 건강에 대해 일일이 챙겨주고 남다른 관심과 사랑을 주는 사람이기에 내가 붙여준 이름이다. 자격증은 없지만 여느 의사에 비교되지 않을 만큼 열정으로 돌봐주고 있다. 느꺼운 감사를 표한다.

셰익스피어는 <사랑은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보는 것이라> 했는데, 한국효문화진흥원 근무 중에 주치의가 왈칵 보고 싶었다. 며칠 뜸한 것이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아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궁금한 마음으로 전화를 걸었다.

아니나 다를까 목소리는 힘이 없고, 풀이 죽어 있었다. <어디 아프냐?> 물었더니 요즈음 몸이 안 좋아서 이 병원 저 병원 진료 받으러 다니느라 대전에 와 있다는 거였다. 아픈 데가 어디냐고 재차 물었다. 손발이 저리고 힘이 없으며, 눈의 실핏줄이 터졌다고 했다.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내 작년 5월 14일 요로결석 통증으로 선병원 응급실 갔다가 전립선 4기암환자로 선고받았을 때, 제자는 자신의 가족 이상으로 신경을 써 주었다. 내 건강에 좋다는 식품서부터 운동기구며 의료기를 챙겨 주었다. 매일 같이 건강 정보에 관한 카톡 자료도 빠지지 않고 보내왔다. 우리 집엔 주치의가 보내 준 송재영표 제품들이 즐비하게 진을 치고 있다. 개략적인 것만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목 어깨 부드럽게 하는 마사지 의료기. 종아리 단련 큰 봉, 작은 봉. 당뇨, 신진대사 혈액순환, 피로회복에 좋다는 기혈순환기. 고혈압, 간염 등에 효과가 있다는 초란 식품. 염증 제거, 해독 작용, 정혈 작용, 소화불량 해소에 탁월하다는 인산죽염. 중풍 감기 예방, 항암 작용, 중금속 배출에 효과가 크다는 방풍나물. 빈혈 골다공증 예방, 간 기능 개선, 피로회복, 항암 작용에 탁월하다는 톳. 체중감량, 다이어트, 칼슘의 보고라는 무말랭이, 당 흡수 억제 효과에 좋다는 저당지수혼합잡곡 등이 있다.

제자는 의사 면허만 없을 뿐 세심한 배려로, 사랑으로, 관심으로 내 병을 많이 호전시켜 주었다. 그 덕분에 나는 지금 정상 건강에 가깝게 살고 있다.

제자는 자신의 건강도 시원치 않으면서 내 병 고쳐 준다고 이 것 저 것 챙기고 잔소리를 자주 하곤 했다. 그러더니 막상 자신의 병은 감당하지 못하는 신세가 되었으니 어찌 안타깝지 않으랴!

하느님 너무 하시네요.

송재영 제자, 그저 착하게만 살았어요.

제 몸 돌보지 않고 옛날 선생님 챙겨준 죄밖에 없어요.

전립선 암 환자 몸에 좋다는 저당지수혼합잡곡 사 나르고, 방풍나물에, 마른 톳이며, 인산가 죽염, 초란식품에 마사지 기계랑 틈틈이 운동하고, 피 맑게 하라고, 기혈순환기 챙겨준 죄밖에 없어요.

하느님, 해도 해도 너무 하시네요!

난 받기만 하고 보은 한 번 못했는데 착하고 젊은 사람 벌써 아프게 하시면 안 되는 거잖아요.

아, 글쎄 고생만 하고 눈물 나게 하는 그런 일이 세상 어디 있어요!

저, 덜 미안하고 사람노릇 좀 하고 살게, 제 기도 좀 들어 주시면 안 되나요?

하느님, 제 주치의 아프지 않게 하시고 그 식솔들 너털웃음 웃게 해주셔요.

아, 글쎄 송재영 제자 환자 아닌 주치의가 되어 잔소리하게 하면 안 되는 걸까요?

페스탈로치는 "사랑은 너와 나, 그리고 우리를 서로 단단히 묶어주는 보이지 않는 끈이라" 했는데 우리 그런 사랑으로 단단히 묶인 끈으로 살면 안 되는 것일까요?

'환자가 환자를 걱정하는 주치의!' 왜 이리 마음이 아픈지 모르겠다.

남상선/수필가, 대전가정법원 전 조정위원

남상선
남상선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천안시체육회-더보스턴치과병원, 체육인 구강 건강 증진 업무협약
  2. [숏폼영상] 도심 한복판에서 숲속 공기 마시는 방법
  3. 백석대, 건학 50주년 기념 기독교박물관 특별전 '빛, 순간에서 영원으로'
  4. 남서울대, 제2작전사령부와 국방 AI 협력 업무협약 체결
  5. 천안시, 성고충상담 담당자 역량강화 교육
  1. 첫 법정 공휴일 된 노동절…차분히 즐기는 휴일
  2. 보존된 서울 상암 일본군관사와 흔적 없는 대전 일본군관사…"같은 피해 없도록 피해자성 공유 중요"
  3. "기적을 만드는 5분" 조혈모세포 기증 등록, 직접 해보니
  4. 아산시립도서관, '자연을 담은 시민의 서재' 진행
  5. 천안법원, 무면허 음주사고 후 바꿔치기로 보험금 타려한 50대 남성 징역형

헤드라인 뉴스


한 마리 학이 알려준 기적의 물! 유성 온천 탄생의 전설

한 마리 학이 알려준 기적의 물! 유성 온천 탄생의 전설

대전 유성 하면 떠오르는 것 바로 ‘유성온천’입니다. 지금은 뜸해졌지만 과거 유성온천은 조선시대 임금님이 행차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유명했다고 하는데요. 유성온천은 과연 언제부터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을까요? 유성온천의 기원은 무려 1000년 전 유성지역에 살던 어머니와 아들의 사연에서 시작됐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따뜻한 온천과도 같은 어머니의 정성이 담겨 있다는 유성온천 탄생의 전설을 전해드립니다. 금상진 기자유성온천은 언제부터 사람들에게 알려졌을까 1000년 전 유성지역에 살던 어머니와 아들의 사연에서 시작한..

`5점대 평균자책점`…한화 이글스, 투수진 기량 저하에 고초
'5점대 평균자책점'…한화 이글스, 투수진 기량 저하에 고초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2026시즌 초반부터 하위권으로 추락하며 고초를 겪고 있다. 팀 내 주축 선수들의 기량 저하가 핵심 원인으로, 특히 5점대 평균자책점을 찍을 정도로 불안정한 투수진은 한화가 가장 먼저 극복해야 할 과제로 지목된다. 2일 KBO에 따르면 한화는 올 시즌 11승 17패 승률 0.393의 성적으로, 리그 10개 구단 중 8위에 올라있다. 최근 10경기 성적은 3승 7패로, 이달 1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원정 경기에 패하며 3연패 수렁에 빠진 상태다. 중위권과는 2경기 차로 뒤처진 상황이며, 9·10위권과는 단 0.5..

보존된 서울 상암 일본군관사와 흔적 없는 대전 일본군관사…"같은 피해 없도록 피해자성 공유 중요"
보존된 서울 상암 일본군관사와 흔적 없는 대전 일본군관사…"같은 피해 없도록 피해자성 공유 중요"

전투가 벌어진 장소를 전쟁유적이라고 부르는데, 여기에는 전쟁 시설 조성에 동원된 인력과 그 과정도 유적에 포함된다. 일제강점기에 한반도는 일본의 식민지로서 제국 일본의 영역이었으므로 지배를 강압하고 아시아태평양전쟁을 준비한 유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정혜경 일제전쟁유적네트워크 대표는 그의 저서 '한반도의 일제 전쟁유적 활용, 해법을 찾아'에서 "우리 주변에 남아 있는 일제 전쟁유적은 일본 침략전쟁으로 인해 발생한 강제동원의 역사에서 피해자성을 공유할 수 있는 곳"이라며 "피해자성이란 피해의 진상을 파악하고 강제동원 피해자의 아픔에..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다양한 체험과 공연에 신난 어린이들…‘오늘만 같아라’ 다양한 체험과 공연에 신난 어린이들…‘오늘만 같아라’

  • 대전 찾아 지원유세 펼치는 정청래 대표 대전 찾아 지원유세 펼치는 정청래 대표

  • 첫 법정 공휴일 된 노동절…차분히 즐기는 휴일 첫 법정 공휴일 된 노동절…차분히 즐기는 휴일

  • 기자간담회 갖는 이장우 대전시장…오늘 예비후보 등록 예정 기자간담회 갖는 이장우 대전시장…오늘 예비후보 등록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