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연 대전 3·8민주의거기념관…대전 학생 민주화운동 역사 한눈에

  • 사회/교육
  • 사건/사고

문을 연 대전 3·8민주의거기념관…대전 학생 민주화운동 역사 한눈에

4일 기념관 가보니, 상설전시실서 아카이빙 자료 전시
참여 학생 일기, 학교 교지, 시집, 신문 등 50여 점 선봬
19일 정식 개관…자료 수집, 교육 등 3.8 알리기 집중

  • 승인 2024-11-04 17:22
  • 수정 2024-11-04 17:41
  • 신문게재 2024-11-05 3면
  • 정바름 기자정바름 기자
3.8
4일 대전 3.8민주의거기념관 상설전시실 모습. (사진=정바름 기자)
"정의와 진리를 사랑하는 우리 대전고 건아는 최근 자유당의 불법 및 부정·부패와 장기집권을 위한 도당국 및 학교의 처사에 대해 그 잘못을 깨닫고 학원의 자유 보장과 대전고의 명예를 더럽히지 않도록 시정책을 강구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1960년 3월 8일 대전고 학생들은 독재정권에 맞서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데모에 나서기 전, 이 같은 결의문을 낭독했다. 대전고, 대전상업고, 보문고 등 대전 지역 고등학생 1600여 명이 거리로 나가 자유와 민주주의를 외쳤는데, 이것이 충청권에서 최초로 벌어진 학생 민주화운동인 '대전3·8민주의거'다. 이 결의문 내용은 대전 중구 선화동에 문을 연 '3·8민주의거 기념관'에서 볼 수 있다.

3·8 역사를 알리기 위한 첫 걸음인 '3·8민주의거기념관'이 4일 개관했다. 이날 오전 10시께 정식 개관 전 시민에게 개방한 기념관에 가보니, 학생들의 민주화 정신이 담긴 결의문을 포함한 아카이빙 자료 50여 점이 2층 상설전시실에서 전시되고 있었다. 상설전시실은 4개 구역으로 나뉘어 시대적 배경, 3·8 데모 과정, 시민 체험 공간 등으로 구성해 역사를 소개하고 있다.

KakaoTalk_20241104_165017192_04
4일 대전 3.8민주의거기념관에 전시된 대전고 학생의 일기. (사진=정바름 기자)
데모에 참여했던 대전고 학생의 일기도 볼 수 있었다. 세월이 흘러 색이 바랜 종이 3장에는 사건의 발단과 데모 과정이 수기로 빼곡히 적혀있다. 생생한 3·8 데모기를 기사로 실었던 당시 대전고 발행 교지도 확인할 수 있다. 모두 졸업생들에게 직접 기증을 받은 자료들이다.



당시 학생들의 민주주의 욕구를 자극했던 '사상계' 잡지 원본도 전시돼 있다. 사상계는 1953년부터 1970년까지 발행된 월간 잡지다. 정부 비판적 내용을 실어 당대 지식인과 학생들이 주된 구독층이었다. 특히 1958년 8월호에 실렸던 함석헌의 '생각하는 백성이라야 산다'라는 기사는 데모에 참여한 대전 지역 학생들에게도 큰 영향을 끼쳤다.

4·19 혁명 당시 지역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대전 지역 고등학생들이 꾸린 동인회에서 발간한 추모시집 '분향'도 볼 수 있었다. 4월 26일 충남 공주고에서 일으켰던 학생 시위 내용이 담긴 일기, 학도호국단 임명장, 각종 신문 기사 자료도 전시돼 있다.

KakaoTalk_20241104_165017192_01
4일 시민에게 개방한 3.8민주의거 기념관 모습. (사진=정바름 기자)
대전의 3·8민주의거가 해외에서도 주목했던 사건이라는 점도 알리고 있다. 미8군 사령부 일일정보보고서에는 1960년 3월 8일 대전고 학생 400여 명이 학교를 정치적 도구로 사용하는 것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미국 국무장관이 서울 대사관에 보낸 발신 전보, 해외언론 보도 내용 등 해외의 반응이 전시실에서 소개되고 있다.

현재 3·8민주의거기념관은 관련 자료 기증을 받고 있다. 향후 자료 수집을 확대하고, 학술연구를 통해 3·8민주의거 알리기에 집중할 계획이다. 정진용 3·8민주의거기념관장은 "11월 19일 개관식을 열 예정이고, 지금 열리고 있는 상설 전시 외에도 특별전도 가질 계획"이라며 "3·8 민주의거 유공자분들의 구술 채록도 진행할 예정이다. 지역 내 학교 협조를 통해 대전 지역 학생들을 대상으로 3·8 민주의거 교육에도 힘쓸 것"이라고 했다.

이영조 3·8민주의거기념사업회 부회장은 "기념관에서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발자취를 돌아보고 그 가치를 재인식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아울러 3.8민주의거 기념관이 민주시민으로서 자긍심을 고취할 수 있는 공간으로도 자리매김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바름 기자 niya15@
KakaoTalk_20241104_165017192_03
4일 시민에게 개방된 3.8민주의거기념관 상설전시실 내부 (사진=정바름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이진숙 교육장관 후보자 첫 출근 "서울대 10개 만들기, 사립대·지방대와 동반성장"
  2. '개원 53년' 조강희 충남대병원장 "암 중심의 현대화 병원 준비할 것"
  3. 법원, '초등생 살인' 명재완 정신감정 신청 인용…"신중한 심리 필요"
  4. 33도 폭염에 논산서 60대 길 걷다 쓰러져…연일 온열질환 '주의'
  5. 세종시 이응패스 가입률 주춤...'1만 패스' 나오나
  1. 필수의료 공백 대응 '포괄2차종합병원' 충청권 22곳 선정
  2. 폭력예방 및 권리보장 위한 협약 체결
  3. 임채성 세종시의장, 지역신문의 날 ‘의정대상’ 수상
  4. 건물 흔들림 대전가원학교, 결국 여름방학 조기 돌입
  5. 세종시, 전국 최고 안전도시 자리매김

헤드라인 뉴스


야권에서도 비충청권서도… 해수부 부산이전 반대 확산

야권에서도 비충청권서도… 해수부 부산이전 반대 확산

이재명 정부가 강공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보수야권을 중심으로 원심력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충청권에서만 반대 여론이 들끓었지만, 행정수도 완성 역행과 공론화 과정 없는 일방통행식 추진되는 해수부 이전에 대해 비(非) 충청권에서도 불가론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원내 2당인 국민의힘이 이 같은 이유로 전재수 장관 후보자 청문회와 정기국회 대정부질문, 국정감사 등 향후 정치 일정에서 해수부 이전에 제동을 걸고 나설 경우 이번 논란이 중대 변곡점을 맞을 전망이다. 전북 익산 출신 국민의힘 조배숙..

李정부 민생쿠폰 전액 국비로… 충청권 재정숨통
李정부 민생쿠폰 전액 국비로… 충청권 재정숨통

이재명 정부가 민생 회복을 위해 지급키로 한 소비쿠폰이 전액 국비로 지원된다. 이로써 충청권 시도의 지방비 매칭 부담이 사라지면서 행정당국의 열악한 재정 여건이 다소 숨통을 틀 것으로 기대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1일 전체회의를 열어 13조2000억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관련 추가경정예산안을 의결했다. 행안위는 이날 2조9143억550만원을 증액한 2025년도 행정안전부 추경안을 처리했다. 행안위는 소비쿠폰 발행 예산에서 중앙정부가 10조3000억원, 지방정부가 2조9000억원을 부담하도록 한 정부 원안에서 지방정..

대전·충남기업 33곳 `초격차 스타트업 1000+` 뽑혔다
대전·충남기업 33곳 '초격차 스타트업 1000+' 뽑혔다

대전과 충남의 스타트업들이 정부의 '초격차 스타트업 1000+ 프로젝트'에 대거 선정되며, 딥테크 기술창업 거점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1일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는 '2025년 초격차 스타트업 1000+ 프로젝트'에 전국 197개 기업 중 대전·충남에선 33개 기업이 이름을 올렸다. 이는 전체의 16.8%에 달하는 수치로, 6곳 중 1곳이 대전·충남에서 배출된 셈이다. 특히 대전지역에서는 27개 기업이 선정되며, 서울·경기에 이어 비수도권 중 최다를 기록했다. 대전은 2023년 해당 프로젝트 시행 이래 누적 선정 기업 수 기준으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수영하며 야구본다’…한화 인피니티풀 첫 선 ‘수영하며 야구본다’…한화 인피니티풀 첫 선

  • 시구하는 김동일 보령시장 시구하는 김동일 보령시장

  • 故 채수근 상병 묘역 찾은 이명현 특검팀, 진실규명 의지 피력 故 채수근 상병 묘역 찾은 이명현 특검팀, 진실규명 의지 피력

  • 류현진, 오상욱, 꿈씨패밀리 ‘대전 얼굴’ 됐다 류현진, 오상욱, 꿈씨패밀리 ‘대전 얼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