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시평] AI 기본법, 보호장치인가 족쇄인가?

  • 오피니언
  • 중도시평

[중도시평] AI 기본법, 보호장치인가 족쇄인가?

김용성 충남대 사범대학 기술교육과 교수

  • 승인 2024-11-26 17:04
  • 신문게재 2024-11-27 18면
  • 김흥수 기자김흥수 기자
김용성 교수
김용성 충남대 사범대학 기술교육과 교수
"AI가 하루에 만들어내는 이미지는 몇 장이나 될까요?"

실제로 AI가 만들어내는 이미지는 하루에만 전 세계에서 수천만 장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최근 비디오 생성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AI가 제작하는 영상물의 양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AI 생성물들은 높은 품질의 결과물을 단시간 내에 만들어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예술, 마케팅,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AI 생성물의 급속한 확산은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일반 사용자들이 AI 생성물과 인간이 만든 결과물을 구분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AI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생성물의 품질이 실제와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정교해졌고, 이는 가짜 이미지나 딥페이크 등 악의적 목적으로 악용될 위험을 높이고 있다.

이러한 우려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2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는 소위 '인공지능(AI) 기본법'을 통과시켰다. 이는 최근 유럽연합(EU)이 세계 최초로 제정한 포괄적 AI 규제법과 맥을 같이하는 것으로, 특히 주목할 만한 부분은 AI를 활용 위험도에 따라 차등 규제한다는 점과 AI 생성물에 워터마크를 의무적으로 표시하는 것이다.



새로운 법안은 크게 두 가지 핵심적인 규제 방안을 담고 있다. 첫째는 '고영향 AI'에 대한 규제다. 고영향 AI란 사람의 생명, 신체 안전, 기본권 보호 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AI 시스템을 의미한다. 기업들은 자사의 AI 서비스가 고영향 AI에 해당하는지 과기정통부 장관에게 확인을 요청해야 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둘째는 AI 생성물에 대한 워터마크 표시 의무화다. 특히 딥페이크와 같이 타인의 권리를 침해할 가능성이 높은 생성물에는 가시적 워터마크를, 일반적인 AI 생성물에는 비가시적 워터마크를 의무적으로 표시하도록 했다.

필자는 이러한 규제 도입의 필요성에 상당 부분 공감한다. 최근 경험한 AI 서비스 중 가장 놀라운 것은 웹캠으로 30초 정도 말하는 영상만 있으면 본인과 똑같은 아바타를 몇 분이면 생성해주는 기술이다. 이러한 기술이 악용될 경우의 위험성은 매우 크다. 실제로 사람의 영상이나 음성 복제를 통한 보이스피싱 등 범죄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이런 맥락에서 AI 규제는 분명 필요하다.

하지만 이번 법안에는 몇 가지 우려되는 점이 있다. 우선, 변화무쌍한 AI 기술의 발전 속도를 고려할 때, 포괄적인 규제는 오히려 산업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정부가 AI 연구개발 트랙 신설과 기술개발 프로젝트 추진 등을 통해 AI 산업 육성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규제는 자칫 기업들의 발목을 잡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는 규제 완화를 통해 AI 산업을 활성화하고 있는 미국의 사례와 대조적이며, 특히 스타트업과 같은 신생 기업들의 성장을 제한할 우려가 크다.

둘째, 모든 AI 생성물에 대한 워터마크 의무화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 현대 콘텐츠 제작 환경에서 AI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은 결과물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AI 기술은 이미 보편화돼 있다. 최근 한 AI 기업이 광복절을 맞아 독립 운동가들의 모습을 복원한 영상이 화제가 된 것처럼, AI 기술은 긍정적인 사회적 영향력을 만들어낼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 역시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 AI를 활용하고 있다. 소수의 악의적 사용자들 때문에 모든 AI 생성물에 워터마크를 의무화하는 것은 오히려 AI 기술에 대한 거부감만 키울 수 있다. 또한, 가시적 워터마크와 비가시적 워터마크의 적용 기준을 명확히 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이러한 규제가 본래의 취지를 달성하기 보다 오히려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AI 기업들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AI 기술의 오남용을 막기 위한 적절한 규제는 필요하지만, 그 접근 방식은 섬세해야 한다. 악의적 사용을 차단하면서도 산업의 혁신과 발전을 장려할 수 있는 균형 잡힌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 /김용성 충남대 사범대학 기술교육과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천안 불당중 폭탄 설치 신고에 '화들짝'
  2. 대전방산기업 7개사, '2025 방산혁신기업 100'선정
  3. 대전충남통합 추진 동력 확보... 남은 과제도 산적
  4. "신규 직원 적응 돕는다" 대덕구, MBTI 활용 소통·민원 교육
  5. 중도일보, 목요언론인상 대상 특별상 2년연속 수상
  1. 대전시, 통합건강증진사업 성과공유회 개최
  2. [오늘과내일] 대전의 RISE, 우리 지역의 브랜드를 어떻게 바꿀까?
  3. 대전 대덕구, 와동25통경로당 신축 개소
  4. 의정부시 특별교통수단 기본요금, 2026년부터 1700원으로 조정
  5. [월요논단] 대전.세종.충남, 문체부 지원사업 수주율 조사해야

헤드라인 뉴스


`벌써 50% 돌파`…대전 둔산지구 통합 재건축 추진준비위, 동의율 확보 작업 분주

'벌써 50% 돌파'…대전 둔산지구 통합 재건축 추진준비위, 동의율 확보 작업 분주

대전시의 노후계획도시정비 기본계획안이 최근 공개되면서, 사업대상지 내 통합 재건축을 추진하는 아파트 단지들이 선도지구 선정을 위한 동의율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8일 지역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대전 둔산지구 통합14구역 공작한양·한가람아파트 단지 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는 최근 다른 아파트 단지 대비 이례적인 속도로 소유자 동의율 50%를 넘겼다. 한가람은 1380세대, 공작한양은 1074세대에 이른다. 두 단지 모두 준공 30년을 넘긴 단지로, 통합 시 총 2454세대 규모에 달한다. 공작한양·한가람아파트 단지 추진준비위는 올해..

[충남 소상공인 재기지원] 위기의 소상공인 다시 일어서다… 경영·디지털·저탄소 전환까지 `맞춤형 종합지원`
[충남 소상공인 재기지원] 위기의 소상공인 다시 일어서다… 경영·디지털·저탄소 전환까지 '맞춤형 종합지원'

충남경제진흥원이 올해 추진한 소상공인 지원사업은 경영개선부터 저탄소 전환, 디지털 판로 확대, 폐업 지원까지 영역을 넓히며 위기 대응체계를 강화했다. 매출 감소와 경기 둔화로 어려움을 겪는 도내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실질적인 경영지원금을 지급하고 친환경 설비 교체와 온라인 마케팅 지원 등 시장 변화에 맞춘 프로그램을 병행해 현장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진흥원의 다양한 지원사업의 내용과 성과를 점검하며 충남 소상공인 재기지원 우수사례를 살펴본다. <편집자 주> 충남경제진흥원이 경영난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을 구제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시스템..

유성복합터미널 1월부터 운영한다
유성복합터미널 1월부터 운영한다

15여년 간 표류하던 대전 유성복합터미널이 1월부터 운영 개시에 들어간다. 8일 대전시에 따르면 유성복합터미널의 준공식을 29일 개최한다. 유성광역복합환승센터 내에 조성되는 유성복합터미널은 총사업비 449억 원을 투입해, 대지면적 1만5000㎡, 연면적 3858㎡로 하루 최대 6500명이 이용할 수 있는 규모로 건립된다. 내년 1월부터 서울, 청주, 공주 등 32개 노선의 시외 직행·고속버스가 운행되며, 이와 동시에 현재 사용 중인 유성시외버스정류소 건물을 리모델링해 4월까지 정비를 완료할 예정이다. 터미널은 도시철도 1호선과 BR..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부산으로 이사가는 해양수산부 부산으로 이사가는 해양수산부

  • 알록달록 뜨개옷 입은 가로수 알록달록 뜨개옷 입은 가로수

  • ‘충남의 마음을 듣다’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충남의 마음을 듣다’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 2026학년도 수능 성적표 배부…지원 가능한 대학은? 2026학년도 수능 성적표 배부…지원 가능한 대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