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한화이글스의 '대전' 지우기

  • 정치/행정
  • 대전

[편집국에서]한화이글스의 '대전' 지우기

이상문 정치행정부 기자

  • 승인 2025-01-12 17:10
  • 신문게재 2025-01-13 18면
  • 이상문 기자이상문 기자
대전
이상문기자
이상문 정치행정부 기자
연고 프로야구 구단인 한화이글스의 홈구장이 2025시즌부터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한화생명볼파크'로 바뀐다. 한국프로야구 10개 구단 구장 중 지역 지명이 없는 유일한 구장이 됐다. 지역 연고라는 큰 틀에서 지역민의 사랑을 받고 있는 구단의 결정이라고 볼 수가 없다.

물론 한화 입장은 일정 부분 이해가 간다. 프로야구 인기와 다르게 구단이 만성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매년 그룹에 손을 벌리는 일이 쉽지 않다는 점은 그렇다. 하지만, 국내 최대 인기 스포츠인 야구단 운영으로 그룹이 얻을 수 있는 가치도 크다. 한화이글스는 적자지만, 한화에는 나쁘지 않은 장사 일 수 있다. '돌부처', '마리한화' 등 두터운 팬층을 갖고 있으며, 늘 '이슈'를 몰고 다니는 구단이다.

뒤늦게 '대전'을 명칭에 넣어달라는 대전시의 '늑장 행정'이 아쉽지만, 대전시민을 조금이라도 생각했다면 한화의 이번 결정은 잘못됐다. 구단은 팬심을 먹고 살기 때문이다.

486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돈을 받고 구장 사용권을 줬는데 무슨 간섭이냐고 한다. 대전시민의 세금은 1438억원이나 들어갔다. 야구 팬만 좋은 일 시키는 것 아니냐는 일부 시민들의 반대에도 큰 돈을 투입했다. 바로 한화 이글스가 '대전'의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1999년 우승 당시 은행동 거리에서 카퍼레이드를 할 정도로 시민 사랑이 남다르다. 10여년 간 하위권에 맴돌면서 '암흑기'를 걸을 때도 묵묵히 응원해 준 '대전시민'을 생각한다면 이건 아니다.



미국만 봐도 구단들이 기업들에 명칭권을 팔아 천문학적인 수익을 얻는다고 항변할 수 있다. 하지만, 양키스는 '뉴욕'양키스, 레드삭스는 '보스턴 레드삭스'다. 지역 정체성을 지키려고 노력을 하면서 지역 팬을 최대한 존중한다.

10개 구단을 보자. 아니 최근 신축 구장을 지은 광주, 대구, 창원만으로 좁혀보자. 광주는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 대구는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 창원은 창원NC파크다. 그들은 명칭권이 없어서 '지역'명을 넣은 걸까. 그렇지 않다고 본다. 물론 신축구장 협약문에 '지역명'을 꼭 넣으라고 문서화나 협의 없이 넋 놓은 대전시도 문제지만, '당연하다'는 믿음을 저버린 한화의 결정도 아쉽다.

기자는 한화이글스의 애정이 남다르다. 지역 일간지 기자로선 좀처럼 전례를 찾기 힘든 데 3년여 간 전 경기를 취재한 적이 있다. 고향도 충청도다. 늘 한화를 응원하지만, 이건 아니다. 그 당시를 기억해 보면 이번 한화의 결정은 예고된 일이었다.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가 구장 공식 명칭임에도 구장 전광판 상당에는 '대전'이 빠져있었다. 구단이 배포하는 보도자료에도 구장명칭에 '대전'이 빠졌다. 명칭이 길다는 변명과 명칭권을 산 '한화생명' 때문이라고 했다. 그룹 눈치는 보면서 대전시민 눈치는 전혀 보지 않는 것 같다. '대전(충청) 이글스'라고 할 수 없다면 구장명이라도 '대전'을 넣자. 그게 지역민을 위한 '의리'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천안법원, 유튜브 후원금 횡령 혐의 40대 여성 선고유예
  2. 캄보디아서 구금 중 송환된 한국인 70%, 충남경찰청 수사 받는다
  3. 천안시, 직원 대상 청렴·반부패 추가교육 실시
  4. 대한전문건설협회 대전시회, '중대재해 근절 성실·안전시공 결의식' 개최
  5. 대만 노동부 노동력발전서, 한기대 STEP 벤치마킹
  1. 천안시, '정신건강의 날 기념' 마음건강 회복의 장 마련
  2. 천안시의회 이병하 의원 대표발의, '천안시 온실가스감축인지 예산제 운영' 등 2건 상임위 통과
  3. 천안동남소방서, 현장대응활동 토론회 개최
  4. 한화이글스의 가을…만원 관중으로 시작
  5. 천안시 보건소, '영양플러스 유아 간식 교실' 운영

헤드라인 뉴스


일단 입학만 시키자?…충청권 대학 외국인 유학생 중도탈락률 급증

일단 입학만 시키자?…충청권 대학 외국인 유학생 중도탈락률 급증

국내 학령인구감소에 충청권 대학마다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들어오는 만큼 중간에 나가는 유학생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국회 교육위원회 진선미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국내 학위과정 외국인 유학생 중도 탈락 현황'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충청권 4개 시도별 외국인 유학생 수는 늘고 있지만, 그만큼 중도탈락률도 급증했다. 대전의 경우, 들어오는 만큼 나가는 유학생도 늘어나는 경향을 보였다. 대전권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 수는 2020년 5810명, 2021명 6419명, 2022년 6988..

국감서 혹독한 평가 우주항공청, 대전에 연구개발 역량 집중해야
국감서 혹독한 평가 우주항공청, 대전에 연구개발 역량 집중해야

개청한지 1년 반이 지난 우주항공청이 국정감사에서 혹독한 평가를 받는 가운데 '우주항공 5대 강국 도약'을 위해선 대전을 중심으로 한 연구개발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는 우주항공청의 운영 체계와 인력 구성 등 조직 안정성과 정책 추진력 모두 미흡하다는 질타가 쏟아졌다. "전문가들은 우주청의 구조적 한계로 '예산 부족'을 꼽는다. 올해 우주항공청 예산은 약 9650억원으로, 1조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모든 분야를 포괄하기엔 역부족인 규모다. 여기에 입지 문제도 크다. 우주청..

대전창작센터, 원로 예술인 특화 전시관으로 전환
대전창작센터, 원로 예술인 특화 전시관으로 전환

대전 미술의 창작 공간이던 대전창작센터가 20년 여정의 마침표를 찍고, 원로예술인 특화 전시관으로 전환된다. 19일 대전시에 따르면 대전창작센터는 옛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충청지원 건물로 故배한구(1917~2000) 선생이 설계한 것으로 등록문화재 100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대표적인 한국 근대건축으로 평가받는다. 2005년 대전시립미술관은 한남대 건축학과 한필원 교수와 협력한 프로젝트 전시 <산책-건축과 미술>을 통해 문화시설로서의 재생 기능성을 확인하고 본격적인 프로젝트에 돌입, 2008년 문화재청(현 국가유산청)으로부터 관리전환을..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올 가을 들어 가장 추운 날…‘두꺼운 외투 챙기세요’ 올 가을 들어 가장 추운 날…‘두꺼운 외투 챙기세요’

  • ‘가을 물든 현충원길 함께 걸어요’ ‘가을 물든 현충원길 함께 걸어요’

  • 빛으로 물든 보라매공원 빛으로 물든 보라매공원

  • 나에게 맞는 진로는? 나에게 맞는 진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