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개발 지연에 대전 정동 쪽방주민 시름 커져…월세 오르고 집 수리 방치

  • 사회/교육
  • 사건/사고

[현장] 개발 지연에 대전 정동 쪽방주민 시름 커져…월세 오르고 집 수리 방치

정동 일대 공공주택지구 지정, 주거급여 인상률에 쪽방 월세 올라
개발 시 쪽방 건물 철거 염두해 고장난 곳 수리 안해 주거 더 열악
사업 지연돼 공공 주택 입주 대상인 쪽방 주민들 지쳐 "희망고문"

  • 승인 2025-01-14 17:52
  • 수정 2025-01-14 18:50
  • 신문게재 2025-01-15 6면
  • 정바름 기자정바름 기자
KakaoTalk_20250113_181028742
13일 방문한 이씨가 거주 중인 4평 남짓한 쪽방 모습. (사진=정바름 기자)
13일 대전 동구 정동 쪽방촌 일대에서 만난 이모(65)씨는 1인용 매트리스 하나만 들어가도 꽉 차는 4평 쪽방에 살지만, 월세에 건물 관리인이 종종 끓여주는 찌개 값까지 더해 매월 주거비로 30만 원을 낸다.

하지만 이 씨가 사는 쪽방은 열악하기 그지없다. 4층 규모의 오래된 건물 3층에 있는 이 방에 가기 위해 이 씨는 매일 다리가 불편함에도 좁고 경사가 가파른 계단을 오르내린다. 건물 복도에 비좁은 방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데, 부엌과 화장실도 건물 복도에 나와 있는 공용이다.

겨울이라 웃풍이 심해 방안은 찬 공기가 감돌았다. 양말 신은 발이 시릴 정도로 바닥은 차가웠지만, 난방도 건물 관리인이 통제해 함부로 틀 수가 없다. 건물 관리인 역시 집주인이 아닌 세입자라 항의하기도 어렵다. 실내 임에도 입김이 나올 정도로 추워서 전기장판과 두꺼운 외투로 버틴다고 했다.

이마저도 임대료가 오를 뻔했다. 쪽방촌 일대 개발 소식이 전해지면서 2년 전 집주인이 지금보다 월세를 10만 원가량 더 올리겠다고 세입자들에게 통보한 것이다. 세입자들이 사정해 결국 올리지 않기로 했지만, 한 푼 한 푼을 아껴야 할 이 씨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일이었다.

정동 쪽방촌 일대는 2020년 국토교통부와 LH가 도시재생사업 일환으로 공공주택지구로 지정한 곳이다. 공공임대주택을 지어 저렴한 임대료에 쪽방촌 세입자에게 주거를 공급하고 입주 전까지 임시 이주 공간 마련을 돕기 위한 취지다. 하지만, 토지·건물 소유주들의 반대에 기초조사인 지장물 조사도 몇년 째 끝내지 못한 상태다.

이 과정에서 쪽방 주민들의 삶은 더 팍팍해지고 있다. 대전 쪽방상담소에 따르면, 개발 추진과 기초생활수급자 주거급여 지원금 인상률에 따라 최근 쪽방 월세가 평균적으로 3~4만 원씩 오른 것으로 파악됐다. 이렇다 보니 평균 15만 원 내외였던 쪽방 월세는 20만 원 선인 주거급여 지원금액에 맞춰 덩달아 평균 17만 원에서 20만 원대로 올랐다. 이 때문에 기초생활수급 대상이 아닌 주민이나 주거급여 지원금보다 월세를 더 높여 받는 경향이 생기면서 거주비 부담이 가중된 주민들이 생겼다는 것이다.

개발 시 어차피 철거할 것이라는 이유로 집주인이 건물 수리를 하지 않아 주거환경도 더 열악해지고 있다. 정동의 다른 쪽방에서 기거 중인 김모(84)씨는 주택 대문 여닫이가 고장 나 매일 밤마다 위험에 노출돼 있다. 철문이 반밖에 열리지 않아 드나드는 것이 불편한 것은 물론 잠글 수도 없어 바깥에서 문을 열지 못하도록 나무 막대기 등으로 고정해 놓는다. 야생 고양이가 주택 천장을 뜯어놓아 비가 올 때는 항상 빗물이 샌다. 김 씨는 "집에 손볼 곳이 많고 이사 갈 형편도 안 되는데, 집주인은 나가라고만 하지, 집수리에 10원도 안 쓰려고 한다"며 "그간 전세 보증금도 1000만 원에서 1500만 원, 그리고 2500만 원으로 올랐다"고 토로했다. 최근 쪽방상담소에 들어오는 후원마저 감소하면서 주민 난방비 지원도 어려워져 전기세 부담에 기름보일러도 쉽사리 틀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쪽방 주민들을 가장 괴롭게 하는 것은 기대감에서 뒤바뀐 희망 고문이다. 주거 지원 사업이 기약 없이 흘러가면서 쪽방에 발만 묶인 상황이 돼 버린 것이다. 이 씨는 "지금 당장이라도 여기서 나가고 싶은 답답한 마음뿐"이라며 "사업이 진척돼서 하루빨리 주거공간이 바뀌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정바름 기자 niya15@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KTX 세종선·CTX 연장' 충청권 합의로 새 국면
  2. 진주 M2 페스티벌 7일 개막
  3. 천안시, 원성커뮤니티센터 건축설계 최종보고회 개최
  4. 장기수 천안시장, 복지현장서 폭염 대비 안전점검
  5. 천안시, 민선 9기 출범 맞춰 안전·보건경영방침 개정
  1. 與 당권주자, 지역 현안 실종된 순회경선에 비판 고조
  2. 남서울대, 롯데마트 성정점서 탄소중립 조형물 전시회 성료
  3. [한화에어로참사] 지휘체계로 수사 확대… 임직원 3명 추가 입건
  4. 천안시청공무원노동조합, 이색 청렴 캠페인 전개
  5. 천안시, 'K-컬처박람회' 앞두고 선제적 방역소독 총력

헤드라인 뉴스


폭염보다 더 힘든 희망고문…대전 쪽방촌 개발사업 또 표류하나

폭염보다 더 힘든 희망고문…대전 쪽방촌 개발사업 또 표류하나

연일 체감온도 33도 이상 불볕더위에 대전에서 폭염특보가 발효 중인 가운데, 정동 쪽방 주민들은 폭염보다 더 힘든 희망고문에 시달리고 있다. 주거 취약계층 지원과 역세권 정비를 위한 이곳 쪽방촌 공공개발 사업이 지난해 9월 2년 반 만에 기본조사가 재개돼 기대감을 모았으나 최근 완공 시점이 2032년으로 변경된 데다 여전히 토지건물주 이견에 벽을 넘지 못해서다. <중도일보 2025년 1월 14·20·21·23일 자, 7월 9·10일 자, 8월 6일 자 1면 보도 등> 사업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올 연말까지 기본조사를 마친..

서남부터미널 폐업 초읽기… 조속한 교통대책 마련 필요
서남부터미널 폐업 초읽기… 조속한 교통대책 마련 필요

대전 서남부터미널 운영업체의 '경영 악화'로 터미널 폐업이 사실상 불가피해지면서 지자체의 조속한 폐업 결정과 교통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최근 단 하나 남아있던 금남고속마저 '이용객 감소'를 이유로 유성복합터미널로 기점 변경을 신청, 충남도가 본격적인 검토에 들어가면서 사실상 폐업 초읽기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운송업계에선 폐업을 늦추는 것보단, 조속한 이동권 확보 방안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2일 운송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금남고속은 충남도에 기점 변경을 신청했다. 금남고속은 도시철도 2호선 트램 공사로 서남부터미널 진입..

금융당국,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겨냥 `긴급조치권` 카드 꺼냈다
금융당국,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겨냥 '긴급조치권' 카드 꺼냈다

금융당국이 증시를 뒤흔드는 주범으로 지목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겨냥해 긴급조치권이라는 강도 높은 카드를 꺼내 들었다. 기본예탁금 상향 등을 골자로 하는 보완책에 이어 발표된 추가 대책 일환으로, 글로벌 반도체 종목 쏠림 현상에 레버리지 상품까지 겹쳐 극도로 높아진 시장 변동성을 관리한다는 차원이다. 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긴급한 상황에서 시장 안정화 조치를 취할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금융감독원과 함께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마련한다. 최근 홍콩의 가변 레버리지 배율 사례를 참조했다. 홍콩 증권선물위원회(SFC)는..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민주당 당대표·최고위원 충청서 순회경선 시작 민주당 당대표·최고위원 충청서 순회경선 시작

  • 북적이는 계곡과 한산한 도심 북적이는 계곡과 한산한 도심

  • 장종태 의원 민주당 대전시당위원장 선출 장종태 의원 민주당 대전시당위원장 선출

  • 과태료 부과 무시한 채 불법광고물 부착 과태료 부과 무시한 채 불법광고물 부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