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인칼럼] 집단사고 위험 그리고 악마의 주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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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인칼럼] 집단사고 위험 그리고 악마의 주장자

최종인(국립한밭대 융합경영학과 교수, 한국TEC 디렉터)

  • 승인 2025-03-23 11:12
  • 신문게재 2025-03-24 18면
  • 박병주 기자박병주 기자
최종인 한밭대 융합경영학과 교수
최종인(국립한밭대 융합경영학과 교수, 한국TEC 디렉터)
한국사회는 다른 나라에 비해 집단주의 성향이 강하다. 개인주의와 달리 우리(We-ness)를 강조하며 나(I-ness)를 양보하거나 희생해 조직에 헌신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집단주의라는 문화적 가치와 달리, '집단사고(Groupthink)'는 조직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심각한 오류를 초래한다. "집단은 맨 처음 말을 꺼내거나 행동한 사람에게 나머지 구성원이 무작정 동조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처럼 응집력이 강한 집단에서 구성원들이 의견일치를 지나치게 추구하면서 독립적, 비판적인 사고가 억제되는 현상이다. 이는 잘못된 의사결정을 유발하며, 역사적으로 많은 실패를 남겼다. 대표적인 사례로, 1961년 케네디 대통령의 피그스만 침공이 있다. 취임 직후 실행된 이 쿠바 작전은 미국 역사상 가장 치욕적인 실패 중 하나로 기록된다. 당시 하버드대 출신 엘리트들로 구성된 의사결정 그룹이 침공의 실패 가능성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채 작전을 결정했다. 이처럼 집단사고에 빠지면 몇 가지 문제점이 나타난다. 첫째, 대안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기존 의견에 동조하는 경향이다. 둘째, 정보가 왜곡되면서 외부의견을 배제하거나 부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한다. 셋째, 리더의 독단 강화와 편향된 의견이 집단에 강한 영향을 주어 집단사고가 심화된다. 이러한 문제들은 피그스만 침공 실패나 챌린저 우주왕복선 폭발사고처럼 비극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때 효과적 전략은 '악마의 주장자' 또는 변호인(devil's advocate)의 도입이다. 악마의 주장자란 집단사고 예방 전략으로, 의도적으로 반대의견을 제시해 토론 활성화와 비판적 사고를 촉진하는 사람이다. 그 효과는 첫째, 다양성 확보로서 기존 의견에 도전함으로써 다양한 관점을 확보할 수 있다. 둘째, 객관성 강화로서 감정적 동조를 줄이고, 논리적이고 객관적인 결정을 이끈다. 셋째, 소통개선으로서 구성원들이 의견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게 한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악마의 주장을 할 때 부담도 따른다. 한 사람이 늘 반대 목소리를 내면 누가 좋아할까?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마련이 필요하다. 8명이 참여하는 회의라면 매번 다른 사람이 이 역할을 맡도록 해 개인 부담을 줄이고, 반대의견 제시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문화를 조성할 수 있다. 또한 발언자가 '나는 악마의 주장자로서 의견을 제시한다'라고 전제하고 말하면 불필요한 감정 충돌을 방지할 수 있다.

이처럼 집단사고의 가능성을 줄일 때 조직문화에서 다음과 같은 요소가 필요하다. 첫째, 심리적 안전감 구축으로 구성원들이 두려움 없이 새롭고 대안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하게 돕는다. 둘째, 다양성과 포용성 증진이다. 조직 내 다양한 배경, 경험, 관점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해 집단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이는 내집단(內集團) 편향을 줄이고 더 폭넓은 사고를 가능케 한다. 셋째, 객관성 확보를 위해 의사결정 과정을 명확히 정의하고, 체크리스트와 절차를 통해 대안들을 검토하도록 시스템화한다. 넷째, 리더십이 중요한데, 리더는 자신의 의견을 먼저 말하지 말고, 구성원들이 다양한 의견을 개진하게 분위기를 만들며 비판적 사고를 장려해야 한다. 외부 전문가와 소그룹 활용도 효과적이다.

대한민국의 경제성장은 공동체의식, 애국심, 헌신을 기반으로 한 집단주의 문화 덕분이기도 하다. 또한 '집단지성'을 통해 구성원들이 각자의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고 협력해 개인능력을 초월한 창의적, 합리적 해결책을 도출한 경험도 많다. 하지만 집단사고는 우리의 창의성과 혁신을 가로막는다. 특히 내 입맛에 맞는 콘텐츠만 소비하는 AI 알고리즘의 '에코 쳄버'(Echo Chamber)에 노출위험이 크다. 그래서 비판적 평가를 수용하고, '악마의 주장자'를 도입하고, 외부 전문가를 통해 객관적 시각을 확보해야 한다. 그럼 집단사고에 대해 우리 자신은 얼마나 자유로울까? 우리 개인도 동조행동, 비판적 사고 억제, 고정관념을 갖지는 않은가? 따라서 AI시대 에 조직만이 아니라 개인도 '견책과 지혜'가 필요하지 않을까? 견책을 통한 자기성찰로 지혜를 얻을 때이다./ 최종인(국립한밭대 융합경영학과 교수, 한국TEC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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