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춘순 변호사 "처벌로는 채울 수 없는 사회적 회복과 이익 추구할 것"

  • 사회/교육
  • 법원/검찰

고춘순 변호사 "처벌로는 채울 수 없는 사회적 회복과 이익 추구할 것"

고춘순 법무법인 윈 대표변호사
법관 때 비행청소년 편지 11년만에 발송
엄벌 대신 사업재개 이끌어 피해회복 도출
"형벌보다 사회적 통합을 항상 고민"

  • 승인 2025-03-17 17:51
  • 신문게재 2025-03-18 8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IMG_2765
고춘순 법무법인 윈 대표변호사가 대전 둔산동 집무실에서 소회를 밝히고 있다.  (사진=임병안 기자)
청소년들과 지리산 둘레길을 걸으며 방황을 극복하도록 돕는 프로그램을 대전가정법원에서 처음 시행한 고춘순(사법연수원 33기) 변호사가 법관을 마치고 지역사회에 복귀했다. 열흘간 함께 걸었던 비행청소년들이 11년 전에 쓴 타임캡슐 편지를 성인인 된 그들에게 보내줄 예정이라며 범죄로 인해 무너진 사회적 이익과 회복을 위한 활동을 예고했다.

고춘순 법무법인 윈 대표변호사는 최근 대전 둔산동 사무실에서 중도일보와 만나 과거 대전가정법원 법관 시절 소년보호사건 청소년들이 미래의 자신에게 쓴 편지를 꺼내 보였다. 소년담당 판사이던 그는 징벌적 교정에서 벗어나 교육적 선도를 하고자 열흘간 함께 하는 '길 위의 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고 변호사는 "당시 함께 걸었던 친구들과 도보 마지막 날 10년 후 미래의 나에게 보내는 편지를 각각 써서 제가 모아서 보관했는데, 근무지를 옮길 때마다 잊지 않고 지금까지 가지고 있다"라며 "청주와 전주지법에서 형사와 민사사건을 심리하면서 시간을 내지못해 그들에게 보내주기로 약속했던 시기보다 1년 늦어졌으나, 변호사로 개업해 이제 발송할 계획인데 받아볼 친구들을 생각하니 제가 벌써 설렌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청주지방법원 형사합의부와 형사단독 법관을 거쳐 가장 최근에 전주지법 부장판사로 지난 2월 퇴직했다. 그가 청주지법 형사단독 재판장을 맡을 때 검찰이 최고 징역 10년을 구형한 지역주택조합 재개발 사건의 당사자들을 보석으로 석방하고 결국 벌금형으로 마무리한 사건을 가장 기억에 남는 재판으로 꼽았다. 토지확보율 등을 속여 조합 사업비 288억 원을 빼돌린 혐의로 조합 임직원과 홍보대행사 등 7명이 구속상태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이들에게 검찰 구형대로 장기간 구속하는 형사 처벌을 내릴 수 있으나 그러면 처벌 수위는 높아져도 피해자들의 피해 회복에서는 멀어지고 해당 사업은 좌초되는 사회적 비용을 고민했다. 기소된 피고인들을 여러 차례 심문해 피해 회복에 의지를 확인하고 이들을 모두 보석으로 석방했다. 그리고 사업을 재개할 시간을 주고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를 재판 때마다 확인하고 재확인을 거쳐 결국에는 조합원 총회에서 손해배상 합의까지 이르게 되어 최종 벌금형을 선고했다.



IMG_2761 수정
고춘순 변호사가 대전가정법원 소년전담 법관 때 청소년들이 미래의 자신에게 작성한 타임캡슐 편지. 그는 이 편지를 11년만에 발송할 예정이다.  (사진=임병안 기자)
고춘순 변호사는 "형사 재판이라고 해서 처벌에 중심을 두면 형벌 수위는 높아지겠으나 피해 회복은 멀어지고 사회적 이익도 추구할 수 없게 된다"라며 "재판 과정에 사회적 통합에 고민을 많이 했으며, 범죄자가 사회와 화해할 기회를 마련하고 사회의 이익을 담당할 수 있는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돕고자 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해당 재개발 사건이 종료될 때까지 심리 방향을 유지하기 위해 형사단독 재판장을 3년간 맡았고, 항소심에서도 그가 선고한 1심 판결이 유지되면서 확정됐다. 해당 사업장은 올해 아파트 분양을 앞뒀다.

고 변호사는 2015년 변호사 개업 후 2019년 판사로 재임용되었다가 다시 변호사의 길을 걷는다. 고 변호사는 "전에는 개인 변호사였다면 지금은 변호사 10명으로 이뤄진 법무법인의 대표가 되었고, 어려운 사건을 올바로 바라보고 판단할 수 있도록 법리를 잘 정리해 설득하는 게 변호사 역할"이라며 "바쁘다는 이유로 청소년과 상담 선생님과 교류를 못했으나, 앞으로 봉사활동을 재개하고 싶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갑천 야경즐기며 워킹' 대전달빛걷기대회 5월 10일 개막
  2. 수도 서울의 높은 벽...'세종시=행정수도' 골든타임 놓치나
  3. 이상철 항우연 원장 "한화에어로 지재권 갈등 원만하게 협의"
  4. 충남 미래신산업 국가산단 윤곽… "환황해권 수소에너지 메카로"
  5.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1. 충청권 학생 10명 중 3명이 '비만'… 세종 비만도 전국서 가장 낮아
  2. 대학 10곳중 7곳 올해 등록금 올려... 평균 710만원·의학계열 1016만원 ↑
  3.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4. [춘하추동]삶이 힘든 사람들을 위하여
  5. 2025 세종 한우축제 개최...맛과 가격, 영양 모두 잡는다

헤드라인 뉴스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이제는 작업복만 봐도 이 사람의 삶을 알 수 있어요." 28일 오전 9시께 매일 고된 노동의 흔적을 깨끗이 없애주는 세탁소. 커다란 세탁기 3대가 쉴 틈 없이 돌아가고 노동자 작업복 100여 벌이 세탁기 안에서 시원하게 묵은 때를 씻어낼 때, 세탁소 근로자 고모(53)씨는 이같이 말했다. 이곳은 대전 대덕구 대화동에서 4년째 운영 중인 노동자 작업복 전문 세탁소 '덕구클리닝'. 대덕산업단지 공장 근로자 등 생산·기술직 노동자들이 이용하는 곳으로 일반 세탁으로는 지우기 힘든 기름, 분진 등으로 때가 탄 작업복을 대상으로 세탁한다...

`운명의 9연전`…한화이글스 선두권 경쟁 돌입
'운명의 9연전'…한화이글스 선두권 경쟁 돌입

올 시즌 절정의 기량을 선보이는 프로야구 한화이글스가 9연전을 통해 리그 선두권 경쟁에 돌입한다. 한국프로야구 10개 구단은 29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휴식 없는 9연전'을 펼친다. KBO리그는 통상적으로 잔여 경기 편성 기간 전에는 월요일에 경기를 치르지 않지만, 5월 5일 어린이날에는 프로야구 5경기가 편성했다. 휴식일로 예정된 건 사흘 후인 8일이다. 9연전에서 가장 주목하는 경기는 29일부터 5월 1일까지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리는 LG 트윈스와 승부다. 리그 1위와 3위의 맞대결인 만큼, 순위표 상단이 한순간에 뒤바..

학교서 흉기 난동 "학생·학부모 불안"…교원단체 "재발방지 대책"
학교서 흉기 난동 "학생·학부모 불안"…교원단체 "재발방지 대책"

학생이 교직원과 시민을 상대로 흉기 난동을 부리고, 교사가 어린 학생을 살해하는 끔찍한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학생·학부모는 물론 교사들까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경찰과 충북교육청에 따르면 28일 오전 8시 33분쯤 청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특수교육대상 2학년 A(18) 군이 교장을 비롯한 교직원 4명과 행인 2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A 군을 포함한 모두 7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경계성 지능을 가진 이 학생은 특수교육 대상이지만, 학부모 요구로 일반학급에서 공부해 왔다. 가해 학생은 사건 당일 평소보다 일찍 학교에 도착해 특..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2025 유성온천 문화축제 5월 2일 개막 2025 유성온천 문화축제 5월 2일 개막

  • 오색 연등에 비는 소원 오색 연등에 비는 소원

  • ‘꼭 일하고 싶습니다’ ‘꼭 일하고 싶습니다’

  •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