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하추동]봄철 산불 예방, 강풍과 건조 정보로부터

  • 오피니언
  • 춘하추동

[춘하추동]봄철 산불 예방, 강풍과 건조 정보로부터

장동언 기상청장

  • 승인 2025-03-25 17:34
  • 신문게재 2025-03-26 18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장동언 기상청장
장동언 기상청장
겨울의 끝자락을 지나, 움츠렸던 나무들이 새순을 틔우고 대지는 점차 생기를 되찾으며 색색의 꽃들이 피어나고 있다. 추운 겨울을 보내고 마주한 온기가 유독 반갑지만, 봄은 따뜻함만을 선물하는 계절은 아니다. 대기의 흐름이 급격히 변하고, 강한 바람과 함께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며 산불의 위험이 증가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매년 이맘때면 바람을 타고 번지는 산불로 인해 소중한 산림이 사라지고, 인명과 재산 피해가 발생하는 안타까운 일이 반복되고 있다.

봄철은 대기의 움직임이 활발한 시기이다. 겨우내 축적된 찬 공기가 약해지고 남쪽에서 따뜻한 공기가 자주 밀려들면서, 두 기단의 힘겨루기로 기압 차이가 커진다. 이에 따라 강한 바람이 자주 불며, 특히 지형의 영향을 받는 특정 지역은 바람과 함께 대기가 건조해지며 산불의 위험이 커진다. 대표적인 예로 높새바람과 양간지풍이 있다.

높새바람은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대표적인 푄 현상이다. 늦은 봄에서 초여름 사이, 오호츠크해 고기압이 발달하고 우리나라 남쪽 해상으로 저기압이 지날 때 차고 습한 북동풍이 불게 된다. 이 바람이 태백산맥을 넘으며 단열적으로 가열되어, 영서 지방에는 고온건조한 바람이 불어 들어온다. 높새바람 탓에 영서 지방은 대기가 메마르고, 산불이 발생하면 빠르게 확산할 위험이 커진다.

양간지풍은 강원도 양양과 간성(지금의 고성) 사이에서 불어오는 국지적 강풍을 일컫는다. 우리나라 남쪽 해상에 고기압이 위치하고 북쪽으로는 저기압이 통과할 때, 남서풍이 태백산맥으로 유입되며 발생한다. 그리고 이 바람은 산 정상 부근에 역전층이 형성되면, 바람이 산맥과 역전층 사이를 지나 침강하면서 더욱 강한 바람을 만든다. 양간지풍에 의해 영동 지방은 더욱 건조해지고, 강한 바람이 지속되는 가운데 순간적으로 강한 돌풍이 발생하기도 하는 등 산불이 급격히 번지기 쉬운 조건이 형성된다.



또한, 봄철 이동성 고기압이 지날 때는 기온은 올라가고 상대습도는 낮아져 대기가 더욱 건조해진다. 건조한 대기는 산불 발생의 빈도를 높이고, 작은 불씨도 빠르게 확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이렇게 봄은 강풍과 건조함이 겹쳐 산불 발생의 위험이 큰 계절이다. 따라서 봄에는 늘 산불이 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며, 작은 부주의가 대형 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기상청에서는 국민들이 강풍과 건조한 대기에 미리 주의하고 대비할 수 있도록 강풍특보와 건조특보를 발표하고 있다. 건조주의보는 실효습도가 35%(경보 25%) 이하의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경우 발표된다. 강풍주의보는 풍속이 14(경보 21), 산지는 17(경보 24) 이상 지속되거나, 순간풍속이 20(경보 26), 산지는 25(경보 30) 이상 불 때 발표된다. 특보를 참고하면 산불 위험도를 미리 알고 일상 속에서 조심할 수 있을 것이다.

강풍특보와 건조특보를 통해 산불 예방에 도움을 주는 것과 더불어, 기상청은 산불이 발생했을 때 실시간 기상 데이터를 제공해 진화 작업을 지원하고 있다. 산불은 기온, 습도, 바람의 변화에 따라 확산 속도와 방향이 달라지기에, 정확한 기상정보를 제공하고자 노력 중이다. 특히, 시시각각 변하는 바람에 대한 보다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현장에 기상관측차량이나 이동형 기상관측장비를 투입하고 있다. 이동하면서 실시간으로 수집한 기상요소들은 산불 진화 전략 수립에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산불은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한 재해다. 특보를 참고하여 건조한 날씨에는 논·밭두렁 소각을 자제하고, 강풍이 부는 날에는 작은 불씨도 쉽게 번질 수 있음을 인지하고 조심한다면, 산불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기상청은 올봄에도 건조와 강풍에 대한 상황과 예상 정보를 제공하여, 산불 예방과 진화를 도울 것이다. 강풍과 건조한 날씨에 맞서 함께 노력하여, 우리 모두 산불 피해 없이 따스한 기운을 마음껏 느끼며 안전하고 행복한 봄을 즐길 수 있길 바란다./장동언 기상청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시흥시, 별빛 축제 ‘거북섬’ 점등식
  2. "아산으로 힐링 가을여행 오세요"
  3. 대전 유성 노인회서 견학갔다가 80대 실종 9일째…인력 600여명 투입 '희망을'
  4. 행정수도와 거리 먼 '세종경찰' 현주소...산적한 과제 확인
  5. 대전 방공호와 금수탈 현장 일제전쟁유적 첫 보고…"반전평화에 기여할 장소"
  1. 호수돈총동문회, 김종태 호수돈 이사장에게 명예동문 위촉패 수여
  2. 초등생 살해 교사 명재완 무기징역 "비인간적 범죄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3. 대전A고 학교운영위원장 교권침해? 24일 '교보위' 촉각
  4. [경찰의날] 대전 뇌파분석 1호 수사관 김성욱 경장 "과학수사 발전 밑거름될 것"
  5. [S석 한컷]서포터석에서 탐탐이 치는 K-리그 기자! 음치-박치-엇박자 서포터 현장팀 체험

헤드라인 뉴스


사실상 큰산 넘은 CTX… 행정수도 완성에 발맞춰야

사실상 큰산 넘은 CTX… 행정수도 완성에 발맞춰야

대전과 세종, 충북을 급행철도로 연결하는 '충청권 광역급행철도(CTX)'가 민자적격성조사 문턱을 넘을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조국혁신당 황운하 의원(비례)이 행정수도 세종 완성을 위한 CTX의 조기 개통 로드맵 마련을 주문했다. 황 의원은 21일 대전 동구 한국철도공사 본사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한국철도공사(코레일)·국가철도공단·에스알(SR)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 50번에는 행정수도 세종 완성이 있고, 그 주요 내용을 보면 전국 접근성 개선에서 서울에서 1시간 전국 주요 도시에서 2시간 접근 가능한 교..

2025 AAPPAC 대전총회 개막…"지역의 영감이 세계로 확산되다"
2025 AAPPAC 대전총회 개막…"지역의 영감이 세계로 확산되다"

과학과 예술의 도시, 대전시가 세계 공연예술의 중심에 우뚝 섰다. 21일 대전예술의전당에서 개막한 '2025 아시아·태평양 공연예술센터연합회(AAPPAC) 대전총회'가 3일간의 일정에 돌입했다. '지역적 영감에서 세계적 영향으로(From Local Inspirations to Global Influences)'를 주제로 열린 이번 총회에는 세계 20개국 80여 개 공연예술 기관 관계자가 참석해, 지역이 품은 창의성과 상상력이 세계로 확산되는 길을 함께 모색했다. 첫 번째 세션 '세계 문화를 선도하는 K-컬처'에서는 한국 문화예술이..

대전 방사능 위협 여전한데…유성구 뭐했나
대전 방사능 위협 여전한데…유성구 뭐했나

대전 유성구 최대 현안 중 하나인 원자력안전 교부세 신설이 수년째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다. 21대 국회에서 입법이 좌절된 이후 올해 초 또다시 관련법이 제출됐지만, 상임위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성 나아가 144만 대전시민의 안전과도 직결된 사안인데 행정당국의 이슈파이팅 부족으로 현안 관철은 멀기만 해 보인다. 21일 취재에 따르면 지난 1월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의원(대전유성을)이 대표발의 한 이른바 '원자력안전교부세법'(지방교부세법 일부개정안) 7월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됐다. 현재 위원회 차원에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최고의 와인을 찾아라’ ‘최고의 와인을 찾아라’

  • 제80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 제80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

  • 즐거운 대학축제…충남대 백마대동제 개막 즐거운 대학축제…충남대 백마대동제 개막

  • 올 가을 들어 가장 추운 날…‘두꺼운 외투 챙기세요’ 올 가을 들어 가장 추운 날…‘두꺼운 외투 챙기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