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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준 배재대학교 글로벌비즈니스학과 교수 |
특히 한국 기업들은 가격 경쟁력 약화와 수익성 저하를 우려하고 있으며 나아가 보복관세 현실화 시 기업들은 추가 비용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거나 수익성 악화를 감내해야 하는 딜레마에 직면할 수 있다.
미국의 일방적인 관세 부과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은 우선 WTO 제소 등 국제 규범에 기반한 대응을 고려하고 있다. 그러나 WTO의 기능 마비와 미국의 탈 다자주의 성향을 고려할 때 실효성에는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실무급 통상 협의를 강화하고, 전략적 파트너십 국가들과의 공조를 통해 다자적 연대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또한, 민간 차원의 대응도 병행되어야 한다. 미국 내 생산기지 확장을 통한 '현지화 전략'은 관세 회피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동시에 북미-중남미-유럽을 연결하는 수출 다변화 전략도 적극 추진 중이다. 기업들은 제품 생산의 유연성을 높여 특정 국가 의존도를 줄이는 한편, 미중 갈등과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대비책도 병행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 보면, 미국의 관세 정책은 전 세계 공급망 구조를 다극화하는 촉매제로 작용하고 있다. 기존의 저비용 중심 글로벌 공급망에서 벗어나, 안정성과 회복력을 중시하는 '친환경·안전·회복탄력성 중심의 공급망'으로 재편이 진행 중이다. 한국 기업 역시 이를 인식하고, 소재·부품·장비의 국산화율을 높이고 공급선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와 배터리와 같은 전략 품목의 경우, 단일 국가 의존도를 줄이고 미국·유럽·동남아에 분산 투자하는 방식으로 공급망을 재편 중이다. 예컨대, 삼성과 LG 등은 미국 현지 공장 확대와 더불어, 베트남·인도·멕시코 등지로 생산 거점을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단기적인 비용 부담이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회복력을 높일 수 있는 전략적 선택이다.
향후 한국은 민관 협력을 바탕으로 통상 충격을 최소화하고,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다음과 같은 전략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첫째, 정부는 통상 전문가 TF를 구성하여 주요 교역국 정책 변화에 실시간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공급망 리스크 분석 시스템을 고도화해 기업에 정보를 신속히 제공해야 한다.
둘째, 기업은 생산 효율성과 공급 안정성 간 균형을 고려한 '혼합형 공급망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핵심 부품은 국내 또는 우방국 내에서 조달하고, 일반 부품은 저비용 국가에서 조달하는 식의 이원화 전략이 필요하다.
셋째, 장기적으로는 기술 독립과 고도화가 핵심이다. 수입 의존도가 높은 소재·부품에 대해 기술 자립을 강화하고, AI, 양자기술, 차세대 배터리 등 미래 기술에 대한 선제적 투자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미국의 관세 부과 강화는 단순한 통상 문제를 넘어, 산업 전략과 공급망 구조 전반을 재점검해야 하는 신호탄이다. 우리 정부는 이를 단기적 위기가 아닌 장기적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회로 삼아야 하며, 민관이 함께 공급망 다변화, 기술 고도화, 전략적 통상 협력을 추진해야 한다. 2025년 이후의 글로벌 경제질서는 보다 예측 불가능한 환경이 될 것이며, 이에 대비한 유연하고 회복력 있는 공급망 구축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윤경준 배재대학교 글로벌비즈니스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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