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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모델 기반 폭우로 인한 침수 위험도 시군구 단위 지도. |
이러한 상황에서 포스텍과 경북대 연구팀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지역별 홍수 위험도를 예측하고 전국 '홍수 위험지도'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 연구는 최근 환경과학 분야 저널인 '환경관리저널'에 게재됐다.
기후변화와 급속한 도시화로 홍수 피해는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빗물이 스며들지 못하는 콘크리트 도로와 건물이 늘어나면서 같은 양의 비가 내려도 피해 규모는 커지고 있다.
홍수 위험을 예측할 때 전문가의 주관적 판단에 의존하는 '계층화 분석법(AHP)'을 주로 사용했지만 이 방식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 뿐만 아니라 예측 결과의 신뢰도를 수치로 명확하게 표현하기 어려웠다.
포스텍 연구팀은 AI를 활용해 이를 해결했다.
연구팀은 최근 20년간(2002~2021년) 행정안전부가 기록한 전국 시군구별 홍수 피해 데이터를 분석했다. 이를 바탕으로 홍수 위험을 결정하는 네 가지 핵심 요소인 '위해성'(비가 얼마나 많이 오는지), '노출성'(위험에 노출된 인구와 시설), '취약성'(피해를 받기 쉬운 정도), '대응력'(얼마나 잘 대처할 수 있는지)을 세분화하고 이를 AI에게 학습시켰다.
여러 AI 모델 중에서 'XGBoost'와 'Random Forest' 두 모델이 77% 이상의 높은 정확도로 홍수 피해를 예측했다. 흥미로운 점은 두 모델이 각각 다른 요소를 가장 중요하게 꼽았다는 것이다.
XGBoost는 '빗물이 스며들지 못하는 포장면 비율(불투수면 비율)'을, Random Forest는 '하천 면적'을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분석했다.
그럼에도 두 AI 모델 모두 서울과 인천 등 대도시를 '홍수 고위험 지역'으로 평가했다. 이는 인구 밀도가 높고 콘크리트 포장 면적이 넓으며 하천 주변에 건물과 기반시설이 집중돼 피해에 더 취약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연구의 가장 큰 성과는 홍수 위험에 대한 '예측 불확실성'을 수치로 평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여러 AI 모델이 공통으로 위험하다고 평가한 지역은 방재 정책의 우선순위로, 모델 간 평가가 엇갈리는 지역은 추가 조사가 필요한 곳으로 분류할 수 있게 됐다. 이는 한정된 예산으로 효과적인 홍수 대책을 세우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실질적인 해결책도 제시했다. AI 분석을 통해 '불투수면 비율'과 '하천 면적'이 주요 위험 요인으로 확인된 만큼 홍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빗물이 자연스럽게 땅으로 흡수될 수 있는 녹지 공간 확보와 하천 주변 개발 제한 등 자연 친화적 도시 개발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포스텍 이은미 씨는 "AI를 활용해 환경 변화와 실제 피해 데이터를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었다"며 "실질적인 홍수 대응 전략 마련에도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포스텍 감종훈 교수는 "AI가 모든 상황을 완벽하게 판단할 수는 없으므로, 아직까지는 전문가의 판단과 함께 활용해야 보다 정확한 침수범람 지도를 생산할 것"이라고 전했다.
경북대 정영훈 교수는 "이번 연구는 미래 지역맞춤형 홍수 및 침수 범람 대책에 중요한 자료를 제공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포항=김규동 기자 korea808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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