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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시청 전경<제공=통영시> |
통영시립도서관은 국비 1천만 원을 지원받아 시민 참여형 인문학 프로그램 '통영 도미노'를 6월 26일부터 본격 운영한다고 밝혔다.
'길 위의 인문학'은 지역 문화기반시설을 거점으로 인문 강연과 체험을 연계해 생활 속 인문정신 확산을 목표로 한다.
통영시립도서관은 이번 사업을 통해 통영의 정체성을 인문학적으로 재해석하는 두 개의 여정을 제시했다.
첫 번째 여정 '圖美路(도미로)'는 골목을 걷고, 풍경을 보고, 글과 그림으로 삶을 기록하는 과정이다.
참여자는 일러스트 작가 '밥장'과 함께 그림일기를 작성하며, "글과 그림은 손보다 눈이다"라는 주제로 10회 강좌에 참여한다.
두 번째 여정 '島味路(도미로)'는 섬과 시장, 음식, 주민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요리연구가 이상희 강사의 강연과 서호시장 탐방, 전통음식 만들기, 섬마을 답사 등이 결합된다.
그러나 지역 인문학을 표방하는 이번 기획이 외부 전문가 중심의 기성 콘텐츠에 의존해, 통영만의 고유성과 생활언어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인문학은 초청 강사의 언어가 아니라, 주민의 문장으로 시작돼야 한다.
통영의 정체성을 되새긴다면서도 프로그램 설계와 표현 방식은 외래적 시선에 머무르고 있으며, 지역민 주도 참여는 여전히 제한적이다.
통영시는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시민의 문화자긍심을 높이고, 통영의 일상을 기록하는 여정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역의 언어'를 말하면서도, '지역 밖의 문법'으로 그려낸다면 남는 건 기억이 아니라 기록의 간극일 수 있다.
길 위의 인문학은 풍경이 아니라 관계의 문제다.
그 길을 누가 쓰고 있는지를 묻지 않는다면, 통영은 다시 낯선 언어 속에 놓이게 된다.
통영=김정식 기자 hanul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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