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경북 영천 화산중학교 동문들이 내건 '화산중 통폐합 결사반대' 현수막. |
경북 영천교육지원청이 화산중학교와 신녕중학교의 통폐합을 추진하자 화산면지역 단체와 동문들이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영천교육지청은 5월 화산중학교에서 주민설명회를 갖고 전교생 6명인 화산중학교와 전교생 22명인 신녕중학교와 통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설명회에는 화산중학교 교직원들만 참석했다. 일부 학부모들은 설명회 개최 사실을 몰랐다고 했다.
영천교육지청은 6월 9일부터 30일까지 교육지청 홈페이지와 화산중 홈페이지 등을 통해 화산중학교 통폐합 행정예고를 했고, 이 기간 의견 제출이 없자 7월 1일 신녕중학교로 통합하기로 했다.
이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자 화산중학교 동문들이 25일 '화산중학교 폐교 결사 반대', '작은 학교 살린다더니 폐교가 웬말이냐' 등의 현수막을 지역 곳곳에 내걸고 동장협의회, 발전협의회 등 지역 자생단체들과 반대대책위를 구성하기로 했다.
이희창 동문은 "학교는 단순한 교육기관이 아니라 지역의 마지막 안전망"이라며 "중학교가 사라지면 화산면은 급속도로 피폐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화산중 동문들은 "말로만 듣던 폐교가 모교에 적용된다는 소식에 큰 충격을 받았다"며 "그간 화산중에서 수많은 인재들을 배출, 국가 전반에 걸쳐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동료, 선후배들이 많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모교가 사라질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했는데 어떻게 팔짱끼고 지켜볼 수 있겠느냐"며 "학교가 있었기에 오늘의 우리가 있지 않겠느냐. 그간 받은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인구 늘리기와 산업단지 유치 등을 통해 '살기 좋은 고장 만들기'에 앞장서자"고 말했다.
화산면에서 마늘 3000평, 복숭아 1000평, 자두 1000평을 재배하는 권후락씨는 "면내 한 곳 뿐인 중학교가 사라지면 초등학교도 사라질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지역 공동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걱정했다.
이어 "막내딸이 화산중 3학년"이라며 "딸 친구 학부모들이나 화산초등학교 학부모들은 대부분 화산중학교 졸업생들이다. 이들은 화산중학교 폐교를 바라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한 학부모는 "'화산중학교가 어느 중학교와 통폐합하는 것을 원하느냐'란 질문에 당시 분위기에 휩쓸려 신녕중학교라며 통폐합을 찬성했으나 화산중학교 폐교를 바라지 않는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화산초등 학모들도 "화산초등학교에는 13명의 학생들이 있으며, 6학년도 2명이나 된다"며 "이들 모두 화산중학교 폐교를 바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학교 교직원도 "학부모들이 화산중학교 폐교를 원하지 않고 있다"고 지역정서를 전했다.
이에 대해 영천교육지원청 관계자는 "화산중 학부모 6명 모두 통폐합을 찬성했으나 통폐합을 확정한 것은 아니다"며 "학부모나 지역 사회의 면담이 있으면 응하겠다. 면담 결과에 따라 화산중 통폐합이 추진될 수도, 중단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화산중학교 통폐합이 추진되면 8월 중으로 관련 조례 개정 검토를 마친 뒤 10월 초에 경북도의회 의결을 거쳐 최종 결정된다"고 덧붙였다.
지역 교육계는 "학교가 폐교되면 다시 설립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며 "특별히 한 면에 남아 있는 한 곳의 중학교를 폐교하는 데는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북교육청은 학생 수 15명 미만의 학교를 통폐합 대상으로 권고 하고 있으나 통폐합 추진에 따른 반발을 우려해 (폐교) 대상 학교 학부모 60% 이상 찬성해야 추진토록 하고 있다. 이 경우 화산중학교 학부모 6명 중 3명이 반대하면 통폐합 추진은 중단된다. 교육부 기준은 2/3(67%) 이상, 제주도 등은 70% 이상이다.
전라도, 제주도 등 지역 시·도교육청은 지역 사회와 학부모 등의 동의 없이 무리하게 학교 통폐합을 추진하지 않고 있다.
한편, 영천시내와 13km(15분) 거리에 있는 화산면에는 면민의 숙원이던 영천상주고속도로와 대구포항고속도로가 있으며, 이들 고속도로의 IC(인터체인지) 개설도 최근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이들 IC가 개설되면 각종 산업단지 유치 등이 뒤따를 것으로 보여 화산면의 급성장이 기대된다.
영천=김규동 기자 korea808080@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