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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진 부국장 |
논란은 거셌다. 그 무엇보다 일제강점기에 대한 투철한 역사관이 가장 중요한 ‘독립기념관장’이라는 이유에서다. ‘1945년 8월 15일은 광복한 날이 아니고, 홍범도 장군의 흉상이 육군사관학교에 있어야 할 이유가 있느냐, 김구 선생 암살은 구국을 위한 판단이었다’는 등 그의 행적이 드러나면서 논란은 불길처럼 타올랐다.
결국 2024년 제79주년 8월 15일 광복절 경축식은 국론 분열의 장으로 전락했다. 윤석열 정부 주최의 경축식은 세종문화회관에서, 광복회 주최의 경축식은 효창공원 내 백범기념관에서 따로 열렸다. 1965년 광복회 창립 이후 처음이었다.
12·3 비상계엄 사태로 윤석열 정부가 무너지고 이재명 정부가 들어섰음에도 김형석 관장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 3대 역사 연구기관인 국사편찬위원회와 한국학중앙연구원, 동북아역사재단 수장도 아직 친일성향이 강한 이른바, 뉴라이트 계열이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박용갑(대전 중구)·황명선(충남 논산·계룡·금산) 의원은 역사를 왜곡하는 인사를 정무직 공무원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국가공무원법·공공기관운영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는데, 어떻게 됐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김형석 논란 몇 개월 전에는 홍범도 장군 흉상과 독립전쟁영웅실 철거 논란이 있었다. 2023년 국정감사 당시 3선 장군 출신인 국민의힘 신원식 의원이 홍 장군의 흉상을 이념 논쟁의 대상으로 만든 후 국방부의 흉상 철거 발표로 찬반 대립이 벌어졌다.
당시 이장우 대전시장까지 홍 장군이 잠들어 있는 국립대전현충원 앞 명예도로명인 ‘홍범도로’ 폐지 가능성 발언을 하면서 대전에서도 한동안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다행히 이재명 정부가 들어선 후 육사가 홍 장군의 흉상을 교내에 존치하기로 하고 독립전쟁영웅실도 복원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러나 여전히 정부 기관 곳곳에는 일본의 식민지 근대화를 긍정하고 위안부를 부정하는 등 왜곡된 역사의식을 가진 이들이 포진해있다. 이런 측면에서 12·3 비상계엄과 관련자들의 사법적·역사적 단죄는 필요하다. 일부에선 발본색원할 경우 또다시 갈등이 커질 수 있다고 하지만, 1948년 반민족 행위 처벌법에 따라 구성된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반민특위)의 실패를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친일파 청산을 내걸고 의욕적으로 시작한 반민특위는 광복 후에도 사회 곳곳에 박혀 있던 친일파들의 공작과 방해로 고작 14명만 감옥에 보내고 1년도 안 돼 해산됐다. 현재까지 친일파 후손들이 곳곳에서 호의호식(好衣好食)하는 것도 여기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친일하면 3대가 흥하고, 항일(독립운동)하면 3대가 망한다’는 말이 생긴 것도 이 때문이다.
3대 특검,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 등에 의한 내란·외환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수사에 시선이 쏠리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발본색원은 또 다른 갈등의 원인이 아니라 문제를 분석하고 진단해 새로운 해법을 내놓기 위한 당연한 절차라 할 수 있다.
2025년 올해는 광복 80주년이다. 이재명 정부는 8월 15일 오후 8시 광화문 광장에서 80주년 광복절 기념식 후 '제21대 대통령 국민 임명식'을 연다. '국민 주권 대축제-광복 80년 국민주권으로 미래를 세우다'라는 주제로, 초청 인원 1만명을 비롯해 국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국민 통합 행사다.
1년 전 광복절 경축식마저 따로 열었던 국론 분열의 아픔을 치유하는 의미가 크다. 여기에 더해 아직도 진행형인 ‘역사 바로 세우기’에 대한 이재명 대통령의 메시지도 궁금하다.
윤희진 서울본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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