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교수는 2월 말 전공의 이탈 등 의료 공백 상황에서 응급 환자를 돌보다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응급의학계가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했다. 다행히 수술을 받고 건강을 회복해 응급의료 현장에 복귀한 유 교수는 이달 말 정년 퇴임한다. 유 교수는 심포지엄에서 "국내 응급의료가 양적·질적 성장을 이뤘으나 누구도 만족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지역 응급의료 체계가 효과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학교를 떠난 의대생들이 복귀하고, 대형병원들이 사직 전공의를 대상으로 모집을 시작하는 등 의료 공백 사태는 마무리 수순이다. 하지만 응급의료 등 국민 생명과 밀접한 필수의료 전공의 복귀 전망은 밝지 않다. 지난달 초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가 실시한 사직 전공의 대상 설문조사에서 복귀 의사가 없다고 밝힌 72.1%가 응급의학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등 필수의료 분야로 나타났다.
의료계에선 전공의들이 필수의료 분야 복귀를 꺼리는 것은 보수보다는 의료사고에 대한 소송 부담을 꼽고 있다. 고도의 전문성과 기술을 요구하는 의료행위가 많아 의료사고 발생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이 같은 필수의료 기피 양상은 지역의료 체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의료계가 필수의료 영역에 대한 인센티브 강화와 의료사고 시 법적 부담 완화 등 대책을 요구하는 이유다. 모쪼록 촌각을 다투는 응급의료 현장을 오랜 시간 지켜온 유 교수가 퇴임 후라도 한국 필수의료 미래를 밝히는 '등대'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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