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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립미술관 전경. |
시설 수뿐 아니라 관람객, 인력 등 거의 모든 지표가 전국 평균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점에서 구조적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간한 '2024 전국 문화기반시설 총람'에 따르면, 대전의 국공립 박물관은 4곳, 세종은 3곳에 불과하다. 전국 평균이 17곳임을 고려하면 대전은 23.5%, 세종은 17.6% 수준이다.
이어서는 광주(5곳)와 대구·울산(9곳)이 적었고, 가장 많은 곳은 경남(49곳)이었다.
사립과 대학 박물관까지 합쳐도 대전은 총 15곳으로 전국 916곳 가운데 1.6%, 세종은 6곳으로 0.6%에 그친다. 광역시와 특별자치시라는 지위가 무색할 정도의 빈약한 수치다.
미술관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대전의 국공립 미술관은 단 2곳뿐이고, 세종은 아예 없다.
전국 평균이 4.7곳임을 고려하면 대전은 절반에도 못 미치고, 세종은 불모지나 다름 없는 수준이다. 충남(2곳), 충북(5곳) 역시 적은 편이어서 충청권 전체가 전국 평균에 한참 못 미친다.
결국 충청권은 수도권·영남권에 비해 문화 인프라의 변방에 머물러 있으며, 그중에서도 대전과 세종의 인프라가 태부족한 상황이다.
시설 수 부족은 곧 관람객 수로 이어진다. 지난해 대전의 박물관 총 관람객은 57만 6107명으로, 1곳당 평균 4만 1150명에 불과하다. 전국 평균(8만2779명)의 절반 수준이다.
미술관도 마찬가지다. 대전은 총 24만 8653명으로 1곳당 평균 4만 9700명에 그쳐 전국 평균(8만 7000명)의 57% 수준에 머물렀다. 박물관과 미술관 모두 제 기능을 상실한 채 외면받고 있는 현실이다.
문화 인프라를 관리할 인력의 기근 현상도 심각하다.
대전의 전체 박물관 학예직원은 46명에 불과하며, 국공립 박물관에 속한 인력은 단 5명이다. 한 박물관당 많아야 3명, 대부분은 1명으로 운영된다.
미술관도 종사 인력 60명 중 학예 인력은 26명뿐이다. 세종은 미술관이 없으니 학예 인력도 전무하다.
전문 인력이 받쳐주지 못한 박물관·미술관은 껍데기 시설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대전시립박물관은 본관 학예직 2명이 본관을 전담하고 있으며, 분관은 각 1명씩 배치돼 사실상 '1인 박물관' 체제다.
입지 조건도 불리하다. 대전 주요 박물관들은 대부분 도심 외곽에 몰려 있어 접근성이 떨어진다. 주변에 연계할 관광자원도 마땅치 않다.
결국 문제는 단순한 시설 숫자의 부족이 아니라 구조적 불균형에 있다. 시설은 있어도 시민의 발길을 붙잡지 못하고, 인력은 있어도 본연의 연구·전시에 집중하지 못하는 악순환을 반복할 우려가 크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학예사는 "연구와 전시·교육 기획이 본업이지만 당장 눈앞의 일들에 매달리다 보면 정작 콘텐츠 개발은 엄두조차 못 낸다"고 "장기적으로는 학예 인력 확충과 체계적인 프로그램 운영 같은 구조적 개선이 뒤따라야 시민들에게 진정한 문화 진흥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화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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