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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균 소장 |
화해의 해(諧)자도 마찬가지다. 말(言)이 모두(皆) 같아야한다는 획일적 의미보다는, 모두를 나타내는 개(皆)에 사람 인(人)이 더해져서 함께 해(偕)자가 되듯, 해(諧)도 역시 소리가 함께 어울린다는 의미가 강하다. 따라서 화해란 공동체의 각기 다른 목소리가 함께 어우러진다는 뜻이다. 마치 관현악단의 여러 종류의 악기들이 서로 어울려 아름다운 음악을 이루듯, 화해는 인간세상의 각기 다른 소리들이 함께 어울려 조화로운 사회를 이룬다는 뜻이다. 따라서 공동체내에서 같은 소리, 같은 말만 되풀이 하는 것을 갖고 "화해가 잘 된다"라고 말하는 것은 화해의 본뜻과는 거리가 있다. 각기 다른 소리와 말을 경청하며 존중하는 것이 진정한 화해라는 것이다.
요즘 우리사회는 양극단의 진영논리에 갇혀 한 목소리만 내는 것이 화해라 생각하는 것 같다. 혹 다른 소리가 나기라도 하면 무슨 소리냐며 난리가 난다. 표현의 자유를 말하면서도 다른 소리가 조금이라도 들리면 마치 엄청난 반란이라도 일어난 듯 파고든다. 같은 공간, 같은 무리에 있어도 다른 말 다른 행동을 할 수 있다. 또 그걸 용납하고 들어주는 것이 건강한 사회이다. 그런데 요즘 돌아가는 우리 사회의 모습은 그 반대로 가는 것 같다. 간혹 중용적 도리를 추구하면 어느 쪽에서도 관심 갖지 않는다. 이쪽 아니면 저쪽, 좌 아니면 우가 되어야 한다. 중(中)이 없는 사회는 불안하고 위험하다. 중이 중심이 되어야 대화도 화해도 가능한데, 중의 자리가 없으니 대화도 화해도 없다.
마치 고속도로 양쪽 끝에 나있는 갓길 주행만 있는 것 같다. 갓길은 비상시에 활용하기 위한 일시적 방편일 뿐 평소에는 다니면 안 되는 길이다. 그런데 우리사회는 좌(진보)든 우(보수)든 갓길(극단) 주행만 허락하는 것 같다. 당연히 대화와 타협은 없고, 일방적 대결과 충돌만 양산하는 형국이다.
논어에 진정한 지도자(君子)는 "화해하고 꼭 같지 않아도 된다(和而不同)"고 말하고, 소인배는 "꼭 같아야 한다고 고집하며 화합하지 못한다(同而不和)"고 했다. 군자는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며 화해 존중하며 자기만 옳다고 고집하지 않지만, 소인은 부화뇌동하며 조금만 달라도 인정하지 않고 화해, 타협하지 못하며 편 가르기에 치중한다.
애당초 우리사회는 하늘과 땅과 인간을 존중하며 음양조화와 천인합일을 강조했다. 양극단의 음과 양을 통해 조화 통일을 모색했고, 위치와 역할이 완전히 다른 하늘과 땅과 인간을 함께 말하며 화해와 조화를 추구했다. 특별히 각자 개성이 강한 인간과 인간의 조화와 화해를 말하며 효와 예절문화를 만들었다. 버르장머리 없는 것을 경계하며 가장 큰 죄로 불효를 말할 정도로 법치(法治)보다는 예치(禮治)와 효치(孝治)를 강조했다. 천시(天時), 지리(地利), 인화(人和)를 말하며 그중에 제일은 '인화'라고 했다. 그 가치와 장점을 살리고자 '효행장려 및 지원에 관한 법률'과 '인성교육 진흥법'을 제정하고, 효와 예의 중요성을 일깨운 것도 그 연장선상이다. 10월은 효행법에 근거한 '효의 달'이다. 효행의 목적 가운데 하나는 세대간 화해와 조화에 있다. 효의 달 10월만이라도, 어른들이 자라나는 세대를 생각하며 진영논리에 갇힌 양극단의 다툼을 자중하고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화해 조화 공동체의 귀감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김덕균 중국산동사범대학 한국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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