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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근호 시인. |
손근호
1
외로워 두손 벌리며 저녁 노을을 닮아가는 석류
고귀한 기도 드리듯 가을의 그림자
슬픈 황혼이 늙어가는 작은 등성에 올라
살아 가면서 만날 여러 사람의 수를 헤아리고
많은 사람이 주고갈 가을의 침묵이
짙은 약속으로 다시 바람처럼 스쳐지나네
떨어진 갈색연한 이 낙엽위로
긴그림자로 가을의 거룩함이 보이네
2
세월이 익어 가을처럼
거룩할 수 있는 존재가 되기를
가을의 높은 침묵의 존재로 남아
낙엽의 성서러움을 만나는 이들에게
신선한 사랑을 전해주어야지
그리곤 나의 인생을 걸어야지.
▲쪽지한장
가을은 우리 모두에게 경건한 마음을 심어 주는 계절이다. 그 가을의 침묵은 사람에게 내면의 성숙을 주고 가을이라는 약속의 믿음을 주는 시간이다. 보고 싶은 사람은 아련하게 그리워 하고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은 간간히 묻을 수 있는 계절이다.
경기=김삼철 기자 news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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