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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재완 한국원자력연구원 경제성분석실 선임연구원 |
상업적 목적으로 전력을 생산한 원자로는 1957년 미국에서 운전을 시작한 시핑포트(Shipping Port) 원자로다. 하지만 이에 앞서 미해군은 릭오버 제독의 지휘하에 원자로를 잠수함에 탑재해 운영하기 시작했다. 1954년 완성된 노틸러스 잠수함은 오늘날 우리나라도 주력 원전으로 활용하는 가압수형원자로(PWR)의 시초가 되었다. 비등수형원자로, 소듐냉각원자로, 납냉각원자로 등 다양한 기술이 미국과 소련을 중심으로 개발됐으나, 당시 가장 안정적이고 운용하기 좋은 원자로가 PWR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상업용 원전도 PWR 기술을 많이 채택하게 되었다.
최근 우리나라도 핵추진잠수함(핵잠수함)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미국의 원자로는 바다에서 뭍으로 올라왔지만, 우리는 반대로 뭍에서 바다로 원자로가 들어가게 된다. 잠수함에 적용될 원자로의 설계는 쉽지 않다. 발전용 원전과 달리 매우 좁은 공간에 많은 부품이 들어가야 한다. 폭발과 같은 강한 충격도 버텨야 하며, 승조원들이 옆방에서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차폐도 되어야 한다. 또한, 출력 조절이 빨라야 하며, 기울어지거나 심각한 경우 뒤집히는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이 복잡한 문제를 1950년대 미해군은 3년 만에 해결했다. 많은 투자가 필요하겠지만, 오늘날 조선과 원자력 분야를 선도하는 우리가 못할 이유는 전혀 없다.
원자력이 잠수함에 활용된 이유는 산소가 필요 없다는 장점 때문이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독일의 U보트 잠수함에 수많은 선박을 잃으며 잠수함의 전략적 가치를 체감했다. 하지만 U보트도 큰 약점이 있었다. U보트를 비롯한 디젤엔진 잠수함은 엔진 가동을 위해 수면 위로 빨대를 내밀어 공기를 흡입해 전기를 생산하고, 이를 배터리에 충전해 전기모터를 돌려 잠항한다. 수면 가까이 올라와 공기를 빨아들여야 하니 적에게 발각되기 쉬운 것이다. 이후 공기 없이 추진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개발해 잠항시간이 더 길어졌지만, 연료와 산소를 대체하는 물질 모두 잠수함에 탑재해야 하는 한계가 있었다.
반면, 핵잠수함은 애초에 추진용 산소가 필요 없다. 오히려 원자로의 막대한 열과 전기로 바닷물을 분해해 산소를 만들 수 있다. 따라서 잠항시간은 산소나 연료의 잔량이 아닌 승조원의 식량과 정신적 건강에 의해 제한된다. 결국 핵잠수함의 개발로 잠항시간과 작전능력이 획기적으로 향상되었다. 1958년 하와이 항구를 출발한 노틸러스호는 북극을 통과해 그린란드 옆에서 다시 나타났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큰 행사를 열어 소련과 세계에 미국의 기술적 우월함을 자랑했다. 노틸러스호가 얼음 밑을 통과할 때 세계는 그 소리를 듣지 못했지만, 역사는 그 항해를 잊지 않았다.
오늘날 원자력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다는 매력 때문에 해양 선박에 적용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세계 물류는 바다의 수많은 선박 덕분에 유지되며, 선박에서 주로 사용하는 벙커씨유는 지구온난화를 부추기는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한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상업용 선박에 원자로를 탑재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인허가를 비롯해 선결과제가 많지만, 이보다 더 유망한 기술도 없다. 최초의 핵잠수함을 건조한 릭오버 제독의 어록으로 마무리하고자 한다. "좋은 아이디어는 저절로 채택되지 않는다. 그것은 용기 있는 조바심을 가지고 실천으로 옮겨져야 한다." 프로메테우스의 불은 여전히 우리 손에 있다. 그 불을 다시 바다로 보낼 용기, 그 불을 품을 품격이 문명을 가를 것이다. 조재완 한국원자력연구원 경제성분석실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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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효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