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결핍이 아닌 만족과 사랑으로 성장하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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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보기]결핍이 아닌 만족과 사랑으로 성장하는 삶

정연헌 변호사

  • 승인 2025-11-06 16:49
  • 신문게재 2025-11-07 19면
  • 이상문 기자이상문 기자
정연헌-변호사
정연헌 변호사
나는 아들이 둘 있다. 아이들이 초등학생이던 시절, "너희는 아버지가 부자라면 공부를 어떻게 할래?"라고 물어본 적이 있다. 큰아들은 "아버지가 부자인데 공부도 잘하면 더 좋잖아요. 저는 더 열심히 할 거예요"라고 대답했고, 작은아들은 "아버지가 부자인데 굳이 열심히 공부할 필요가 있나요?"라고 되물었다.

작은아들의 사고방식은 나를 닮은 듯하고 하늘은 작은 아들을 위해서 아직도 나를 부자가 되지 못하게 하는 것 같다. 이렇듯 사람마다 공부를 위한 동기, 성취를 위한 동기는 저마다 다른 것 같다.

나는 1960년대 후반에 태어났다. 당시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160달러 수준이었다. 어린 시절, 일요일이면 비가 오기를 기다렸던 기억이 난다. 비가 오면 부모님이 농사일을 시키지 않으셨기 때문이다.

초등학교에서 4킬로미터 넘게 떨어진 농촌 마을에 살던 나는 공부를 제법 잘했지만, 선생님은 나에게 보이스카우트 단원이 되어 보라는 권유를 하지 않았다. 읍내에 사는 친구들이 멋진 스카우트 복장을 입고 활동하는 모습을 보며 부러워했던 기억이 난다. 겨울이면 마당에서 세수를 하고 방으로 들어오면 머리카락에 고드름이 달릴 정도로 추웠다. 실내에서 씻을 수 있는 집에서 사는 것이 꿈이었고, 고등학교 3학년 때 충주시내 아파트에 사는 친구 가족의 배려로 친구네 집에서 기거하며 그 꿈을 이뤘다. 처음 좌변기에 적응하기 어려웠던 것 빼고는 너무나 안락한 집이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나의 성장 동력은 '결핍'과 '열등감'이었던 것 같다.



결핍에서 벗어나고자 공부했고, 그 원동력으로 현재의 제가 된 것 같다. 하지만 결핍이 어느 정도 해소되자, 꿈이 소박하였던 나는 더 이상 남들보다 열심히 일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결핍에 의한 노력은 이렇듯 한계가 있다. 결핍이 해소되면 노력의 동기가 사라지거나, 보상심리로 인해 사치와 방탕으로 흐르다가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고, 더 큰 결핍을 만들어 끝없이 노력하게 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행복하지는 않을 것이다.

반면, 열등감이나 결핍이 없어도 성취욕이 강한 사람도 있다. 데이비드 맥클레랜드의 성취 동기 이론에 따르면, 성취욕이 강한 사람은 도전적인 목표를 스스로 설정하고, 그 과정을 즐긴다고 한다. 대표적인 인물이 일론 머스크다. 그는 'PayPal'을 성공적으로 매각한 후에도 안주하지 않고, '스페이스X'와 '테슬라'라는 전혀 다른 분야에 도전했다. 수많은 실패와 조롱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았다. 그를 움직인 것은 돈이나 명예가 아니라 "인류를 다행성 종족으로 만들겠다"는 비전과 성취욕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성취욕이 강한 사람도 좌절을 겪을 수 있다. 목표를 이루지 못했을 때의 절망감, 노년기에 더 이상 성취할 것이 없어졌을 때의 허무함은 더욱 깊을 수 있다. 성취욕이 잘못된 방향으로 흐르면 사회에 해악을 끼칠 수도 있다.

그래서 저는 결핍에서 출발한 사람도, 성취욕이 강한 사람도 인문학적 소양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세상일 모두가 내 뜻대로 되지는 않는다는 것, 성취가 나 혼자만의 능력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과 사회 시스템 덕분이라는 것을 깨닫는다면, 성취는 겸손과 나눔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리고 그 성취를 진정으로 완성하는 것은 '만족'과 '사랑'인 것 같습니다. 자신의 성취에 대한 만족과 가족의 애정, 공동체의 애정이 없다면 성취는 외롭고 공허할 수 있습니다. 만족은 행복의 원천이고, 나의 성취를 넘어 더 큰 성취를 꿈꿀 수 있도록 재충전하여 줄 것입니다. 사랑은 내가 존재하는 이유를 확인시켜 주고, 내가 이룬 것을 함께 기뻐해줄 사람을 만들어 줍니다. 만족과 사랑은 삶의 방향을 잡아주고, 성취의 끝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을 줍니다.

결핍이 일으켜 세우고, 성취욕이 밀어주고, 사랑이 지켜주는 삶, 결핍이 아닌 만족과 사랑으로 성장하는 삶, 그것이 우리가 지향해야 할 삶의 모습 아닐까요.
정연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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