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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물 사진 (출쳐=픽사베이) |
새해 준비의 첫 단계는 소중한 사람들을 위한 선물 고르기다. 러시아는 선물을 주고받는 문화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11월 초부터 상점마다 크리스마스와 새해 선물 세트를 선보인다. 화장품, 향수, 문구, 의류, 식기류 등 다양한 상품이 '새해 한정판 컬렉션'으로 진열되며, 쇼핑몰 곳곳에는 화려한 장식과 반짝이는 트리로 분위기가 무르익는다. 선물 포장 서비스도 이 시기에 활발해지며, 포장지는 주로 눈꽃, 트리, 금빛 리본 등 새해 상징으로 꾸며진다.
선물을 모두 준비한 뒤에는 자신을 위한 새해 준비가 이어진다. 러시아 여성들은 12월 말까지 옷, 메이크업, 네일, 헤어스타일 등을 미리 계획한다. 흥미롭게도 러시아에서는 띠별 운세(동양의 12간지와 유사한 개념)를 참고해 새해 패션을 정하는 문화가 있다. 예를 들어, 새해가 붉은 말의 해라면 금색이나 검은색 옷이 커리어에 도움이 되고, 빨간색은 부와 번영을 상징한다고 여긴다. 이 때문에 러시아의 패션·뷰티 블로거들은 해마다 '새해 행운을 부르는 색상' 콘텐츠를 제작하며 큰 인기를 얻는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전통은 '소원 종이 의식'이다. 자정에 새해 종소리가 울릴 때, 미리 적어둔 소원을 종이에 불을 붙여 태운 뒤, 그 재를 샴페인 잔에 떨어뜨려 마시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믿는다. 이 전통은 오랜 세월이 지나도 여전히 많은 러시아 사람들이 지키는 새해 의식 중 하나다.
이렇듯 러시아의 새해 준비는 단순히 명절을 맞이하는 절차가 아니라,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시작을 향한 설렘을 표현하는 문화적 의식이다. 사람들은 바쁜 일상 속에서도 선물 준비, 집 꾸미기, 가족 계획 등으로 11월부터 활기를 되찾는다.
필자에게도 러시아의 새해는'기적을 믿는 시간'이었다. 한국에서 생활하는 지금도 11월이 되면 러시아의 반짝이는 거리와 눈 내리는 밤, 그리고 가족이 함께 웃던 그 새해 풍경이 그리워진다.
비록 지금은 타국에서 살고 있지만, 새해를 맞는 마음만큼은 여전히 러시아에 있다. 새해는 어느 나라에서든 '희망'과 '함께함'의 상징이다. 러시아의 느긋하고 따뜻한 11월 새해 준비 문화가 한국에서도 전해져, 모두가 다가올 한 해를 설레는 마음으로 맞이하길 바란다.
옐로비코바 마리나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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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미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