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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근배 포스텍 교수 |
햇빛과 전기, 단순한 구조체만으로 오염된 물을 정화해 안전한 식수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포스텍 기계공학과 임근배 교수, 박사과정 최운재 씨 연구팀이 '태양광'과 '전기'로 미세플라스틱을 비롯한 초미세 입자를 효율적으로 제거하는 기술을 구현했다.
복잡한 장비와 고압 펌프가 없어도 되는 이 기술은 물 부족과 수질 오염이 심각한 지역 식수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안전한 식수 접근성은 전 세계적으로 개선되고 있지만 인류의 약 4분의 1은 아직도 심각한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기후변화와 산업화로 수자원이 빠르게 오염돼 정수 시설이 부족한 일부 지역에서는 오염된 물을 그대로 마시는 일도 적지 않다.
최근 '막(membrane)'을 이용한 정수 시스템이 사용되고 있으나 고압 펌프와 많은 전력이 필요하고 시간이 지나면 막이 막혀 효율이 떨어졌다.
포스텍 연구팀은 '나노전기수력학적 여과' 원리를 적용해 막이 필요 없는 전기 기반 정수 시스템을 새롭게 제안했다. 간단히 말해, 전기로 수 μm(마이크로미터)에서부터 10nm(나노미터) 이하에 이르는 물속 미세 입자들을 밀어내는 방식이다.
이 시스템은 셀룰로오스 스펀지와 면섬유로 만든 친환경 다공성 구조체에 특수 코팅을 입혀 물이 통과할 때 내부에 자체적으로 전기장이 집중되도록 설계됐다.
이렇게 만들어진 전기장은 눈에 보이지 않는 전자 그물망처럼 미세플라스틱이나 세균처럼 음전하(-)를 띤 입자들을 효과적으로 밀어낸다. 복잡한 미세 가공이나 고도의 공정 기술이 필요하지 않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특히 기존 나노여과나 한외여과 시스템은 수십에서 수백 kPa(킬로파스칼)의 고압 펌프가 필요하지만, 이 시스템은 단 1kPa 이하의 낮은 압력, 즉 중력만으로도 작동한다.
그럼에도 단위면적(m2) 및 시간당 400L(리터) 이상의 높은 처리량을 유지한다. 10nm(머리카락 굵기의 1만분의 1) 이하 초미세 입자들까지 99% 이상 제거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세척만으로도 성능이 회복돼 20회 이상 재사용이 가능하고 외부 전원 없이 태양광 충전 배터리만으로 작동할 수 있어 유지비용도 거의 들지 않는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임근배 교수는 "실험실 수준에 머물렀던 나노전기수력학 현상을 실제 시스템으로 확장하는 데 성공했다"며 "태양광 기반의 단순하고 효율적인 정수 기술로, 물 부족 지역의 식수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기술은 식수를 정화하는 것뿐 아니라 바이오의약품 생산 과정에서의 입자 분리, 반도체 공정용 초순수 생산 등 초미세 오염 제어가 필요한 산업 전반에도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포항=김규동 기자 korea808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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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동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