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장기태 소장 |
역사적으로 도시는 언제나 인류 문명을 비추는 거울이었다. 농경과 교역의 시작이 초기 도시를 태동시켰고, 산업혁명 이후 도시는 생산과 기술의 중심지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변화를 거치며 도시는 단순한 물리적 공간에 머물지 않고, 사람과 기술, 사회가 유기적으로 상호작용하며 끊임없이 적응하고 진화하는 살아있는 생명체로 기능해 왔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스스로를 재구성해 온 거대한 유기체였던 셈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도시는 인구와 산업이 집중되면서 교통 혼잡, 환경오염, 에너지 낭비 등 새로운 복합적 문제들을 직면하고 있다. 성장의 원동력이던 도시가 이제는 스스로의 복잡성과 비효율이라는 또 다른 변화에 적응해야 하는 시점에 이른 것이다.
기술적으로는 2000년 전후 정보통신기술(ICT)의 비약적 발전이 도시 운영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각종 센서와 CCTV, IoT 기기를 통해 도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관리하는 스마트시티 개념이 등장한 것이다. 기존의 행정과 경험 중심 운영에서 벗어나, 도시의 눈과 귀가 디지털화되면서 관제센터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도시의 상태를 파악하고 문제를 조기에 대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그 한계도 분명했다. 데이터의 양은 폭증했지만, 이를 해석하고 의사결정을 내리는 주체는 여전히 사람이었다. 그러다 보니 교통·환경·치안 등 각 기능이 분절적으로 관리되면서, 도시 전체를 유기적으로 아우르는 통합적 조정과 예측에는 미흡함이 있었다. 도시가 복잡해질수록 개별 부문은 최적화되었지만, 전체 시스템의 조화는 깨졌다. 부분의 효율이 전체의 지능을 대체할 수 없었던 것이다. 결국 도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스템 전체가 스스로 학습하고 판단하는 새로운 패러다임, AI 도시로의 전환이 필요했다.
이러한 배경에서 등장한 것이 바로 인공지능 도시다. AI 도시는 데이터를 단순히 수집·저장하는 공간이 아니라, 스스로 학습하고 예측하며 행동하는 지능형 도시를 의미한다. 방대한 도시 데이터를 기반으로 대형언어모델(LLM), 딥러닝, 디지털트윈, 엣지컴퓨팅 등 첨단 기술이 도시의 물리적 공간과 사이버 공간을 정밀하게 연결하고 있다. 차량, 로봇, 인프라, 에너지 설비가 데이터를 주고받으며, 클라우드·엣지·온디바이스 지능이 통합적으로 작동한다. 도시는 점점 하나의 거대한 물리적 인공지능 시스템(Physical AI System)으로 진화하는 것이다.
그동안의 스마트시티가 데이터를 통해 현상을 '관측'하는 도시였다면, 인공지능 도시는 데이터를 '이해'하고 스스로 '행동'하는 도시다. 그 핵심은 예측과 자율에 있다. 도시는 환경 변화를 학습해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스스로를 갱신하고, 시민의 생활 패턴과 이동 흐름을 파악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제 도시는 단순한 인프라의 집합체가 아니다. 사람, 기술, 데이터가 공명하며 함께 성장하는 지능형 생태계다. AI가 도시의 두뇌가 되고 데이터가 혈관처럼 흐르는 이 새로운 도시에서, 기술의 목표는 어디까지나 사람이다. 인간의 안전과 편의, 그리고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해 도시는 지금, 스스로 생각하는 존재로 진화하고 있다./장기태 KAIST 모빌리티 연구소 소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심효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