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인칼럼] 성과공유회, 지역 변화의 속도를 다시 묻다

  • 오피니언
  • 전문인칼럼

[전문인칼럼] 성과공유회, 지역 변화의 속도를 다시 묻다

이상호 대전사회혁신센터장

  • 승인 2025-11-30 11:38
  • 신문게재 2025-12-01 18면
  • 박병주 기자박병주 기자
이상호 대전사회혁신센터장
이상호 대전사회혁신센터장
대전사회혁신센터가 올해도 성과공유회를 열었다. 매년 반복되는 행사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지역 현장에서 오래 지켜본 이들에게 성과공유회는 단순한 '결산의 장'이 아니다. 지역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 시민의 삶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그리고 그 길을 누가 함께 걸을 것인지 묻는 살아 있는 대화의 장이다. 2025년 성과공유회가 유독 주목받은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올해의 키워드는 '연결'이었다. 혁신은 종종 개별 프로젝트나 아이디어의 영역으로만 이해되지만, 실제 변화는 서로 다른 주체들이 만나는 지점에서 일어난다. 특히 올해 센터는 원도심에 잠재된 로컬자원을 기관·시민·전문가와 협업해 발굴하고, 이를 로컬 브랜드로 체계화하며 도시 경쟁력과 지역경제를 강화한 성과를 공유했다. 오래된 골목, 지역 상인, 문화자원을 단순히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가능성으로 재구성해낸 점이 돋보였다.

이 과정에서 센터가 운영한 대전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소통·협력 공간은 중요한 역할을 했다. 단순한 회의실을 넘어 다양한 프로그램과 자원을 품고 서로 연결하는 '지역 혁신 허브'로 기능하며, 시민·유관기관·전문가가 함께 만드는 지속 가능한 커뮤니티의 기반을 다졌다. 이러한 방식은 최근 대전의 여러 기관이 강조해온 목적과도 맞닿아 있다.

예를 들어 대전문화재단의 문화 다양성 성과공유회는 지역 문화활동가와 예술가, 시민이 함께 참여해 자원을 공유하고 협력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데 주력해 왔다. 대전일자리경제진흥원은 로컬기업·청년창업가·상권활성화 주체들이 한 자리에 모여 지역경제의 지속가능성을 모색하는 성과공유회를 운영하고 있으며, 대전마을공동체지원센터는 마을조직 간 협력과 경험 공유를 통해 공동체 회복력을 높이는 데 성과공유회의 목적을 두고 있다. 대전사회혁신센터의 이번 성과공유회 역시 이러한 흐름과 연결되며, 도시 전체가 협력적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는 토대를 확장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시민 주도 프로젝트의 성장도 빠질 수 없다. 과거 공공이 방향을 제시하고 시민이 이에 참여하는 방식이었다면, 올해는 시민이 먼저 문제를 제기하고 행정과 전문기관이 이를 지원하는 구조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 마을 돌봄, 환경 개선, 청년 주거 등 생활 밀착형 의제들이 '시민의 언어'로 재해석되며 정책 이전의 '생활정책'으로 뿌리내린 것이다. 이는 혁신의 중심이 행정에서 시민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 하나 주목할 변화는 데이터 기반의 사회혁신 시도다. 센터는 지역 데이터를 분석해 문제의 구조를 시각화하고, 시민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전달해 공론장을 열었다. 이는 단순한 보고서를 넘어 '이해 가능한 데이터'가 지역 민주주의의 기반이 될 수 있음을 확인한 사례였다.

성과공유회는 성과를 드러내는 자리였지만, 동시에 반성과 다음 단계를 모색하는 시간에 더 가까웠다. 발표자들은 입을 모아 '우리가 함께할 때 더 멀리 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혁신은 빠른 속도보다 올바른 방향이 중요하며, 그 방향은 다양한 주체의 참여 속에서 정교해진다. 센터가 지속적으로 추진해 온 협력의 시스템화는 결국 지역 스스로 혁신 구조를 만들고 확장하는 토대를 마련하고 있다.

무엇보다 올해 성과가 특별한 이유는, 이러한 연결과 협업이 원도심 경제 활성화라는 실질적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역 자원을 발굴해 시민과 전문가 네트워크로 재구성하고, 이를 브랜드 자산으로 전환함으로써 지역경제의 체질을 바꾸는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2025년 성과공유회는 대전의 변화 속도를 다시 묻는 자리였다. 무엇을 더 빨리할 것인지보다, 무엇을 함께 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 중심에 놓였다. 혁신은 거창한 목표가 아니라, 연결·공유·참여라는 기본 원칙을 지속적으로 실천하는 과정이다. 대전사회혁신센터가 내년에도 이 원칙을 중심에 두고 지역과 함께 걸어갈 때, 대전은 더 나은 공동체와 경쟁력 있는 도시로 한 걸음 더 나아갈 것이다./이상호 대전사회혁신센터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중수청 예산 순위도 밀린 대전… 세종 임시청사 장기화 우려
  2. [통(通)하는 충남, 시험대 선 박수현 충남지사의 소통 리더십] ③ 혁신도시의 완성을 향한 공공기관 및 산단 유치
  3. 방학 중 돌봄 공백 커지나…대전 교육공무직노조 총파업 예고
  4. 충남대병원 보수공사 기간 제1주차장 폐쇄…가뜩이나 혼잡한데 환자 불편예상
  5. 특허법원, 한남대·충북대와 지식재산 재판 현안 논의
  1. "토큰부터 무선충전 전기버스까지" 특구1번 오창수 기사 본 '창밖'
  2. 농어촌 기본소득, 청양군에 불어온 활력의 바람
  3. 대전 노후계획도시 선도지구 둔산 2곳·송촌 1곳 '낙점'
  4. [춘하추동] 기후위기 시대, 폭염 대응의 새로운 기준
  5. 민주노총대전본부, 폭염감시단 발족...차별 없는 폭염 대책 전면 적용촉구

헤드라인 뉴스


[기획-옅어진 대전 문인의 흔적] ② 주차장이 된 박용래 집터

[기획-옅어진 대전 문인의 흔적] ② 주차장이 된 박용래 집터

도시의 기억은 결국 사람과 장소에 남는다. 대전에도 지역 문학사의 흐름을 이어온 문인들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지만, 정작 그 자취는 시민들에게 충분히 알려지지 못한 채 멀어지고 있다. 묘역은 찾기 어렵고, 생가는 사라졌으며, 지역의 문학적 자산을 기리려는 노력은 행정의 체계적 지원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본보는 '옅어진 대전 문인의 흔적' 기획을 통해 대전 문학유산 보존의 현주소와 지역 문화 행정의 과제를 짚어본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르포] 산길 끝 김호연재 묘역, 문학관 논의도 길 잃었다 ② 주차장이 된..

대전 선도지구 발표… 둔산 신청 구역들 `희비교차`
대전 선도지구 발표… 둔산 신청 구역들 '희비교차'

대전 노후계획도시정비 선도지구 선정 결과에 신청 구역들의 희비가 교차했다. 일부 구역은 결과를 수용하고 2차 공모 준비에 나섰지만, 자체적으로 높은 점수를 예상했던 구역은 평가 결과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를 검토하는 등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15일 정비업계 등에 따르면 대전 선도지구 공모에는 둔산지구 9곳과 송촌(중리·법동)지구 1곳 등 총 10개 구역이 신청했다. 1차 선도지구 공모 결과 총 3개 구역이 선정됐다. 둔산지구에서는 13구역(크로바·목련)·14구역(한가람·공작)이, 송촌지구는 6구역(보람·삼익소월)이 이름을 올렸다. 반..

대통령 업무보고 첫날, 지방주도 성장 우대·지원정책 봇물
대통령 업무보고 첫날, 지방주도 성장 우대·지원정책 봇물

이재명 정부 출범 후 두 번째로 열리는 부처별 업무보고에서 지방주도 성장을 위한 다양한 우대 정책과 지원 방안들이 쏟아졌다. 재정경제부는 재정과 금융·세제·규제·기술·인재·인프라 등 7대 패키지를, 국세청은 지역기업 세무조사 유예 등을, 조달청은 비수도권 기업의 수주기회 확대와 판로 지원, 관세청은 권역별 첨단산업 집중 지원 등을 내놨다. 국가데이터처는 지역 관련 정보통계를 확충하고, 금융위원회는 지방금융 격차 해소에 나선다. 이 대통령 주재로 15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업무보고 첫날, 재경부와 국세청, 관세청, 조달청, 국가데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제헌절에 대해 공부해요’ ‘제헌절에 대해 공부해요’

  • 나에게 맞는 대학은? 나에게 맞는 대학은?

  • 초복 앞두고 북적이는 삼계탕집 초복 앞두고 북적이는 삼계탕집

  • ‘집 밖이 더 낫다’…쪽방촌의 힘겨운 여름 나기 ‘집 밖이 더 낫다’…쪽방촌의 힘겨운 여름 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