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칼럼] AI가 여는 우주산업의 다음 라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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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칼럼] AI가 여는 우주산업의 다음 라운드

박정호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기술사업화실장

  • 승인 2025-12-25 15:11
  • 신문게재 2025-12-26 18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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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호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기술사업화실장
최근 우주 분야에서 AI의 위상은 있으면 좋은 기술에서 조직과 예산이 동반되는 핵심 역량으로 바뀌고 있다. NASA는 2024년 5월 기관 최초의 Chief Artificial Intelligence Officer(CAIO)를 임명하며 AI를 거버넌스 차원에서 관리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는 상징에 그치지 않는다. NASA는 화성 탐사선 퍼서비어런스가 암석 성분을 실시간 분석해 관측 대상을 스스로 고르는 AI 활용 사례를 공개했고, NASA 민관 협력 프로그램으로 Frontier Development Lab(FDL)을 통해 우주기상, 외계행성 탐색 등의 문제에 AI를 지속 적용하고 있다. 유럽도 마찬가지다. ESA는 파이샛을 통해서 구름 낀 영상은 궤도에서 걸러 내려보내지 않는 온보드 AI를 실증하며 데이터 전송 효율을 AI로 끌어올리는 방향을 제시했다. 헤라(Hera) 임무의 자율 항법 등 우주에서의 AI 적용 사례를 소개하는 등 활발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주요 우주기관들이 AI 연구를 공격적으로 늘리는 이유는 분명하다. 우주 활동 영역이 확대되고, 위성 수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운용이 복잡해지고, 데이터는 넘치는데 사람과 전통적 소프트웨어만으로는 속도와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우주산업의 경쟁 규칙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과거의 경쟁이 더 큰 로켓, 더 정교한 위성에 있었다면, 지금은 더 똑똑한 운영, 더 빠른 의사결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위성은 소형화 및 군집화되며 수가 늘고, 관측 및 통신 데이터는 폭증한다. 이때 AI는 단순한 분석 도구를 넘어 임무 설계부터 운용, 데이터 유통, 서비스 수익화까지 우주 가치사슬을 재구성하는 촉매가 된다. 우선 AI는 위성을 센서에서 결정장치로 변화시킨다. 원본 데이터를 모두 내려보내 지상에서 처리하던 방식은 대역폭, 지연, 비용의 한계에 부딪힌다. 대신 궤도에서 이상징후를 탐지하거나 정보를 요약 및 압축해 필요한 정보만 전송하는 온 디바이스 AI가 활성화되고 있다. 홍수, 산불, 해양오염처럼 실시간 대응이 필요한 영역에서 빠르게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은 곧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또한 AI는 위성 운영 비용의 구조를 바꾼다. 군집위성 시대에는 스케줄링, 전력 및 열 관리, 고장 예측, 충돌 회피를 사람이 모두 처리할 수 없다. AI 기반 자율 운영은 인력 의존도를 낮추고 위성 한 기당 운영비를 줄이며 임무 가동률을 높인다. 즉 AI는 위성 운영에서 비용 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 그리고 AI는 우주에서의 안전이라는 새로운 산업을 창출한다. 위성 밀집도가 높아질수록 우주 쓰레기, 근접 접근, 사이버 위협은 서비스 중단과 직결된다. AI는 방대한 궤도 데이터를 통합해 위험을 예측하고, 경보 우선순위를 정하며, 회피 등을 포함한 실행 가능한 운영 조치를 선제적으로 추천할 수 있다. 앞으로는 지구궤도를 포함해 우주상에서의 안전을 담보하는 기업이 보험, 규제 대응, 운영 대행까지 묶어 시장을 선점할 가능성도 커진다.



AI의 우주 분야 적용은 우주분야의 업스트림과 다운스트림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지금 필요한 것은 AI를 적용하겠다는 선언이 아니라, 검증된 성능과 지속 가능한 데이터 자산을 축적하고 신뢰성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는 것이다. 또한 이제는 우주만이 아니라 우주와 AI에 대한 지식을 겸비한 인재를 키우는 일이 장기적인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다. 우주상의 두뇌가 지상 위의 산업을 바꾸어 가는 지금의 기회를 잘 포착할 때 한국 우주산업의 기회도 더 크게 열릴 것이다. 박정호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기술사업화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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