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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인순 전 원자력연구원장(현 전의마을도서관장)이 인터뷰에 임하고 있다. 금상진 기자 |
-이재명 정부가 지난해 10월 미국과 원자력 잠수함 도입을 논의하고 승인을 받았다. 원자력 연구를 총괄했던 책임자로서 소감은?
▲원자력 잠수함에 대한 논의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여 년 전으로 기억한다. 연구원 재직시절, 당시 해군 제독과 원자력 잠수함 건조에 대한 계획을 추진한 바 있다. 해군 입장에서 본다면 원자력 잠수함의 가치와 필요성이 절실함을 느낄 수 있었다. 원자력 잠수함은 디젤 잠수함과 비교해 소음이 거의 없고 장기간 잠항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연료 보급 없이도 몇 달씩 작전이 가능한 것이 큰 장점이다. 원자력은 우리에게 두 가지 중요한 의미가 있다. 하나는 에너지 자립이고, 다른 하나는 국가 안보와 직결된다. 삼면이 바다인 대한민국에서 바다를 지키는 능력은 곧 국가 생존과 직결된다. 풀어야 할 문제들이 많지만, 원자력 잠수함 건조는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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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29일 경북 경주 힐튼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대통령 주최 정상 특별만찬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영접하고 있다.(연합뉴스) |
▲대한민국은 이미 원자력 발전 분야에서 세계 최정상급 국가다. 아랍에미리트에 수출한 140만㎾급 원전은 세계 최고 수준의 대형 원자로다. 그에 반해 원자력 잠수함에 들어가는 원자로는 규모 면에서 훨씬 작은 시스템이다. 기술적으로 보면 오히려 더 단순한 영역이라는 말이다. 잠수함에는 원자로는 스마트(SMART) 원자로가 추진체로 들어간다. 우리가 기술을 갖고 있으며 이미 개발이 끝난 분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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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년 10월 22일 경남 거제 한화오션에서 열린 장영실함 진수식 (연합뉴스) |
▲스마트 원자로는 이미 개발이 완료됐고, 인증까지 받은 검증된 기술이다. 대형 상업용 원자로보다 구조가 단순하고 안전성도 뛰어나다. 스마트 원자로는 일체형 원자로로 설계돼 크기가 작고, 냉각과 안전 계통이 통합돼 있다. 미국은 1950년대 이미 원자력 잠수함을 실전에 배치했다. 우리나라의 스마트원자로는 그보다 훨씬 진보된 기술이다. 다만 한미 원자력협정을 통한 국가 간 협력에 풀어야 할 문제들이 있다. 그 부분만 해결된다면 스마트원자로를 잠수함에 적용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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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자력잠수함 가상이미지(모션엘리먼츠) |
▲아마도 방사능 유출에 대한 안전성을 의심하는 것 같다. 원자력 잠수함 사고로 인한 방사선 누출은 들어보지 못했다. 침몰을 가정한다 해도 '원자로 가동 중단'의 문제이지, 방사능 유출과는 다른 문제다. 원자로의 가동이 멈추면 잠수함의 생명은 그것으로 끝이다. 우리 과학자들이 개발한 원자로는 다중 안전장치를 갖추고 있고, 자동화·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사고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본다. 사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국내에서 운영 중인 디젤 잠수함의 경우 단 한 번의 사고도 없었다. 안전에서도 국내 원자력 기술은 세계적인 기술을 가졌고 사고에 대비할 능력도 충분히 갖추고 있다.
-원자력 잠수함을 국내 조선소에서 건조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는데.
▲당연히 국내에서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기술과 노하우가 축적된다. 대한민국은 세계 최고의 조선·제조 강국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건조하는 나라가 원자력 잠수함을 외국에서 건조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미국은 우리나라와의 협력을 통해 조선업 부흥을 모색하고 있다. 우리가 이를 잘 활용해야 한다. 미국과 잘 협의하면서 주도권을 갖고 건조해야 향후 수출까지도 도모할 수 있다.
-원자력 잠수함 운영을 위해선 핵연료 확보 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되는데.
▲원자력 잠수함에는 최소 20% 수준의 저농축 우라늄이 필요하다. 이 부분은 한미 원자력 협정에서 미국의 승인이 필요한 부분이다. 만약 이 문제가 해결된다면, 우리는 연료 가공부터 제작까지 모두 수행할 수 있는 나라가 된다. 그 외 기반 기술은 이미 다 확보한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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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8700t급 '핵동력 전략유도탄 잠수함 건조사업'을 현지 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5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
▲북한은 독자적으로 원자로를 건설할 능력이 없다. 만약 원자력 잠수함이 있다 해도 과거 소련(러시아) 계열의 지원이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아직 실제 원자로가 탑재됐다는 증거는 없다. 그저 외형만 공개된 것이다. 북한은 늘 과시적인 성과를 지향하는 나라다. 이번에도 그런 성격이 강하다고 본다.
-북한은 오랜 기간 핵을 연구한 나라다. 핵잠수함 건조도 가능하지 않으냐는 주장이 있는데.
▲핵무기와 원자력 잠수함은 완전히 다른 분야다. 북한이 자랑하는 핵은 단순히 폭탄을 터뜨리는 기술이고, 원자로는 에너지를 제어하며 전력을 꺼내 쓰는 기술이다. 원자로 운영 기술은 핵무기보다 훨씬 고난도의 기술이다. 핵무기를 인류가 알게 된 것이 무려 80년 가까이 된다. 그에 반해 원자로는 여전히 첨단 기술의 영역에 있는 하이테크 기술이다.
-우리나라는 수년 전부터 탈원전 정책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탈원전에 대한 의견은.
▲탈원전은 세계 흐름을 전혀 읽지 못한 그릇된 정책이다. 전기차가 거리에 오가고 도래하는 AI 시대에는 막대한 전력이 필요하다. 태양광과 풍력만으로는 이에 대한 전력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 원자력은 가장 안정적이고, 가장 저렴하며, 가장 현실적인 에너지 자원이다. 연료비 비중이 5%에 불과한 에너지원은 원자력밖에 없다. 자원 빈국 대한민국이 원자력을 포기한다는 건 스스로 생존 기반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
-자원 빈국 대한민국이 원자력 강국이 될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이라고 보나.
▲아이러니하지만, 대한민국에 자원이 없다는 사실은 '축복'이라 생각한다. 자원이 없었기에 원자력을 택한 것이다. 먹고 살기 어려웠던 시절 이승만 대통령이 원자력의 씨를 뿌리고, 박정희 대통령이 키우고, 전두환 대통령 시절 R&D 투자가 본격화되며 오늘의 원자력 강국이 만들어졌다. 그분들의 과거 업적이 어떠하든 그런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원자력 기술 자립을 이룰 수 있었다. 원자력을 연구하면서 내가 얻은 가장 큰 자산은 '대한민국 국민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확신이다.
-대한민국의 과학기술을 주도하는 후배들과 정치인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후배들에게는 '세상에 100점짜리 기술은 없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인간이 만든 기술에는 완벽이 없다. 그래서 끊임없이 공부하고, 개선하고, 점검해야 한다. 국민이 가장 우려하는 안전에 대한 신뢰도 노력 끝에 나오는 것이다. 정치인들에게는 공부 좀 하라는 말을 하고 싶다. 에너지는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태양광, 풍력 하지 말라는 말이 아니다. 탈원전으로는 국가를 운영할 수 없다. 원자력을 제대로 이해하고, 국가의 백년대계를 고민해 주길 바란다.
금상진 기자 jod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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