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만에 인구 늘어난 대전… 청년들이 모이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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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만에 인구 늘어난 대전… 청년들이 모이는 이유는

  • 승인 2026-01-29 16:55
  • 신문게재 2026-01-30 5면
  • 최화진 기자최화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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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청 전경.
사람은 이유 없이 도시를 떠나지 않고, 이유 없이 도시로 모이지도 않는다. 집값이 오르면 등을 돌리고 통근 시간이 길어지면 지치며 일자리가 불안하면 발길은 멀어진다. 대한민국의 대부분 지방 도시가 지금 "사람은 왜 떠나는가"라는 질문 앞에 서 있다. 그런데 대전은 최근 "왜 사람들이 다시 모이고 있는가"라는 다른 질문을 던질 수 있게 됐다.

▲12년 만의 반등… "사람이 다시 늘었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2025년 12월 말 기준 대전의 주민등록 인구는 144만 729명이다. 이는 전년 대비 1572명 증가한 수치다. 대전 인구가 증가세로 전환된 것은 2013년 이후 12년 만이다.

같은 기간 전국 인구는 감소세를 이어갔다. 2025년 전국 주민등록 인구는 전년 대비 9만 9843명 감소했다. 서울(-3만 2280명), 부산(-2만 4998명), 대구(-1만 597명), 광주(-1만 6409명) 등 주요 광역시 대부분이 감소 흐름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청년이 있다. 2025년 한 해 동안 대전으로 전입한 인구는 8만 173명, 이 가운데 20~30대 청년층이 4만 7696명(59.5%)을 차지했다. 20대는 39.5%, 30대는 20.0%였다.

청년 전입이 늘어난 흐름은 일시적 현상이 아니다. 대전의 청년 순유입은 2020년 -3043명, 2021년 -1164명이었으나 2022년 +343명, 2023년 +706명, 2024년 +777명으로 3년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청년 인구 구조도 안정적이다. 2025년 기준 대전의 청년 인구 비율은 28.6%로 특·광역시 중 2위, 평균 연령은 44.5세로 3위다. 전국 평균 청년 비율은 26.0%, 평균 연령은 45.9세다.

▲"청년은 실제로 행복한가"… 연구 결과가 말해주는 대전

국회미래연구원이 2023년 12월 발간한 '대도시 청년들의 삶의 만족도: 7대 광역시를 중심으로'에 따르면, 대전 청년의 행복감은 7.04점(10점 만점)으로 부산(7.34점)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전반적 삶의 만족도 역시 4.94점(7점 만점)으로 2위였다.

특히 눈에 띄는 지표는 미래 안정성 만족도다. 대전은 6.72점(10점 만점)으로 조사 대상 7대 광역시 가운데 1위였다. 생활수준 만족도(6.60점), 안전감 만족도(6.72점) 역시 상위권이었다.

연구진은 청년 행복과 가장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는 요인으로 △일에 대한 만족 △생활수준 만족 △미래 안정성 △안전감을 꼽았다. 이 네 항목 모두에서 대전은 상위권에 위치했다.

대전 청년의 삶을 설명하는 가장 상징적인 숫자는 34.37분이다. 대전 청년의 평균 통근시간이다. 조사 대상 7대 광역시 가운데 가장 짧았다. 서울은 71.77분, 인천은 66.01분으로 대전의 두 배 수준이었다.

통근시간은 청년의 행복과 통계적으로 유의한 부(-)의 상관관계를 갖는 변수다. 통근시간이 길수록 삶의 만족도는 낮아지고 짧을수록 여가와 관계, 자기계발 시간이 늘어난다. 실제로 '좋아하는 일을 하는 시간의 양' 만족도에서 대전은 6.82점으로 1위를 기록했다.

▲"서울보다 덜 벌어도, 더 산다"… 청년들이 말하는 대전

서울에서 공기업에 다니다 최근 대전으로 근무지를 옮긴 30대 남성 전 모 씨는 결혼을 계기로 삶의 방향이 달라졌다고 말한다. 그는 서울 지부에서 근무하다 대전지사로 전보를 신청했다. 결정적인 이유는 주거였다.

전 씨는 "신혼집을 알아보면서 서울과 대전의 집값 차이를 실감했다"며 "비슷한 조건의 집을 기준으로 보면 체감 격차가 상당했다"고 말했다. 서울에서는 주거비 부담이 컸지만, 대전에서는 같은 예산으로 훨씬 안정적인 주거 환경을 마련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결혼을 앞두고 현실적인 선택을 하게 됐다"며 "직장을 그만둔 것도 아니고, 경력이 단절된 것도 아니다. 같은 조직 안에서 근무지를 옮겼을 뿐인데 삶의 여유가 생겼다"고 했다.

정부대전청사에 근무 중인 30대 여성 김 모 씨는 직장을 계기로 대전에 정착했다. 그는 "처음에는 근무지 때문에 오게 됐지만, 막상 살아보니 생활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 씨는 "대전과 세종은 행정기관이 밀집해 있어 공공부문 일자리가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라며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종사자 입장에서는 직무 이동이나 경력 관리 측면에서도 선택지가 있다"고 말했다.

생활 여건에 대한 만족도도 높았다. 그는 "주거, 교통, 문화, 의료 등 기본적인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며 "특별히 불편한 점을 찾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서울처럼 복잡하지 않으면서도 필요한 것은 대부분 갖춘 도시라는 인상이 강하다"고 덧붙였다.

대전에서 나고 자라 현재도 대전에서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20대 여성 윤 모 씨는 이 도시의 가장 큰 장점으로 접근성을 꼽았다.

그는 "대전 안에서 약속을 잡을 때 위치 때문에 고민해 본 적이 거의 없다"며 "도심 어디에서 만나든 이동 시간이 크게 차이나지 않고, 교통편도 잘 갖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울이나 다른 대도시에서는 같은 도시 안에서도 이동 자체가 일정이 되지만, 대전에서는 그런 부담이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대전에서 계속 살아갈 계획이냐는 질문에 그는 "특별히 다른 지역으로 나가야 할 이유를 느끼지 못한다"고 답했다. 윤 씨는 "일자리가 있고, 이동이 편하고, 생활에 불편이 없다면 굳이 도시를 옮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대전은 그런 조건을 갖춘 도시"라고 말했다.

▲대전 청년정책의 방향… '지원'이 아니라 '정착'

대전의 청년정책은 '얼마를 주느냐'보다 '어디에 머물게 하느냐'에 방점이 찍혀 있다. 단기 지원이 아니라, 청년이 도시 안에서 삶을 이어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를 위해 대전시는 지난해 대전청년내일재단을 출범시켰다. 전국 최초의 청년정책 전담 공공기관이다. 청년 일자리, 주거, 복지, 장학, 문화 정책을 통합적으로 조정·집행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2026년 기준 대전청년내일재단이 수행하는 사업은 19개, 총예산은 314억 원에 달한다.

대전시 청년정책에서 가장 비중이 큰 분야는 일자리다. 대전시는 청년정책의 최우선 과제를 단순 취업이 아닌 정착형 일자리로 설정하고 있다. 단기간 취업 성과보다 지역에 남아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대표적인 사업이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다.

이 사업은 대학과 지자체가 함께 지역 인재를 양성하고, 해당 인재가 지역 산업에 정착하도록 연결하는 구조다. 2026년까지 720억 원이 투입돼 12개 과제가 추진되고 있다

RISE 사업은 기존 대학 지원 사업과 달리 교육-연구-취업을 하나의 흐름으로 설계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대학에서 배출된 인재가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는 구조를 완화하고, 지역 산업과 연결해 지역 내에서 커리어를 시작하도록 유도한다.

'대전형 코업(Co-op) 청년 뉴리더 양성사업'도 같은 맥락이다. 지역 대학과 협력해 청년 120명이 60개 지역 기업에서 3~4개월간 실무 경험을 쌓도록 지원한다. 단순 체험이 아니라, 실제 채용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설계된 프로그램이다.

이와 함께 대전시는 '대전 정착형 청년일자리 종합 프로젝트'를 통해 청년 선호 기업과 인재를 매칭하고, 장기근속을 유도하는 단계별 지원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청년에게는 안정적인 직장을, 기업에는 필요한 인재를 연결하는 방식이다.

대전의 일자리 정책은 공공부문에만 머물지 않는다. 민간 기업 생태계 역시 청년 정착의 중요한 축으로 작동하고 있다.

대전에는 현재 상장기업 66곳이 있으며, 시가총액 규모는 80조 원 수준이다. 최근 3년간 19개 기업이 신규 상장하며 기업 생태계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방위사업청 이전, 나노·반도체 국가산단, 우주산업 클러스터 조성, 원촌·안산 산업단지 재편 등 굵직한 산업 인프라도 추진되고 있다. 대전시는 이를 통해 청년이 지역에서 커리어를 시작하고, 중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산업 기반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대전은 기술 창업 도시로 분류된다.

KAIST, ETRI를 비롯한 26개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집적돼 있고, 기술 기반 창업 여건이 전국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세계혁신지수 과학기술집약도 평가에서도 아시아 2위, 세계 15위를 기록했다.

대전시는 창업 초기 단계뿐 아니라, 창업 2~5년 차 '데스밸리' 구간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이 시기를 넘지 못해 폐업하는 사례가 많다는 판단에서다.

이를 위해 공간, 자금, 판로, 인재, 마케팅을 전 주기로 지원하는 대전형 창업지원체계를 구축했다. 연평균 900억 원 규모의 예산이 창업 지원에 투입되고 있으며, 2028년까지 창업 공간을 24개소 502실로 확대할 계획이다.

대전투자금융을 통해 2030년까지 5000억 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투자까지 지역 내에서 순환하는 구조도 만들고 있다.

청년 정착에서 주거는 핵심 요소다. 대전시는 청년 주거 문제를 단순한 복지가 아니라 정주 정책의 관문으로 보고 있다.

대전시는 월세→공공임대→자가로 이어지는 주거 사다리를 정책적으로 설계하고 있다. 청년 월세 지원 사업은 월 20만 원씩 최대 12개월 지원하며, 2022년부터 2025년까지 1만 280명이 혜택을 받았다. 청년 주택 임차보증금 이자 지원 사업은 같은 기간 약 2000명이 이용했다.

기숙사형 청년하우스 226실을 운영하며, 대전에서 근무하는 청년 근로자의 주거 안정을 돕고 있다. 공공임대주택은 2030년까지 총 3119호를 공급할 계획이다. 특히 역세권 중심의 매입형 임대주택은 공급 속도와 입지 측면에서 청년 수요에 부합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전시는 장기적으로 임대에서 자가로 이동할 수 있도록 전세자금 이자 지원과 자가 전환형 청년주택 모델도 검토 중이다.

대전의 청년정책은 일자리와 주거에서 끝나지 않는다. 결혼, 출산, 양육, 문화까지 삶의 전 단계를 잇는 구조다.

청년 결혼장려금 제도는 18~39세 청년이 혼인 신고 시 1인당 250만 원을 지원한다. 제도 시행 이후 대전의 혼인 건수는 크게 증가했다. 대전시는 이를 청년이 결혼을 '현실적인 선택지'로 인식하도록 돕는 정책으로 평가하고 있다.

문화 분야에서는 청년 예술인을 위한 비상임 예술단을 운영한다. 대전아트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대전아트콰이어는 지역 청년 음악인에게 활동 무대를 제공하고, 시민에게는 문화 향유 기회를 넓히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12년 만의 인구 증가세 전환은 단순한 수치 변화를 넘어 대전의 미래세대가 꿈을 펼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는 의미"라며 "양질의 일자리와 안정적인 주거, 교육과 돌봄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지속 가능한 인구 정책으로 생활인구 유입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최화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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