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속 신앙에서 유래한 '손'은 우리가 흔히 아는 '손님'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여기서의 '손'은 날짜에 따라 동서남북 사방으로 돌아다니며 인간의 일을 방해하고 해코지하는 악귀나 귀신을 뜻한다.
조상들은 이 귀신이 활동하는 방향을 피해 이사를 하거나 잔치를 벌여야 집안에 우환이 생기지 않는다고 믿었다. 즉, '손 없는 날'이란 이 귀신들이 지상을 떠나 하늘로 올라가거나 활동을 멈추는 날을 뜻하며, 어떤 방향으로 이동해도 해를 입지 않는 최고의 '길일'로 통한다.
비록 현대 과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미신적 요소가 강하지만, 이는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불운을 경계하고 심리적 안정을 찾으려는 한국인만의 오랜 지혜가 담긴 전통이다. 오늘날 이 관습은 현대인의 경제 활동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손 없는 날'에는 이사 수요가 폭발적으로 몰리기 때문에, 이사업체 예약이 평일보다 몇 달 전부터 마감되거나 비용이 높게 책정되기도 한다.
최근에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귀신보다 무서운 것이 이사 비용"이라며 합리적인 '손 있는 날'을 택하는 실속형 이사족도 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이 중요한 인생의 대소사를 결정할 때 이 전통을 참고하고 있다. 한국의 '손 없는 날' 문화는 단순히 귀신을 피하는 행위를 넘어, 가족의 안녕과 행복한 시작을 기원하는 따뜻한 마음이다.
심정미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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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미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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