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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용택 한밭대 교수/예술학박사 |
반면 기업의 시간은 인간의 시간보다 훨씬 더 가혹하다. 필자는 과거 국내 한 기업의 100주년 기념관 건립 컨설팅을 진행한 경험이 있다. 그 과정에서 '기업 100년의 가치는 무엇인가'를 고민하던 중, 국내에서 100년을 넘긴 기업이 10개도 채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접했다. 글로벌 경영 연구에 따르면 세계 기업의 평균 수명은 약 13년에 불과하며, 한국의 현실은 더욱 냉혹하다. 통계청과 중소기업 관련 자료에 따르면 신설 기업의 5년 생존률은 40% 안팎에 머물고, 설립 후 30년이 지나면 기업의 약 80%가 시장에서 사라진다. 한국에서 100세 이상 인구 비율이 약 0.017%(전체 인구 100만명 중 170명) 수준인 반면, 100년 기업의 비율은 전체 기업 대비 0.0001~0.0002%(전체 기업 100만개당 약 1~2개) 수준으로 추정되는데, 기업이 100년을 존속할 확률은 인간이 100세를 넘길 확률보다 수십 배 낮은 셈이다. 이러한 수치를 마주하며 필자는 컨설팅에서 해당 기업의 핵심 메시지로 '기업의 100년은 인간의 100세보다 위대하다'라는 카피를 제시했고, 이 카피를 접한 기업의 회장은 자사의 가치를 정확히 짚어냈다며 깊은 감동을 표했던 기억이 있다.
우리나라에는 수백만 개의 기업이 존재하지만, 100년 이상 존속한 기업은 손에 꼽을 정도에 불과하다. 반면 이웃 나라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으로 알려진 사찰 건축회사 금강조(金剛組, 곤고구미, 578년)가 있으며, 100년 이상 기업이 수만 개에 이르는 세계 최대의 장수기업 국가로 평가된다. 일본의 100년 기업들은 그 가치를 단순히 규모나 매출 같은 외형에 두고 있지 않으며, 순간의 이익보다 신뢰를 중시하고, 속도보다 방향을 선택해 만들어 온 시간이었다. 지켜온 원칙과 태도는 위기 앞에서도 책임을 회피하지 않는 기업 문화를 만들었고, 그 결과 이들은 100년을 넘어 영속을 향하고 있음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에 100년 기업이 드문 이유는 기업의 개별적 역량 부족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일본에 비해 늦은 근대화, 전쟁과 분단, 압축적 경제성장과 외환위기를 거치며 한국 기업은 장기 존속보다 단기 생존과 고속 성장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여 있었다. 빠른 전환과 빠른 성과가 미덕이 된 '빨리빨리'의 구조 속에서, 오랜 시간에 걸친 신뢰의 축적과 전승은 후순위로 밀려났다. 이런 구조에서 기업의 전략은 '오래 버티는 것'이 아니라 '당장 살아남는 것'에 맞춰질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100년 기업의 희소성은 우연이 아니라 구조의 산물이 되었다. 한때 세계를 호령하던 124년 역사의 코닥필름과 149년 역사의 노키아가 몰락한 사례는 기업의 영속이 결코 보장된 미래가 아님을 분명히 보여준다. 광복 직후 비슷한 시기에 출발해 오늘날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 LG, 현대, SK 역시 이제 약 80년의 시간을 지나 100년 기업을 향해 가고 있다. 100년 기업은 고용과 기술, 신뢰가 축적된 저장소이자 국가 브랜드와 직결된 자산이며, 위기 상황에서는 경제의 완충 장치이자 사회의 중추적 버팀목이 된다.
이렇듯 희소한 인간의 100년과 기업의 100년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인간의 100년이 개인 생애의 완성이라면, 기업의 100년은 사회와 국가의 성취이다. 인생의 100년이 개인의 완료형이라면, 기업의 100년은 모두의 현재 진행형이자 미래형이다. 그래서 100년은 목표가 아니라 기준이다. 속도보다 방향을, 성과보다 태도를 요구하는 기준이다. 기업의 100년은 분명 축하하고 기념할 만한 일이지만, 단순한 자축의 파티로 끝나서는 안 된다. 유한한 인간의 100년보다, 영속을 향한 기업의 100년은 더 어렵고 더 위대한 공공의 여정이기 때문이다.
공용택 한밭대 교수/예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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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화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