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人칼럼] 100년의 가치, 기업의 100년은 인간의 100년보다 위대하다

  • 오피니언
  • 문화人 칼럼

[문화人칼럼] 100년의 가치, 기업의 100년은 인간의 100년보다 위대하다

공용택 한밭대 교수/예술학박사

  • 승인 2026-02-11 17:12
  • 신문게재 2026-02-12 19면
  • 최화진 기자최화진 기자
KakaoTalk_20260210_203528469
공용택 한밭대 교수/예술학박사
100년의 시간은 인간에게도, 기업에게도 희소하다. 인간은 이제 '100세 시대'를 말하지만, 기업은 여전히 한 세기를 넘기기조차 어렵다. 이 두 개의 100년은 단순한 시간의 양이 아니라, 시간을 대하는 가치와 태도의 차이를 보여준다. 우리나라는 불과 한 세기 전만 해도 인간의 평균수명이 40~50년에 불과했고, 일제강점기와 전쟁, 질병과 가난의 시대를 거치며 삶의 중심 과제는 생존이었다. 그러나 평균수명 80세를 넘어선 오늘날, 인간은 100세를 이야기하는 시대에 들어섰다.

반면 기업의 시간은 인간의 시간보다 훨씬 더 가혹하다. 필자는 과거 국내 한 기업의 100주년 기념관 건립 컨설팅을 진행한 경험이 있다. 그 과정에서 '기업 100년의 가치는 무엇인가'를 고민하던 중, 국내에서 100년을 넘긴 기업이 10개도 채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접했다. 글로벌 경영 연구에 따르면 세계 기업의 평균 수명은 약 13년에 불과하며, 한국의 현실은 더욱 냉혹하다. 통계청과 중소기업 관련 자료에 따르면 신설 기업의 5년 생존률은 40% 안팎에 머물고, 설립 후 30년이 지나면 기업의 약 80%가 시장에서 사라진다. 한국에서 100세 이상 인구 비율이 약 0.017%(전체 인구 100만명 중 170명) 수준인 반면, 100년 기업의 비율은 전체 기업 대비 0.0001~0.0002%(전체 기업 100만개당 약 1~2개) 수준으로 추정되는데, 기업이 100년을 존속할 확률은 인간이 100세를 넘길 확률보다 수십 배 낮은 셈이다. 이러한 수치를 마주하며 필자는 컨설팅에서 해당 기업의 핵심 메시지로 '기업의 100년은 인간의 100세보다 위대하다'라는 카피를 제시했고, 이 카피를 접한 기업의 회장은 자사의 가치를 정확히 짚어냈다며 깊은 감동을 표했던 기억이 있다.



우리나라에는 수백만 개의 기업이 존재하지만, 100년 이상 존속한 기업은 손에 꼽을 정도에 불과하다. 반면 이웃 나라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으로 알려진 사찰 건축회사 금강조(金剛組, 곤고구미, 578년)가 있으며, 100년 이상 기업이 수만 개에 이르는 세계 최대의 장수기업 국가로 평가된다. 일본의 100년 기업들은 그 가치를 단순히 규모나 매출 같은 외형에 두고 있지 않으며, 순간의 이익보다 신뢰를 중시하고, 속도보다 방향을 선택해 만들어 온 시간이었다. 지켜온 원칙과 태도는 위기 앞에서도 책임을 회피하지 않는 기업 문화를 만들었고, 그 결과 이들은 100년을 넘어 영속을 향하고 있음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에 100년 기업이 드문 이유는 기업의 개별적 역량 부족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일본에 비해 늦은 근대화, 전쟁과 분단, 압축적 경제성장과 외환위기를 거치며 한국 기업은 장기 존속보다 단기 생존과 고속 성장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여 있었다. 빠른 전환과 빠른 성과가 미덕이 된 '빨리빨리'의 구조 속에서, 오랜 시간에 걸친 신뢰의 축적과 전승은 후순위로 밀려났다. 이런 구조에서 기업의 전략은 '오래 버티는 것'이 아니라 '당장 살아남는 것'에 맞춰질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100년 기업의 희소성은 우연이 아니라 구조의 산물이 되었다. 한때 세계를 호령하던 124년 역사의 코닥필름과 149년 역사의 노키아가 몰락한 사례는 기업의 영속이 결코 보장된 미래가 아님을 분명히 보여준다. 광복 직후 비슷한 시기에 출발해 오늘날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 LG, 현대, SK 역시 이제 약 80년의 시간을 지나 100년 기업을 향해 가고 있다. 100년 기업은 고용과 기술, 신뢰가 축적된 저장소이자 국가 브랜드와 직결된 자산이며, 위기 상황에서는 경제의 완충 장치이자 사회의 중추적 버팀목이 된다.



이렇듯 희소한 인간의 100년과 기업의 100년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인간의 100년이 개인 생애의 완성이라면, 기업의 100년은 사회와 국가의 성취이다. 인생의 100년이 개인의 완료형이라면, 기업의 100년은 모두의 현재 진행형이자 미래형이다. 그래서 100년은 목표가 아니라 기준이다. 속도보다 방향을, 성과보다 태도를 요구하는 기준이다. 기업의 100년은 분명 축하하고 기념할 만한 일이지만, 단순한 자축의 파티로 끝나서는 안 된다. 유한한 인간의 100년보다, 영속을 향한 기업의 100년은 더 어렵고 더 위대한 공공의 여정이기 때문이다.

공용택 한밭대 교수/예술학박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건강]설명절 허리·다리 통증의 숨은 원인은?
  2. 줄지은 대전·충남 행정통합 반대 근조화환
  3. 대전·충남통합 주민투표 놓고 여야 갈등 심화
  4. 대전 공유재산 임대료 경감, 올해도 이뤄지나... 60% 한도 2000만원서 3000만원 상향 검토
  5. 대전·충남 통합 변수...충청광역연합 미래는
  1. 이주 작업 한창 장대B구역 '빛이 머무는 순간' 헤리티지 북 발간
  2. 충청권 상장기업, 시총 211조 원 돌파 쾌거
  3. 규모만 25조 원…대전·충남 통합 지자체 금고 경쟁구도 주목
  4. '왼손엔 준설 오른손에 보전' 갑천·미호강, 정비와 환경 균형은?
  5. 전남 나주서 ASF 발생, 방역 당국 긴급 대응

헤드라인 뉴스


대전시, 행정통합 주민투표 행안부에 요청

대전시, 행정통합 주민투표 행안부에 요청

대전시가 11일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에 대한 '주민투표'를 정부에 요구하고 나섰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만든 행정통합 특별법안에서 기존 대전시와 충남도가 논의해 국민의힘이 발의한 법안에 담긴 정부 권한·재정 이양이 대폭 사라지면서 행정통합의 실효성에 의구심이 든다며 시민의 의견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지방분권의 본질이 사라지고 정치 도구와 선거 전략으로 변질해 행정통합이 충분한 숙의 과정 없이 추진되고 있다"며 "번갯불에 콩 볶듯 진행하는 입법을 즉각 중단하고, (행정안전부는) 주민..

대전 재건축 바람 부나…  곳곳에서 사업 추진 본격화
대전 재건축 바람 부나… 곳곳에서 사업 추진 본격화

대전 노후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재건축 바람이 불고 있다. 사업시행계획 인가를 받으며 본격적인 추진 단계에 들어선 단지가 있는가 하면, 조합설립을 준비하는 대단지 아파트도 잇따르면서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1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법동2구역 재건축정비사업조합은 6일 재건축사업 사업시행계획 인가를 받았다. 해당 사업은 대전 대덕구 법동 281번지 일원, 면적 2만 7325.5㎡ 규모에 공동주택과 부대복리시설을 조성한다. 이 사업은 기존 삼정하이츠타운 아파트 총 13동 468세대를 허물고, 총 6개 동 615세대를 짓는다. 사업장..

걷고 뛰는 명품 `동서 트레일`, 2026년 512km 완성
걷고 뛰는 명품 '동서 트레일', 2026년 512km 완성

걷고 뛸 수 있는 트레일(자연 탐방로)이 2026년 동서 구간으로 512km까지 확대·제공된다. 산림청(청장 김인호)과 한국등산·트레킹지원센터(이사장 서경덕)는 동서 트레일의 성공적인 안착과 체계적인 운영 관리를 위한 2026년 시범사업을 본격적으로 가동한다. 올해 사업 대상은 지난해 17개 구간(244km)에서 약 2배 이상 확대된 32개 구간에 걸친 총 512km. 신규 코스에는 충남 태안(2구간)과 서산(5구간), 홍성(10구간), 경북 봉화(47구간) 및 분천(51구간) 등이 포함됐다. 각 구간에 거점 안내소도 설치한다. 단..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충남 행정통합에 대한 주민투표 시행 촉구 결의안 전달 대전·충남 행정통합에 대한 주민투표 시행 촉구 결의안 전달

  • ‘어려운 이웃을 위한 떡국 떡 나눠요’ ‘어려운 이웃을 위한 떡국 떡 나눠요’

  • 줄지은 대전·충남 행정통합 반대 근조화환 줄지은 대전·충남 행정통합 반대 근조화환

  • 대전·충남통합 주민투표 놓고 여야 갈등 심화 대전·충남통합 주민투표 놓고 여야 갈등 심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