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황진숙 첫 수필집 출간…사물 응시로 구축한 단단한 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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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황진숙 첫 수필집 출간…사물 응시로 구축한 단단한 사유

  • 승인 2026-02-19 16:46
  • 신문게재 2026-02-20 7면
  • 최화진 기자최화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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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곰보돌 궤적을 긋다'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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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숙 수필가
2025년 제17회 천강문학상 수필 부문 대상을 수상하며 문단의 이목을 끌었던 황진숙 수필가가 첫 수필집 '곰보 돌 궤적을 긋다'를 펴냈다.

표제어인 '곰보 돌'은 이 수필집의 핵심 은유다. 매끈한 수석이 아니라 구멍이 뚫리고 패인 돌을 통해 작가는 상처와 결핍을 삶의 과정으로 읽어낸다. 상흔을 미화하기보다는 시간의 흔적으로 해석하려는 태도가 작품 전반을 관통한다. 매끄러움보다 균열을 택하는 시선은 작가가 지향해온 미학적 입장을 비교적 선명하게 드러낸다.

총 5장 44편의 글은 대개 사물에서 출발한다. '풀무'와 '댓돌'은 오래된 생활의 자취를 불러오고, '소금'과 '숯'은 쓰디쓴 맛과 검은 잔해 속에서 정화와 인내를 길어 올린다. '감자', '종이컵' 등 일상적 소재 역시 단순한 묘사에 머물지 않고 존재의 의미를 탐색하는 장치로 기능한다. 사물은 감상의 대상이 아니라 사유를 전개하는 매개로 활용된다.

특히 '호위무사'에서는 개인적 체험을 바탕으로 삶의 굴곡을 서술한다. 진흙탕 같은 시간, 폭염 속을 버텨야 했던 순간 등을 통해 반복과 인내의 시간을 그려내며, '수없이 꺾여야만 나갈 수 있는 형벌'이라는 표현으로 삶의 무게를 환기한다. 감정에 치우치기보다 경험을 구조화해 의미를 도출하려는 방식이 특징이다.

강돈묵 평론가는 "사물이나 개념의 본질을 찾아내는 데 남다른 치밀성을 지녔다"며 "찾아낸 본질을 형상화하기 위해 블록을 형성하고 그것을 하나로 조립하는 공법을 취한다"고 평했다.

저자는 책에서 "넘치거나 부족하기 일쑤"라며 스스로를 낮추지만, 문장 곳곳에는 사물을 집요하게 응시하는 태도와 절제된 문장의 힘이 배어 있다. 화려한 수사 대신 단정한 언어로 상처의 자리를 짚어내는 방식이 인상적이다.

한편 황 작가는 충남 예산을 기반으로 활동해왔으며 제14회 흑구문학상 대상(2023), 제17회 천강문학상 대상(2025)을 수상하며 지역 문학의 저력을 보여왔다.

첫 수필집 '곰보 돌 궤적을 긋다'는 그간의 수상 경력을 넘어, 사물을 매개로 한 사유의 방식과 구성력을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첫 단행본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최화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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