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인칼럼] 상속받을 자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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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인칼럼] 상속받을 자격

김이지 법률사무소 이지 대표변호사

  • 승인 2026-02-22 12:11
  • 수정 2026-03-10 10:43
  • 신문게재 2026-02-23 18면
  • 박병주 기자박병주 기자
변호사김이지사진
김이지 법률사무소 이지 대표변호사
며칠 전 한 통의 상담 전화가 왔다. "변호사님, 저는 어머니 얼굴을 모르고 살았어요. 그런데 제 동생이 세상을 떠나자 그 사람이 장례식장에 나타났습니다. 조문도, 미안하다는 말도 없이… '상속' 이야기를 꺼내더라고요. 그 사람, 정말 상속을 받을 수 있나요?"

이 질문은 유명인의 이야기를 넘어 우리 주변에서도 생각보다 자주 반복된다. 누군가의 죽음은 충분히 비극인데, 남겨진 가족은 그 비극 위에서 '법적 가족'과 '생활 속 가족'이 달랐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그리고 그 차이는 대개, 돈이 등장하는 순간 날카로운 칼날이 된다.

상속에도 자격이 필요하다. 상속(相續)은 '서로 이어진다'는 뜻이다. 그런데 그 '이어짐'이 단지 피 한 방울의 문제라면, 우리는 너무 쉽게 가족을 말해온 것인지도 모른다.

그동안 우리 민법에서 상속권을 '당연히' 상실하게 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살해, 유언 위조 같은 극단적인 사유가 아니면 "도덕적으로 밉다"는 이유만으로 상속인을 배제하기 어려웠다. 변호사로서 가장 괴로운 순간은, 의뢰인의 분노에 공감하면서도 "현행법상 방법이 거의 없습니다"라고 말해야 할 때였다. 법은 감정의 편이 아니라 이성의 편이기 때문이다.

이른바 '구하라법'은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 만들어졌다. 핵심은 단순히 "못 받게 한다"가 아니라, '가정법원의 판단을 통해' 상속권을 상실시키는 길을 열었다는 점이다. 부모 등 직계존속이 자녀에 대한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했거나 학대·중대한 범죄행위를 저질렀다면, 고인이 생전에 공정증서 유언으로 의사를 남기거나(유언이 없다면) 공동상속인이 청구해 가정법원이 상속권 상실을 선고할 수 있다. 그 선고가 확정되면 상속권 상실의 효과는 상속이 개시된 때로 소급되고, 다만 제3자의 권리는 보호된다.

이미 2026년 1월 1일부터 이 제도가 시행되었고, 적용 범위도 '2024년 4월 25일 이후 상속이 개시된 사건'으로 소급될 수 있게 설계되었다. 늦었지만 "낳았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권리를 갖는 것은 아니다"라는 사회적 상식이 법의 문장으로 들어온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최근 국회는 상속 문제에 있어 한 걸음 더 나아갔다. 2026년 2월 12일 통과한 민법 개정안은 '패륜 상속인'의 범위를 부모에게만 한정하지 않고, 자녀와 배우자까지 포함한 '모든 상속인'으로 넓혔다. 더불어 유류분 제도도 손질했다. 피상속인을 성실히 부양하거나 재산 형성에 특별히 기여한 사람이 받은 '보상적 증여'는 일정 범위에서 유류분 반환 대상에서 제외하고, 유류분 반환은 원물 대신 가액으로 하도록 방향을 바꾸었다. 상속 분쟁의 무게중심이 "얼마를 나눌까"에서 "누가 상속인인가, 그리고 누가 얼마나 돌봤는가"로 옮겨가고 있다.

물론 이 변화가 모든 억울함을 자동으로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결국, 누군가는 '부양의무 위반'과 '학대'의 사실을 법원에 입증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가족의 상처는 다시 열릴 수밖에 없다. 권리를 제한하는 제도일수록 절차가 엄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법은 정의를 세우는 동시에, 증거라는 언어로 상처를 다시 말하게 한다.

그럼에도 이 법이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가족은 혈연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함께 살며 책임을 지고, 돌보고, 때로는 견뎌낸 시간이 가족을 만든다. 상속제도는 그 '시간의 진실'을 조금 더 진지하게 보려는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돌아가신 분의 삶이 분쟁의 장으로만 남지 않도록, 우리에게 남은 숙제도 있다. 생전에 의사를 정리해 두는 일, 최소한의 유언과 기록을 남기는 일, 그리고 '돌봄'이 특정 가족에게만 쏠리지 않도록 사회가 뒷받침하는 일이다. 상속은 결국, 남겨진 사람들의 몫이 아니라 떠난 사람의 삶에 대한 마지막 예우이기도 하니까. /김이지 법률사무소 이지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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