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이냐?, 과오냐?"… 서산 해미읍성 '박민환 비석' 존치 관련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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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이냐?, 과오냐?"… 서산 해미읍성 '박민환 비석' 존치 관련 논란

공금 745 냥 횡령 사실 기록 확인, 서산시 "철거 대신 역사 그대로 공개"

  • 승인 2026-03-17 16:45
  • 임붕순 기자임붕순 기자

충남 서산 해미읍성 내 박민환 현감의 공덕비가 과거 공금 횡령과 유배 사실로 인해 논란이 되자, 서산시는 비석을 철거하는 대신 그의 비위 사실을 상세히 기록한 안내판을 설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는 유물을 제거하기보다 공과 과를 동시에 보여줌으로써 방문객들이 역사를 입체적으로 이해하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조치입니다. 이번 결정은 공적 중심의 서술에서 벗어나 과오까지 포함한 전체 역사를 성찰하는 계기가 되어 해미읍성을 살아있는 역사 교육의 장으로 만드는 데 기여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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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 해미읍성 진남문앞에 세워져 있는 비석 모습(사진=독자 제공)
충남 서산시의 대표 역사 관광지인 해미읍성에서 특정 비석을 둘러싼 역사적 해석 논란이 지역사회와 학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논란의 중심은 해미읍성 정문인 진남문 앞에 세워진 조선시대 해미현감 박민환의 '무공성덕비'와 '좌영루중수비'다. 해당 비석은 그가 재임 시절 좌영루와 동·서·남문을 중수한 공로를 기리기 위해 지역 유림과 주민들이 뜻을 모아 건립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최근 관련 사료에 대한 재조명이 이뤄지면서, 박민환의 공적 뒤에 가려졌던 중대한 비위 사실이 드러나 논란의 불씨가 됐다.

1851년(철종 2년) 승정원일기에 따르면 박민환은 해미현감 재임 당시 성문과 좌영루 개축을 명분으로 공금을 유용한 사실이 적발됐다.

당시 충청우도 암행어사 김유연의 조사 보고에는 △감영 대여금 154냥 △대여금 이자 400냥 △공사 후 남은 자재 매각 대금 191냥 등 총 745냥을 횡령한 것으로 구체적으로 기록돼 있다.

이 보고를 접한 철종은 즉각 박민환의 관직을 박탈하고 유배를 명령하는 등 엄중한 처벌을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단순한 행정 착오가 아닌 명백한 공금 횡령 사건으로, 당시에도 중대한 비리로 인식됐음을 보여준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일부 역사학자들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공적을 기리는 비석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인물의 비를 역사 현장 한복판에 존치시키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해미읍성이 천주교 박해와 민초들의 고통이 서린 상징적 공간인 만큼, 도덕적으로 논란이 있는 인물의 기념물은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비석은 단순한 찬양물이 아니라 당대의 역사 인식과 사회 구조를 보여주는 사료"라는 점에서 섣부른 철거는 오히려 역사 왜곡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과오가 있는 인물이라 하더라도 그 흔적을 통해 당시의 행정 운영과 부패 실태를 함께 이해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이러한 논쟁 속에서 서산시는 '존치하되 설명을 강화하는 방식'을 공식 입장으로 정리했다.

서산시 한 관계자는 "해미읍성은 천주교 순교의 역사와 더불어 일제강점기 수탈, 조선시대 행정의 명암이 함께 존재하는 복합 역사 공간"이라며 "특정 인물의 과오만을 이유로 유물을 제거하기보다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 시민과 방문객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서산시는 진남문 앞 비석을 철거하는 대신, 현장 교육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활용 방안을 마련했다.

우선 비석 인근에 승정원일기 기록을 바탕으로 박민환의 횡령 사실과 유배 경위를 상세히 설명하는 안내판을 설치할 계획이다. 기존 비문에 담긴 공적 내용과 실제 역사 기록을 병치해 '공(功)과 과(過)'를 동시에 보여주는 방식이다.

또한 해미읍성 관련 해설 프로그램과 관광 안내자료, 브로셔에도 해당 내용을 반영해 관람객들이 보다 입체적으로 역사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문화관광 해설사 교육 과정에도 관련 내용을 포함해 현장 설명의 정확성과 균형성을 높일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논란이 단순한 유물 존치 여부를 넘어, 역사 해석과 공공기억의 방향성을 고민하게 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공적 중심의 전통적 서술에서 벗어나, 과오까지 포함한 '전체 역사'를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서산시는 향후 지역 학계와 문화계, 시민 의견을 수렴해 보다 균형 잡힌 역사 콘텐츠로 발전시킨다는 방침이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해미읍성이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과거를 성찰하고 현재를 돌아보는 '살아있는 역사 교육의 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서산=임붕순 기자 ibs9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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