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양다문화] 남부 필리핀의 혼을 담은 청동 울림, ‘쿨린탕’ 합주가 이어가는 생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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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양다문화] 남부 필리핀의 혼을 담은 청동 울림, ‘쿨린탕’ 합주가 이어가는 생명력

  • 승인 2026-08-23 11:13
  • 신문게재 2026-02-14 6면
  • 충남다문화뉴스 기자충남다문화뉴스 기자

필리핀 민다나오의 전통 음악 '쿨린탕'은 여러 악기가 유기적으로 조화를 이루는 합주를 통해 식민 역사와 세계화 속에서도 고유의 공동체적 가치를 지켜온 살아있는 문화유산입니다. 별도의 악보 없이 구전과 몸의 기억으로 전수되어 온 이 음악은 수 세기 동안 현지 주민들의 삶과 의식 속에 깊이 뿌리 내려 삶의 중요한 순간을 함께해 왔습니다. 최근에는 명인들의 노력으로 세계 무대까지 영역을 넓히며, 해외 거주 필리핀 이민 후세들에게 민족적 정체성과 뿌리를 이어주는 소중한 문화적 가교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남부 필리핀의 혼을 담은 청동 (출처_셔터스톡)
필리핀 남부 만다나오와 술루 제도의 뜨거운 바람을 타고 흐르는 금속 징의 맑은 울림이 세대를 넘어 역사의 맥박을 전하고 있다. 마긴다나오, 마라나오, 타우수그 등 여러 민족언어 집단이 전승해 온 오랜 음악 전통 '쿨린탕(Kulintang)' 합주는 식민주의와 급격한 세계화 속에서도 꿋꿋이 살아남아 필리핀의 살아있는 문화유산 역할을 하고 있다.

쿨린탕 합주의 핵심은 공동체성과 조화에 있다. 모든 연주는 악기마다 명확하게 분담된 역할이 유기적으로 맞물리며 다층적이고 순환적인 소리를 만들어낸다.

마긴다나오식 합주를 기준으로, 중심 선율은 수평으로 길게 놓인 8개의 작인 징을 나무채로 두드려 연주하는 '쿨린탕'이 이끈다. 그 아래로 '아궁(Agung)'이라 불리는 대형 매달린 징이 깊고 웅장한 저음을 받쳐주며 소리의 뼈대를 세운다. 여기에 좁은 테두리의 징 4개로 이루어진 '간딩안(Gandingan)'과 박자를 정밀하게 짚어주는 '바반딜(Babandil)', 전통 북 '다바칸(Dabakan)'이 정교한 리듬을 더하며 합주단 전체에 활력 넘치는 맥박을 불어넣는다.

이 음악은 수 세기 동안 민다나오 지역 주민들의 삶과 함께해 왔다. 결혼식, 치유 의식, 마을 축제 등 삶의 중요한 순간마다 쿨링탕의 소리가 함께했다. 특히 스페인 식민지 시대 이전부터 존재했던 이 전통은 고유한 악보 체계 없이 이어져 왔다. 복잡한 가락과 리듬은 구전과 청음, 몸의 기억을 통해 스승에게서 제자로 대를 이어 전수됐다.

최근 수십 년간 쿨린탕은 필리핀 영토를 넘어 세계 무대로 영역을 확장해 왔다. 여기에는 고(故) 다농안 칼란두얀(Danongan Kalanduyan) 명인의 공이 컸다. 1976년 미국 워싱턴대학교(University of Washington)의 예술가 상주 프로그램에 참여한 그는 공연과 교육을 통해 쿨린탕의 미국 내 확산에 크게 기여했으며, 필리핀계 이민자 후세들에게 전파하는데 평생을 바쳤다. 현재도 미국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해외 각지의 예술 단체와 워크숍을 통해 이민 2·3세대가 쿨링탕을 배우며 자신들의 정체성과 뿌리를 확인하고 있다.

민다나오의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부터 이국땅의 대형 콘서트홀에 이르기까지, 쿨린탕의 징 울림은 단순한 예술 공연을 넘어선다. 그것은 과거와 현재, 본국과 디아스포라를 잇는 단단한 소리의 다리이자, 역사적 변화 속에서도 정체성을 이어가는 필리핀인들의 문화적 표현이다.
김크리스티나에프 명예기자(필리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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