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사진 조승환 포스텍 교수 (사진=포스텍 제공) |
한 세기 넘게 화학 실험실의 '만능 일꾼'으로 불려 온 유기합성 대표 시약의 과도한 반응성을 제어해 서로 다른 입체구조들이 섞인 물질에서도 원하는 구조의 유기 분자만 선택적으로 얻는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는 합성화학 분야 권위지인 '네이처 신세시스(Nature Synthesis)'에 게재됐다.
신약 개발에서는 분자 '모양'이 약효를 좌우한다. 같은 원자로 이루어졌더라도 원자의 공간적 배열이 다르면 약이 되기도, 독이 되기도 한다. 왼손과 오른손이 서로 닮았지만 겹칠 수 없듯이 거울상 관계에 있는 분자는 전혀 다른 성질을 나타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원하는 입체구조의 분자만 선택적으로 만드는 '비대칭 합성' 기술이 신약과 기능성 소재 개발에서 매우 중요하다.
1900년 프랑스 화학자인 빅토르 그리냐르가 개발한 '그리냐르 시약'은 대표적인 유기마그네슘 시약으로, 가격이 저렴하고 활용도가 높아 100년 넘게 유기합성 분야에서 사용되어 왔다.
하지만 반응성이 지나치게 크다 보니 원치 않는 반응까지 일어나 비대칭 합성에 활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
특히 여러 입체구조가 섞인 시약에서 원하는 구조만 선택적으로 반응시키는 일은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은 과제로 남아 있었다.
연구팀은 이 '만능 일꾼'의 반응성을 붕소로 해결했다. 마그네슘이 결합한 탄소 바로 옆에 붕소를 배치해 이 '만능 일꾼' 시약의 높은 반응성을 필요한 수준으로 제어하는 데 성공했다.
붕소는 원자 구조상 전자를 받아들일 빈자리를 가진, '전자가 부족한' 원소로 주위에 있는 탄소가 전자를 지나치게 내어주며 날뛰려고 할 때, 붕소가 전자를 붙잡아 탄소를 차분하게 만들 수 있다.
이를 위해 연구팀은 새로운 합성 전략도 개발했다. 연구팀은 탄소 하나에 붕소 두 개가 붙은 '1,1-이붕소알케인'에서 붕소 하나만 선택적으로 마그네슘으로 바꾸는 '붕소-마그네슘 금속 교환' 반응을 구현해 붕소가 인접한 새로운 그리냐르 시약을 안정적으로 합성했다.
이렇게 만든 시약은 니켈 촉매를 사용한 반응에서 다양한 알킬 화합물과 높은 수율은 물론 뛰어난 입체선택성을 보였다. 서로 다른 입체구조들이 섞인 물질을 원하는 하나의 구조로 선택적으로 전환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연구팀은 붕소가 그리냐르 시약 반응성을 조절하는 과정과 높은 입체선택성이 형성되는 원리까지 밝혀 반응 메커니즘도 규명했다.
이 과정에서 생성된 유기 붕소 화합물은 붕소 부분을 다른 작용기로 쉽게 치환할 수 있어 의약품과 천연물 합성에 활용될 '분자 조립용 블록'으로 사용할 가능성도 확인했다.
연구를 이끈 조승환 교수는 "그리냐르 시약은 유기합성에서 널리 쓰이고 있지만, 높은 반응성 때문에 비대칭 합성에서는 활용이 제한적이었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그 한계를 넘어선 만큼 의약품과 기능성 소재를 비롯한 다양한 고부가가치 카이랄 분자 합성에 폭넓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포항=김규동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김규동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