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다문화] 직역보다 의역이 필요한 ‘충청도식 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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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다문화] 직역보다 의역이 필요한 ‘충청도식 화법’

인간은 상호작용을 통해 사회적 존재로 기능
말은 사회적 관계의 민감한 도구
느리지만 깊은 속뜻 담긴 충청도식 화법
간접화법의 하나인 완곡 표현의 정수

  • 승인 2026-09-20 11:19
  • 신문게재 2026-02-21 1면
  • 충남다문화뉴스 기자충남다문화뉴스 기자

인간의 사회적 상호작용에서 완곡표현은 상대에게 불쾌감을 주지 않고 공손함을 유지하며 갈등을 피하기 위해 사용되는 핵심적인 간접 화법입니다.

최근 주목받는 충청도식 화법은 느긋하고 해학적으로 핵심을 찌르는 특징이 있으며, 일본의 교토식 화법은 겉으로는 호의를 보이나 속으로는 거절이나 항의의 뜻을 담는 우회적 방식을 취합니다.

이러한 화법들은 솔직함이라는 명목하에 발생할 수 있는 무례함을 방지하고 상대의 기분을 배려하며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중요한 언어적 장치로 기능합니다.

인간은 타인과 협동· 경쟁· 갈등과 같은 상호작용을 통해 사회적 존재로 기능한다. 이러한 인간의 사회성은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을 때 단순히 말을 많이 하는 것만이 아니라, 상대의 신호를 읽고 내 신호가 어떻게 전달되는지가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그 때문에 타인과 말할 때는 경청· 공감· 겸손을 포함해 높임법·인용 표현 같은 문법 영역과 예절· 완곡 표현을 적절한 타이밍에 구사해야 한다. 여기서 완곡표현(Euphemism; 완곡어법, 에둘러 표현하기)이란 말하는 사람의 진정한 의도를 감추어 전달하는 간접화법이다. 듣는 사람에게 거슬리는 내용과 불쾌감을 줄 수 있는 상황을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덜 공격적이거나 동의하기 쉬운 방식으로 에둘러 표현하여 심리적 충격을 완화하거나 공손함을 유지한다. 말하는 이나 듣는 이의 체면을 손상하지 않고 사회적으로 금기시되는 주제(터부)를 언급할 때 발생하는 제약을 피하고자 사용된다.

충청도식 화법 1: 여름에 아부지 복숭아 깎아드리는디 껍질이 두껍게 느껴지셨는지

"아이고야 니는 씨 먹을라구 그케 열쒸미 깎는겨?"

충청도식 화법 2: 충청도에서 태어나고 자란 우리 둘째, 친구가 옷 잡아당기니깐

"이러다 이거 내년까지 입겄다.~"

충청도식 화법 3: 초복 때 몸보신한다고 삼계탕집 갔음.

사람 많아서 삼계탕 늦게 나오니까 같이 간 사람들 다

"아 배고프다. 언제 나오나...." 정도였는데, 충청도 분이 벨 누르더니,

"곧 가을이여~"함.

[9-6]박진희_명예기자_충청도식 화법(자료 1, AI 활용)
<자료 1. 충청도식 화법>

몇 해 전부터 방송과 인터넷 등에서 충청도식 화법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충청도식 화법이란 충청도 지역의 말투를 소재로 한 문화적 이미지로, 느긋하게 돌려 말하면서도 은근히 핵심을 찌르는 어투를 이른다. 말에 악의가 없어 해학적으로 해석되는 특징이 있다. 코미디언 중에 충청도 출신이 많고, 속도가 느리면서 말끝을 흐리는 충청도 사투리가 반전을 극대화하는 개그 소재로 채택되는 예가 많은 것도 우연은 아닌 듯하다. 반면에 "말이 느린 것이지 행동이 느린 것이 아니다."라고 하면서도 희극적 요소를 어필하는 장면이 아닌 한 폭력물이나 액션 영화에 충청도 사투리를 쓰는 인물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 것 또한 주목할 만하다.

[9-6-1]박진희_명예기자_교토식 화법VS 충청도식 화법(자료 2)
<자료 2. 교토식 화법 VS 충청도식 화법>

충청도식 화법이 화두에 오르면서 일본의 "교토식 화법"이 덩달아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일본 예능인 중에 오사카(大阪) 출신이 많다는 점에서 오사카식 화법과 충청도식 화법이 비교· 대조될 듯하나, '웃으면서 깐다'라는 교토식 화법이 '느리게 깐다'라는 충청도식 화법과 견주어지는 점은 극히 의외다.

교토식 화법은 겉으로는 칭찬·호의처럼 말하지만, 속뜻은 거절·항의·퇴장 등을 요구하는 우회적 완곡어법을 특징으로 한다. 흔히 교토식 화법은 일본어의 '혼네(本音)'와 '타테마에(建前)'를 잘 보여주는 실례로 꼽힌다. '혼네'와 '타테마에'는 개인의 실제 감정과 욕구 등 본심을 숨기고 공식적인 자리에서 예의를 지켜 갈등과 충돌을 피하고, 관계의 조화를 유지하려는 장치로 여겨진다. 교토의 경우 다른 지역보다 속마음을 더 숨기는 지역적 성향이 두드러지는 것으로 이해된다.

"말(言)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라는 한국 속담이 있다. 말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속담으로, 막힘이 없이 말을 잘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말을 하더라도 상대방의 기분을 나쁘게 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충청도식 화법의 효용을 더듬어가다 보니, 솔직함이라는 명목으로 무례한 언사를 서슴잖고 선택하지는 않았는지 내내 옛 시간을 맴돈다.
박진희 명예기자(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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