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칼럼]예술이 도시의 시간을 깨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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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칼럼]예술이 도시의 시간을 깨우다

《기억의 빛 속으로》가 연결하는 대전의 시간과 기억
오진화(도시문화관광콘텐츠기획사 노바랩 대표)

  • 승인 2026-09-01 22:17
  • 한성일 기자한성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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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진화 도시문화관광콘텐츠기획사 노바랩 대표
좋은 여행은 오래 기억에 남는다. 우리가 어떤 도시를 다시 떠올리는 이유도 유명한 명소 하나 때문이라기보다 그곳에서 걸었던 길과 마주했던 풍경, 오래된 공간에서 느꼈던 시간과 이야기가 마음속에 남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도시가 가진 매력은 새로운 것을 얼마나 많이 만들어내느냐보다 그 도시가 간직해 온 시간과 기억을 어떻게 오늘의 이야기로 들려주느냐에 있다.

그런 의미에서 대전 헤레디움에서 만나는 세계적인 설치미술가 시오타 치하루의 《기억의 빛 속으로》는 특별하다. 2026년 8월 30일부터 2027년 2월 21일까지 헤레디움과 아트사이트 소제에서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기억과 존재'를 주제로 대형 설치작품을 비롯해 영상, 조형, 드로잉 등을 선보인다.

시오타 치하루는 수많은 실을 공간에 엮어 사람과 사람, 기억과 시간, 존재와 부재의 관계를 표현해 온 작가다. 촘촘하게 얽히고 이어지는 실은 눈에 보이지 않는 관계를 드러내고, 어느 순간 잊고 있었던 기억을 현재의 시간으로 다시 불러낸다.

그의 작품을 마주한 뒤 헤레디움 밖으로 나오면 대전 원도심의 풍경도 조금은 다르게 보인다.

한화생명볼파크와 옛 한밭야구장에는 시민들의 환호와 추억이 쌓여 있고, 원동과 중앙시장에는 오랜 세월 이어져 온 사람들의 삶이 숨쉬고 있다. 성심당과 중앙로, 원도심 골목에는 대전 사람들의 일상이 흐르고, 헤레디움에서 소제동으로 시선을 옮기면 철도와 함께 성장해 온 근대도시 대전의 역사의 시간이 이어진다. 그리고 그 길의 시작과 끝에는 대전역이 있다.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원동과 중앙시장, 성심당과 원도심, 헤레디움과 소제동을 지나 대전역까지.

지도 위에서는 서로 다른 장소들이지만 '시간'이라는 하나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 야구와 시장, 빵과 골목, 근대건축과 예술, 철도의 역사까지. 이미 과거가 되어버린 대전의 모습과 오늘도 이어지는 시민들의 삶, 그리고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문화가 하나의 길 위에서 연결된다.

마치 시오타 치하루의 실이 서로 다른 사람들의 기억과 관계를 이어 하나의 거대한 작품을 만들어내듯, 흩어져 있던 대전의 장소들도 연결되는 순간 '대전이라는 하나의 도시 이야기'가 된다.

바로 여기에 씨엔씨티 마음에너지재단과 헤레디움이 만들어가는 문화적 가치가 있다. 오래된 건축과 공간의 기억을 재소환하여 재생시키고, 그 위에 동시대의 문화콘텐츠를 더해 과거의 장소를 오늘의 사람들이 다시 찾아오는 문화공간으로 되살리는 도시브랜딩을 창출해 내는 역할의 공간이다.

또한 헤레디움은 단순히 오래된 건축물을 보존하거나 세계적인 작가의 전시를 선보이는 데 그치지 않는다. 과거를 오늘의 시선으로 재해석하고,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의 정체성을 돌아보며, 앞으로 만들어갈 도시의 미래를 생각하게 하는 곳이다 .

따라서, 예술은 멋진 작품들로 오래된 도시의 시간을 다시 깨운다.

그 깨어난 기억은 그 도시의 시간의 흐름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이러한 문화적 경험은 대전 관광에도 새로운 가능성을 던진다. 이제 관광은 '어디를 보여줄 것인가'를 넘어 '그 도시의 어떤 시간을 경험하게 할 것인가?’로 확장되어야 한다.

헤레디움에서 시작된 '기억의 빛'이 대전의 원도심과 사람을 지나, 우리가 앞으로 만들어갈 도시의 미래까지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오진화(도시문화관광콘텐츠기획사 노바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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