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시감]김수환 추기경의 '바보야'를 보면서

  • 오피니언
  • 미디어의 눈

[중도시감]김수환 추기경의 '바보야'를 보면서

  • 승인 2011-05-12 13:01
  • 신문게재 2011-05-13 21면
  • 한성일 사회단체팀장한성일 사회단체팀장
▲ 한성일 사회단체팀장
▲ 한성일 사회단체팀장
“한사람의 사랑이 모든 이들의 삶을 바꾼다.”
김수환 추기경의 마지막 선물 '바보야'를 설명해주는 카피다.

김수환 추기경 선종 2주기를 맞아 부활절을 앞두고 그의 일생이 담긴 다큐멘터리 영화 '바보야'가 개봉됐을 때 그분의 발자취를 따라가보았다.
지난해 대학원에서 '김수환 추기경의 언론 활동과 언론관에 관한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은 필자는 김 추기경에 대해 남다른 관심과 애정을 갖고 있다.

김수환 추기경이 텔레비전 프로그램 '열린음악회'에서 가수 김수희의 대중가요 '애모'를 개사해서 부르는 모습이 스크린에 비칠 때 독실한 가톨릭신자이자 김수환 추기경의 동성고 후배인 영화배우 안성기의 내레이션이 흐르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김 추기경의 모습을 스크린에서 만나던 순간부터 흐르기 시작한 눈물은 영화가 종영되는 순간까지 멈추지 않고 계속 흘러내렸다. 아프리카 수단에서 '한국의 슈바이처 박사'처럼 살다가 암으로 세상을 떠난 고 이태석 신부의 '울지마 톤즈'를 봤을 때 흘렸던 뜨거운 감동의 눈물이 김 추기경의 '바보야'로 인해 또한번 깊은 감동과 울림 속에 확대 재생산 되는 느낌이었다.

신 앞에 엎드려 사제서품을 받을 때부터 세상을 떠나는 날까지 자신을 온전히 내어주는 사랑을 꿈꾼 김수환 추기경은 스스로를 '바보'라 불렀다. 그의 일생이 담긴 다큐멘터리 영화 '바보야'는 이 세상 무엇보다 아름답게 빛났던 그의 삶을 통해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일깨워줬다. 한국 최초의 추기경이 된 종교 지도자로서의 삶뿐만 아니라 격동의 소용돌이 속에서 한국 역사의 산 증인으로 살아 온 인고의 삶까지, 김 추기경의 모든 것이 담긴 다큐멘터리 '바보야'는 사랑이란 이름으로 그를 기억하는 모든 이들에게 잊을 수 없는 감동의 순간을 선물했다.

김 추기경은 생전에 수시로 판자촌과 여성 쉼터,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을 방문해 말로만 하는 사랑이 아니라 실천하는 사랑을 보여주었다. 사회 속에 참여하는 교회의 모습을 몸소 보여주었고 국민이 원하면 언제든지 정치, 경제, 사회를 아우르는 조언을 해줬다. 김 추기경은 평생 약자들의 곁에서 그들의 발을 씻어주고 손을 잡아주며 세상 속에서 불의와 불행에 맞서다가 2009년 2월 16일 오후 6시 생명 연장에 대한 어떠한 조치도 없이 생을 마감했다. 병석에서도 “(내 몸 중에서) 더 줄 것이 없는가”를 늘 물었던 김 추기경의 시신 중 각막은 두 사람에게 빛이 되었다.

김 추기경의 시신을 감싼 수의는 생전에 가난한 여성들의 모임으로부터 선물 받은 것이다. 김 추기경의 정신적 스승인 형 고 김동한 신부는 혹여 동생에게 누가 될까봐 평생 외진 곳에서 결핵환자들과 함께 하며 온전하게 헌신했기에 김 추기경은 평생 형 김동한 신부를 동경하고 존경하며 살았다. 그가 말년에 보여준 정치적 입장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 해도 김 추기경이 많은 사람들에게 존경 받을만한 삶을 살아온 것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말이 아닌 행동하는 사랑을 보여준 김수환 추기경은 진심으로 대하는 마음이 빛났던 성직자였고 자신을 낮추어 바보라 부르는 겸손함의 대명사였다.

한국사의 격동기 시절 종교를 넘어 사회의 가장 큰 어른이자 약자들의 울타리가 되어주었던 김 추기경은 우리가 공유하고 지켜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를 새삼 깨닫게 한다.

김 추기경이 몸소 전하던 사랑의 메시지가 그리워질 때 한 사람의 위대한 삶이 보여주는 교훈을 가슴 속에 깊이 남게 한 다큐멘터리 영화 '바보야'를 만나볼 수 있었음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서산에 노을이 물들면 고향집이 떠오른다던 김수환 추기경은 가난하지만 평화롭던 그 고향집을 꿈꾸며 살았다. 모든 사람들을 아무 조건 없이 온전히 사랑해준 그의 바보 사랑은 삶에 지쳐 피곤하고 힘든 우리들을 따뜻하고 포근하게 감싸 안아 줄 것으로 기대한다.

“사랑이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오는데 칠십년 걸렸다.”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사랑하고, 또 사랑하라...그리고 용서하라…”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세요.”

김수환 추기경의 마지막 메시지가 거대한 울림이 되어 귓전을 맴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당진시, 고추 병해충 방제 '골든타임'…예찰·방제 당부
  2. [기자수첩] 법원 앞에서 외치는 정치, 법정 안에서 판단할 사안
  3. 대전중수청 세종 개청에 지역 충격… 이전 계획은 아직 미정
  4. 천안시, 천흥2일반산단 승인·고시…북부권 첨단산업 클러스터 본격화
  5. 아산시, 초사동회전교차로 설치공사 조기 완료 박차
  1. '송영길 후보' 승부수, "행정수도특별법 당론 통과" 확약
  2. 경주 해파랑길, 걷기 장소로 인기
  3. 세종교육청 '교육문화원', 조치원 핫플레이스 가능성 확인
  4. 세종시 거점 '충청 정보보호 클러스터' 개소… "수도권 산업 분산"
  5. 하나은행 '대덕테크노밸리금융센터지점' 이전 개점식 열고 본격 출발

헤드라인 뉴스


‘서천갯벌 블루카본 생태복원’ 충남도-기아㈜-해수부 손잡아

‘서천갯벌 블루카본 생태복원’ 충남도-기아㈜-해수부 손잡아

충남도는 28일 서울 그랜트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에서 해양수산부, 서천군, 기아(주), 해양환경공단, 한국해양재단과 함께 '민관협력 서천갯벌 블루카본 생태복원사업' 추진을 위한 6자간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협약식에는 박수현 지사를 비롯해 황종우 해수부 장관, 유승광 서천군수, 송호성 기아(주) 대표이사, 강용석 해양환경공단 이사장, 김양수 한국해양재단 이사장 등이 참석했다. 블루카본은 해양·연안 생태계가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해양 퇴적물·생물체 등에 저장하는 탄소다. 이번 사업은 기아(주) 사회공헌(ESG) 사업 일..

발전공기업 통합본사 충남 유치 총력전…박수현 지사, 기후부 장관에 지원 요청
발전공기업 통합본사 충남 유치 총력전…박수현 지사, 기후부 장관에 지원 요청

박수현 충남지사가 발전공기업 통합 본사와 함께 한국환경공단과 한국환경산업기술원 등 기후에너지환경부 소관 공공기관 충남 유치를 위한 대정부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박 지사는 28일 한강홍수통제소에서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을 만나 ▲발전공기업 통합 본사 충남 설치 ▲기후부 소관 공공기관 충남혁신도시 일괄 이전 ▲태안화력 2호기 폐지 일정 한시 연장 등을 건의했다. 이번 면담은 이달 20일 국회에서 김정호 기후에너지환경위원장과 이소영 여당 간사를 만나 발전공기업 통합본사 충남 유치 필요성을 설명한 데 이어 마련된 것으로, 도는..

코스피 장중 6000선도 내줬다... 10% 이상 폭락에 개미들 `패닉`
코스피 장중 6000선도 내줬다... 10% 이상 폭락에 개미들 '패닉'

코스피가 장중 6000선을 내주며 10% 이상 폭락하는 등 매도 사이드카에 이어 서킷브레이크까지 발동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투톱과 여느 종목할 것 없이 내림세가 이어지며 코스피 '1만피'을 외치던 개인투자자들의 공포가 극에 달하며 곡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732.12(-10.84%) 하락한 6023.66으로 장을 마감했다. 지수는 6400.27로 개장했으나, 한때 5992.91로 -11.29%까지 밀리면서 6000선을 내주기도 했다. 코스닥 지수도 전날보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폭염에 달궈진 도로 식히는 살수차 폭염에 달궈진 도로 식히는 살수차

  •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권리당원 투표 시작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권리당원 투표 시작

  • 여름방학에 배우는 사자소학 여름방학에 배우는 사자소학

  • ‘덥다 더워’…쉴 새 없이 돌아가는 에어컨 실외기 ‘덥다 더워’…쉴 새 없이 돌아가는 에어컨 실외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