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에 희망 전하는 '거리의 천사'

  • 사회/교육
  • 미담

노숙인에 희망 전하는 '거리의 천사'

대전지원센터 매일밤 순찰… 식량·상비약 등 나눠주며 혹한기 안전 살펴

  • 승인 2015-12-24 17:36
  • 신문게재 2015-12-25 1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 24일 0시 30분께 대전역 지하차도에서 대전노숙인종합지원센터 직원들이 노숙인들의 안전을 살피고 있다.
▲ 24일 0시 30분께 대전역 지하차도에서 대전노숙인종합지원센터 직원들이 노숙인들의 안전을 살피고 있다.
23일 밤 11시30분께 대전 동구 정동에 위치한 대전노숙인지원센터는 거리에서 잠든 노숙인을 찾아나설 채비에 한창이었다.

따뜻한 김밥 40줄과 두유 25개를 차곡차곡 담고 감기약, 진통제 등 상비약과 장갑, 칫솔치약세트도 챙겼더니 배낭 2개가 꽉 찼다.

거리에서 하루를 마감하고 맞이하는 노숙인을 돕기 위해 밤길을 나서는 대전노숙인지원센터의 아웃리치 동행은 찬바람과의 싸움부터 시작됐다.

김의곤 소장과 김태연 사무국장, 김준영 사회복지사 그리고 현욱(44ㆍ가명) 아저씨가 외투 앞섶을 여미며 밤길을 나섰다.

현욱 아저씨는 이전부터 지원센터를 이용했던, 한때는 노숙인이었다. 현재는 센터의 도움으로 보금자리도 얻고 일도 다시 시작했다. 그때의 고마움으로 2주마다 아웃리치 동행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가장 먼저 발길이 닿은 데는 대전역이다.

센터직원들은 대합실에서 열차를 기다리는 승객들 중 노숙인에게 다가가 김밥과 두유를 권했다. 대합실 의자에 고개를 떨구고 잠든 이들은 처음엔 경계했다.

김 소장은 “노숙인지원센터에서 나왔어요. 김밥이랑 두유 좀 드시고 언 몸 녹이세요”라고 하자 “고맙다”며 건네받은 김밥을 한 입 베어물었다.

동광장을 빠져나와 대전역 지하보도로 향했다. 지하보도에서도 노숙인 3명이 나란히 잠을 청하고 있고 2m 옆에도 이불을 덮고 있는 70대 노숙인이 있었다. 이들에게도 김밥과 두유, 핫팩과 장갑 등의 물건을 나눠줬다.

도시철도 대전역 아래도 노숙인 6명이 지난 아웃리치 때 나눠준 긴급 담요를 깔고 앉아 있었다. 김준영 복지사는 “센터로 오시면 두꺼운 잠바 드릴 테니 꼭 한 번 들르셔요”라고 당부했다.

역전지하상가에서 다시 노숙인 4명에게 김밥과 두유를 나눠주며 안전을 확인한 후 중앙시장과 대전천으로 이동했다.

천변 다리 아래에서도 노숙인 2명이 각각 홑이불 한 장을 덮고 한겨울 밤을 보내고 있었다. 동사를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새벽에 안전을 확인하고 음식을 나눠줘야 한다.

김태연 사무국장은 “아웃리치 과정에 주무시는 아저씨들을 깨우다 혼나기도 하지만 사실은 의식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라며 “예전에 잠든 아저씨가 몇 시간 후 돌아가신 적이 있다”고 회상했다.

김의곤 소장은 “센터에서 제공하는 보금자리보다 거리를 선택하신 분들이 추운 겨울을 건강하게 보낼 수 있게 아웃리치를 통해 돕고 있다”며 “거리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누군가에게 해를 키치거나 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노숙인 아웃리치는 1시간30분만에 마무리됐고, 무거웠던 배낭은 다시금 가벼워져 있었다.

임효인 기자 hyoyo@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날씨]대전·충남 1~5㎝ 적설 예상…계룡에 대설주의보
  2. 건양어린이집 원아들, 환우를 위한 힐링음악회
  3. 세종시체육회 '1처 2부 5팀' 조직개편...2026년 혁신 예고
  4. 코레일, 북극항로 개척... 물류망 구축 나서
  5. 대전 신탄진농협, 사랑의 김장김치 나눔행사 진행
  1. 세종시의원 2명 확대...본격 논의 단계 오르나
  2. [교단만필] 잊지 못할 작은 천사들의 하모니
  3. 충남 김, 글로벌 경쟁력 높인다
  4. 세종시 체육인의 밤, 2026년 작지만 강한 도약 나선다
  5. [아이 키우기 좋은 충남] “경력을 포기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우수기업이 보여준 변화

헤드라인 뉴스


`대통령 세종 집무실`, 이 대통령 임기 내 쓸 수 있나

'대통령 세종 집무실', 이 대통령 임기 내 쓸 수 있나

대통령 세종 집무실 완공 시기가 2030년에도 빠듯한 일정에 놓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재명 대통령의 재임 기간인 같은 해 6월까지도 쉽지 않아 사실상 '청와대→세종 집무실' 시대 전환이 어려울 것이란 우려를 낳고 있다. 이 대통령은 임기 내 대통령 세종 집무실의 조속한 완공부터 '행정수도 완성' 공약을 했고, 이를 국정의 핵심 과제로도 채택한 바 있다. 이 같은 건립 현주소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2일 어진동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가진 2026년 행복청의 업무계획 보고회 과정에서 확인됐다. 강주엽 행복청장이 이날 내놓은 업무보고안..

세종시의원 2명 확대...본격 논의 단계 오르나
세종시의원 2명 확대...본격 논의 단계 오르나

'지역구 18명+비례 2명'인 세종특별자치시 의원정수는 적정한가. 2026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19+3' 안으로 확대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인구수 증가와 행정수도 위상을 갖춰가고 있으나 의원정수는 2022년 지방선거 기준을 유지하고 있어서다. 2018년 지방선거 당시에는 '16+2'로 적용했다. 이는 세종시특별법 제19조에 적용돼 있고, 정수 확대는 법안 개정을 통해 가능하다. 12일 세종시의회를 통해 받은 자료를 보면, 명분은 의원 1인당 인구수 등에서 찾을 수 있다. 인구수는 2018년 29만 4309명, 2022년..

`금강을 맑고푸르게` 제22회 금강환경대상 수상 4개 기관 `한뜻`
'금강을 맑고푸르게' 제22회 금강환경대상 수상 4개 기관 '한뜻'

금강을 맑고 푸르게 지키는 일에 앞장선 시민과 단체, 기관을 찾아 시상하는 제22회 금강환경대상에서 환경과 시민안전을 새롭게 접목한 지자체부터 저온 플라즈마를 활용한 대청호 녹조 제거 신기술을 선보인 공공기관이 수상 기관에 이름을 올렸다. 기후에너지환경부 금강유역환경청과 중도일보가 공동주최한 '제22회 금강환경대상' 시상식이 11일 오후 2시 중도일보 4층 대회의실에서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유영돈 중도일보 사장과 신동인 금강유역환경청 유역관리국장, 정용래 유성구청장, 이명렬 천안시 농업환경국장 등 수상 기관 임직원이 참석한 가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병원도 크리스마스 분위기 병원도 크리스마스 분위기

  • 트램 2호선 공사현장 방문한 이장우 대전시장 트램 2호선 공사현장 방문한 이장우 대전시장

  • ‘자전거 안장 젖지 않게’ ‘자전거 안장 젖지 않게’

  • ‘병오년(丙午年) 달력이랍니다’ ‘병오년(丙午年) 달력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