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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창귀 한국은행 대전충남본부 경제조사팀장 |
미세먼지는 왜 나쁜가? 미세먼지는 여러 가지 성분으로 구성된 대기 중 부유 물질인데, 대부분 자동차의 배기가스, 공장 매연, 건설과정에서의 분진 등에서 발생한다. 입자의 크기와 화학적 조성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결정하는데, 미세먼지의 노출은 사망률을 증가시키며 특히 크기가 10마이크로미터 이하의 작은 먼지 입자들은 폐와 혈중으로 유입될 수 있기 때문에 큰 위협이 된다고 한다.
이러한 위협에 박근혜 대통령은 특단의 대책을 주문했고 관련 부처에서는 미세먼지를 줄이는 대책 마련에 여념이 없다. 그러나 미세먼지 발생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화력발전과 경유차 관련 대책을 놓고 정부부처 간 대립하고 있다고 한다.
가령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석탄화력발전소 문제를 놓고 갈등을 벌이고 있는데, 환경부는 석탄화력발전소를 미세먼지의 주요 배출원으로 꼽고, 규제의 필요성을 강력히 제기했다. 최악의 경우 가동 중단까지 검토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고 한다. 반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석탄화력발전 대신 LNG 발전을 할 경우 ㎾h당 발전 단가가 석탄보다 훨씬 커 전기 요금을 인상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물론 환경이라는 외부효과를 감안하지 않은 수치다.
이처럼 부처에 따라 다른 의견을 내는 것은 미세먼지에 대한 범국민적 관심을 감안하면 의아스럽지만 우리나라는 현재 국정지표상 환경요인을 감안하지 않은 경제성장률을 가장 중시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그리 이상할 것도 없다.
경제성장률은 GDP(국내총생산)에 의해 측정되는데, GDP는 일정기간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최종생산물의 시장가치 합으로 정의된다. 생산된 제품이나 서비스가 외부효과를 통해 얼마나 사회적으로 나쁜 영향을 주는지는 문제되지 않는다. 가령 디젤차에 사용되는 경유는 개인 입장에서 보면 상대적으로 싼 가격과 연비 때문에 이득이다. 그러나 연소과정에서 미세먼지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므로 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해악을 끼칠 수도 있는데 GDP에서는 이러한 사회적 비용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 오히려 배출된 미세먼지와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데 비용이 들어가면 생산으로 계상되어 GDP가 올라가는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
이러한 비합리성을 극복하기 위해 탄생한 것이 녹색GDP다. 녹색GDP는 GDP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것으로 경제활동 과정에서 발생한 환경손실을 화폐액으로 평가하여 기존의 GDP에서 차감한 지표(EDP: Environmentally adjusted net Domestic Product)다.
국제적으로 보면 1993년 국제연합(UN)에서 대기 질 악화나 환경 훼손이 사람의 건강과 후생에 미치는 영향을 반영하는 녹색GDP의 가이드라인을 처음 제시했다. 그리고 유럽 일부 국가와 미국, 일본 등에서 이 개념을 도입했다.
우리나라에서도 학계 등에서 관심을 보였고 환경부, 환경정책평가연구원 등을 중심으로 지표를 개발하고 있다. 그러나 환경요인을 금액으로 평가하기가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어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통계개발이 다소 지지부진한 면이 있다.
무릇 지표(指標)는 생물과 같다. GDP 통계도 쿠즈네츠 교수가 개발하고 '국민계정체계'라는 매뉴얼로 발전한지는 불과 수 십 년에 불과하다. 그만큼 통계는 여건변화에 크게 영향을 받으므로 고정된 시각을 거두고 시대에 맞는 지표로 발전시켜야 한다. 만약 녹색GDP가 개발돼 우리나라 국정지표로 자리 잡게 된다면 지금처럼 각 부처마다 다른 목소리가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미세먼지는 당장 우리 건강에 심대한 영향을 주기에 이견이 있다고 해서 대책을 미룰 일이 아니다. 이참에 녹색GDP에 관심을 갖고 우리생활을 환경 친화적으로 바꿀 새로운 지표 개발에 힘을 모아보자.
박창귀 한국은행 대전충남본부 경제조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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