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4월, 식탁의 봄은 오지 않았다

  • 오피니언
  • 편집국에서

[편집국에서] 4월, 식탁의 봄은 오지 않았다

  • 승인 2017-04-09 11:22
  • 신문게재 2017-04-10 6면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이해미 경제과학부 기자
▲이해미 경제과학부 기자
4월의 봄날, 오랜만에 전통시장을 찾았다. 어느새 쑥쑥 자란 땅두릅부터 머위나물, 세발나물 등 봄철 입맛을 돋아줄 봄나물이 즐비했다. 마 디마디 노동의 흔적이 역력한 할머니의 손은 투박하게 한주먹 더 정을 담아 나물 봉지를 건넸다. 하지만 할머니의 얼굴은 봄과 어울리지 않는 잿빛이었다.

하루가 다르게 물가는 요동친다. 과연 서민들을 고려한 가격인상일까 싶을만큼 잔혹하고 재빠르다. “월급 빼고 다 올랐어”라는 우스갯소리는 더는 장난 섞인 푸념이 아니라 씁쓸함을 남긴다.

올해는 유독 생선부터 채소, 가공품까지 가격 인상 폭이 크다. 고등어와 갈치, 오징어는 어획량이 최대 80%까지 감소했다. 어느새 좌판에서 국내산 생선은 자취를 감췄고 노르웨이, 과테말라 등 수입 생선으로 대체되고 있다. 참외는 재배면적이 줄어 4개에 만원 수준, 채소는 작황철인 주요 작물은 가격이 오히려 내려갔고, 저장채소인 양파는 반대로 치솟았다. 소고기는 미국 수입산이 50% 점유율을 넘어서며 국내 한우농가도 직격탄을 맞게 됐다.

나물 파는 할머니부터 정육점 주인까지 그들의 그늘진 얼굴에는 사실 이유가 있었다. 식탁물가가 아무리 요동쳐도 상인들이 얻는 수익은 별반 다르지 않다. 또 산지 농가나 어촌도 가격상승의 최대 수혜자는 아니다. 오히려 경쟁력이 약한 전통시장은 물가상승의 패배자다. 대형마트나 슈퍼보다 저렴한 것이 장점이다 보니 비싸면 찾아오지 않고 저렴하면 수입산 아니냐는 핀잔을 듣기 일쑤다.

정치권에서 날마다 적폐청산을 외치고는 있지만, 실제로 적폐가 쌓인 곳은 바로 유통시장의 중간 마진 구조다. 작년 겨울 계란 파동 때도 사재기와 담합구조가 여실히 드러나 소비자들의 원성이 자자했었다.

“중간 마진을 적당히만 가져가도 살만 할 텐데….”

상인들의 근심 섞인 이 한마디는 결국 새 정권을 향한 메시지다.

4월의 식탁은 쌉싸름했다. 5월 새로운 대통령을 맞이하면 달콤한 봄의 맛을 느낄 수 있을까. 이해미 경제과학부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제51회 양성서도회원전 12일까지 전시
  2. 대전경찰청, 봄 행락철 음주·마약 운전 집중 단속
  3. 영남 지역 산불 피해 복구 위한 성금 기탁
  4. 안전사고 일어날라… '사전투표소 대관' 고민 깊은 학교
  5. 대전교육청 급식 갈등 봉합 장기화되나… 조리원 직종 교섭 일정도 못 정해
  1. 나노종합기술원 반도체 소부장 테스트베드 역할 톡톡… 21개 품목 국산화 달성
  2. [인터뷰] "장마철 비 피해 막는 호우 긴급재난문자 큰 도움 되길"
  3. ‘6월3일, 꼭 투표하세요’
  4. 폭우 내린 곳에 긴급재난문자 보낸다…충청 위험기상 조기대응 기대
  5. 대전·충남 등 11개교육청 '거점형 돌봄기관'… 시 2곳·도 3곳 등 52곳

헤드라인 뉴스


‘개방’은 거스를 수 없는 대의… 차기정부 시선은 ‘도로 청와대’?

‘개방’은 거스를 수 없는 대의… 차기정부 시선은 ‘도로 청와대’?

2022년 5월 10일 전면 개방과 함께 국민 품에 안긴 지 3주년을 맞은 '청와대'. 영욕의 상징으로 통한 청와대의 미래지향적 선택지는 어디일까. 6월 3일 대선 국면에선 다시금 권력의 품으로 돌아가려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그래서 청와대 방문객 수가 부쩍 늘고 있다. 운영 주체인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청와대 재단은 이 같은 여건 변화와 관계 없이 일상적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중도일보는 '국민 vs 권력' 사이에서 기로에 선 청와대 개방 3주년을 재조명하고, 대통령실의 완전한 세종시 이전 필요성에 무게를 싣는 내용을 중심으로 하..

美 연준 금리 동결…한은 금리 인하 카드 꺼낼까
美 연준 금리 동결…한은 금리 인하 카드 꺼낼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세 번째 통화정책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며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5월 29일 예정된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금리 인하 카드를 꺼내 들지 주목된다. 연준은 7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결과 기준금리를 기존 4.25~4.50%로 유지하기로 만장일치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올해 1월과 3월에 이어 세 번 연속 동결이다. 이에 따라 한국(2.75%)과의 기준금리 차이는 상단 기준 1.75%포인트로 유지됐다. 연준은..

"엄마 아빠 사랑해요" 아주 특별한 어버이날 편지
"엄마 아빠 사랑해요" 아주 특별한 어버이날 편지

대전하기초는 8일 어버이날을 맞아 '드론 플래시몹' 행사를 열고 부모님께 사랑과 감사의 메시지를 전하는 특별한 시간을 마련했다. 이번 행사는 대전하기초 인성교육의 일환으로 전교생과 직원 400여명이 참여했다. 학생들은 학급별로 맞춘 색색의 단체 티셔츠를 입고 운동장에 질서정연하게 모여 '엄마, 아빠 사랑해요'라는 글자를 만들어냈다. 사전 연습을 거쳐 정밀하게 구성된 플래시몹은 드론을 활용한 항공 촬영을 통해 감동을 생생히 담아냈다. 촬영된 영상은 어버이날 오전 학부모들에게 공유됐고, 학부모들은 영상 속 운동장을 가득 메운 자녀들의..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6월3일, 꼭 투표하세요’ ‘6월3일, 꼭 투표하세요’

  • 제51회 양성서도회원전 12일까지 전시 제51회 양성서도회원전 12일까지 전시

  • ‘어버이 은혜 감사합니다’ ‘어버이 은혜 감사합니다’

  • 성심당과 함께 선거빵 출시…‘함께 투표해요’ 성심당과 함께 선거빵 출시…‘함께 투표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