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젊은이의 양지

  • 오피니언
  • 편집국에서

[편집국에서]젊은이의 양지

  • 승인 2017-04-16 11:57
  • 신문게재 2017-04-17 3면
  • 방원기 기자방원기 기자
▲ 방원기 경제과학부 기자
▲ 방원기 경제과학부 기자
작년 이맘때 흩날리는 벚꽃처럼 핑크빛 미래를 꿈꿨던 대전 전통시장 청년창업 사업이 잿빛으로 변했다. 당시 유천전통시장 ‘청춘삼거리’와 태평전통시장 ‘청년맛it길’에서 만난 청년 창업가들의 눈에선 열정이 가득했다.

젊은이의 혈기로 노후된 전통시장을 바꿔보리라 다짐하던 이들의 패기는 뜨거웠다. 대전시와 중소기업청의 지원으로 임차료 11개월, 인테리어 비용 60% 혜택을 통해 적게는 500만원에서 많게는 1500만원으로 그토록 원하던 창업의 꿈을 이뤘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현재 두 전통시장에 자리한 창업가들의 미래엔 먹구름이 끼었다. 경기침체로 인한 소비심리 하락 탓에 장사가 안되다 보니 매출은 곤두박질 쳤고, 20곳 중 영업하는 곳은 현재 절반도 채 안 된다.

한 청년 CEO는 가게 문을 닫고 어렵사리 새로운 임차인을 구했다. 건물주와 계약 당시 가게 원상복구란 말은 없는데, 건물주가 이를 요구해 소송까지 준비 중이다.

이 청년 CEO는 양호한 편이다. 또 다른 청년 CEO는 한때 창업가라는 타이틀 아래 ‘사장님’소리를 듣다가 현재는 막노동꾼이 됐다. 그가 진 빚만 해도 1500만원. 어쩌면 작은 금액일지 모른다. 하지만 한참 미래에 대해 설계를 할 그의 어깨는 무겁기만 하다.

그는 씁쓸한 미소를 짓는다. “어렵고 고단했지만 창업의 꿈을 이뤄보긴 했잖아요. 곧 가게는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요” 한숨섞인 그의 말투에서 슬픔이 묻어나왔다.

청년 CEO들은 대전시의 홍보마케팅과 폐업 때의 대비책이 부족했다고 입을 모았다.

창업 당시 계약서엔 장사가 잘될 때를 대비해 ‘향후 5년간 권리금을 받지 않는다’는 문구가 명시돼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폐업했을 때의 대책은 한 줄도 찾아볼 수 없었다고 했다. 청년 창업가들은 보여주기식 정책이 강했다고 한숨을 내뱉는다. 부랴부랴 추진에만 몰두했을 뿐 큰 그림은 그리지 못했다는 평가다.

이들을 위한 최소한의 방어책을 마련했더라면 현재 이들이 진 빚과 고통은 그나마 덜 수 있지 않았을까. 청년들은 금쪽같은 1년여의 시간을 허비했고, 또 다른 꿈을 꾸지만 녹록지 않은 현실에 또다시 넘어질까 두려움을 갖고 살아가고 있다.

이 청년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최소한의 대책이 구상되길 바라본다. 방원기 경제과학부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한남대 개교 68주년 'K-스타트업 밸리'로 도약
  2. 대덕경찰서, 보이스피싱 피해 막은 대전대덕신협 직원에 감사장 수여
  3. 뺑소니 사고 내고 도망 친 60대 무면허 운전자 검거
  4. 대전 학교 악성민원 피해사례 0건이지만… 학교현장 여전히 아슬아슬
  5. 유희동 기상청장, 기후변화 딸기농가 악영향 현장 점검
  1. 충남대병원 환자식사 보살핀 강하이 팀장 복지부장관상
  2. [대전미술 아카이브] 32-LONG LIVE DRAWING!
  3. 대전을지대병원, 소화기내시경센터 새단장 조기발견 앞장
  4. ‘대전 0시축제 많이 알릴께요’
  5. ‘원색의 빛’ 뽐내는 4월의 봄

헤드라인 뉴스


소진공 본사 유성구 이전 확정… 중구 “원도심 버리나” 거센반발

소진공 본사 유성구 이전 확정… 중구 “원도심 버리나” 거센반발

대전 중구 원도심에 있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유성구 신도심으로 이전하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지역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소진공을 지켜내야 하는 중구는 정치권까지 나서 이전에 전면 반대하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반면, 유성구는 중구의 강력한 반발을 의식해 대체로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정치권 일각에선 적극 환영한다는 메시지를 내놓기도 했다. 18일 소진공이 유성구 지족동 인근 건물로 이전하는 것과 관련해 중구 정치권에서는 잇따라 반대 입장을 내며 적극 만류에 나섰다. 김제선 중구청장은 이날 중..

양곡관리법이 시작?… 법사위원장 놓고 국힘-민주당 갈등 격화
양곡관리법이 시작?… 법사위원장 놓고 국힘-민주당 갈등 격화

제22대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놓고 소수여당인 국민의힘과 거대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본격적인 힘 대결이 시작됐다. 민주당 등 야당이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던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비롯해 국민의힘이 위원장을 맡은 국회 법사위에서 심사가 지연 중인 5개 법안을 본회의에 ‘직회부’ 하면서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은 18일 '양곡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에 대한 본회의 부의 요구의 건'을 본회의에 직회부했다. 민주당은 농해수위 전체회의를 단독 소집해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농수산물 유통 및..

충청권 아파트 매매 가격 하락세 전국서 가장 커
충청권 아파트 매매 가격 하락세 전국서 가장 커

서울을 비롯한 일부 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상승 전환한 가운데 충청권 집값은 여전히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전국에서 가장 크게 하락한 세종을 중심으로 대전·충남은 내렸고, 충북은 유일하게 상승했다. 다만, 수도권 등에서 상승 기조를 보이는 만큼 지역에서도 반등할 것이란 기대 여론도 없지 않다. 한국부동산원이 11일 발표한 '4월 둘째 주(15일 기준)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전주 대비 0.02% 하락했다. 하락 폭은 전주(-0.01%)보다 확대됐다. 집값 하락은 21주째 이어졌다. 이번 주 아파..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4월의 여름 풍경 4월의 여름 풍경

  • 선거 및 폐현수막의 화려한 변신 선거 및 폐현수막의 화려한 변신

  • ‘원색의 빛’ 뽐내는 4월의 봄 ‘원색의 빛’ 뽐내는 4월의 봄

  • ‘대전 0시축제 많이 알릴께요’ ‘대전 0시축제 많이 알릴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