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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최초로 만든 뮤지컬 영화는 MGM이 1929년 제작한 해리 뷰먼트 감독, 찰리 킹, 아니타 페이지 주연의 「브로드웨이 멜로디」이다. 하지만 이 뮤지컬 영화는 초기 무성영화로서 보드빌(Vaudeville:음악을 곁들인 짧은 희가극)의 형식으로 대중들에게 소개되었지만, 그다지 커다란 인기를 끌지는 못했다고 한다.
이후 다시 워너 브라더스사에서 '최초의 유성영화'임을 내세우며 제작발표한 뮤지컬 영화는 알 졸슨 감독이 만든 <재즈 싱어>였다. 이 영화는 크게 성공을 거두어 대박신화를 내었고 이로부터 시작된 헐리우드의 뮤지컬 영화는 오늘에 이르기 까지 헐리웃의 대표적인 상품이 되어왔던 것이다.
이로서 우리는 뮤지컬 스타로서 프래드 아스테어, 진저 로저스, 주디 갈런드, 진켈리, 도날드 오코너, 쥬리 앤드루스,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등 전설적인 배우들을 기억하게 되었고 <오즈의 마법사><7인의 신부들><남태평양><오클라호마><사랑은 비를 타고><메리포핀스><사운드 오브 뮤직><지붕 위에 바이올린><화니걸>등 주옥같은 작품들을 감상하면서 헐리웃을 꿈꾸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 수많은 뮤지컬 영화중에 단연 최고의 명작이라고 한다면 단연코 진 켈리와 도널드 오코너 그리고 데비 레이놀즈가 명쾌한 춤과 노래를 곁들어 “무성영화 시대에서 유성영화 시대의 역사”를 주제로 1952년에 MGM사에서 만들어낸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Singin' In The Rain> 일 것이다.
한국에선 6·25전쟁이 한창일 때 만들어진 이 뛰어난 뮤지컬은 미국 영화 역사의 한 텍스트이기도 하다.
이 영화는 금년도 2월말 미국 8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고의 작품으로 지목되어 감독상, 여우주연상, 촬영상, 미술상, 음악상, 주제가상 등 5개부문을 수상한 <라라랜드>의 모델링이 되었던 영화이고 실제로 <라라랜드>의 감독 데미안 차젤레가 영화를 만들 때 배우들과 함께 매일같이 '사랑은 비를 타고'를 시청했다고 한다.
“타임”지나 “뉴스위크”지 같은 잡지에서 가끔씩 보도되는 세계유수의 영화인들이 선정한 “영화100년사 명작 명장면 ” 가운데 항상 1위로 꼽히는 영화장면 역시 이 <사랑은 비를 타고>에서 진 켈리가 사랑하는 연인 케시(데비 레이놀즈 분)를 집까지 바래다주고 빗속에서 그 기쁨을 춤과 노래로 표현하는 ‘Singin' in the Rain’ 장면이다.
그리고 2006년 AFI의 미국 뮤지컬 영화 100년 목록에서 1위를 차지했고, 2008년 미국 영화 100년 목록에서는 5위를 차지했으며 미국영화협회가 선정한 아메리칸 베스트필름, 미국각본가협회의 최우수 작품상 수상에 빛나는 할리우드 뮤지컬 영화의 본산 MGM이 내놓은 불후의 명작이다.
뮤지컬 영화의 고전이된 영화 <사랑은 비를 타고>는 ‘스탠리 도넌’과 ‘진 켈리’가 공동연출을 했고 역시 뮤지컬 영화의 전설이라고 부르는 ‘아더 프리드’가 제작을 했으며 ‘레니 헤이튼’과 ‘나시오 허브 브라운’이 음악을 맡았고 Singin' In The Rain 주제가를 ‘후랭키 바우그핸’이 작곡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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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모든 제작스탭들과 출연배우들이 당시에는 내로라하는 최고로 구성되었지만 그 중 단연 돋보이는 공로자는 역시 감독겸 주연을 맡은 ‘진 켈리’이다. 그는 1912년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피츠버그에서 태어나 당시 가장 영향력 있는 스튜디오였던 MGM을 통해 데뷔를 했다. 그는 이 작품을 통해 뮤지컬의 전설이 되었으며 뛰어난 노래와 춤, 연출, 연기에다가 잘 생긴 외모를 갖춘 만능엔터테이너였다. 이 후 뮤지컬 영화역사에서 ‘주디 갈런드’와 함께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했던 인물이다.
이 영화에서는 또 한명의 뮤지컬 대스타가 탄생된다. 바로 ‘도널드 오코너’이다 그가 노래를 부르며 춤추는 3분 반 동안의 장면은 뛰어난 아크로바틱 댄스로서 마치 만화 주인공처럼 움직이며 관절이 없는 마네킹 흉내를 내는데 롱 테이크로 촬영된 이 장면은 곡예에 가까운 그의 춤 솜씨를 보여 준다. 마네킹과 씨름을 하고, 벽을 향해 달려가서 뒤로 공중제비를 넘고, 봉제 인형처럼 몸을 굴리고, 마룻바닥에서 옆으로 재주를 부리다가 벽돌담과 나무판자를 향해 달려들고는 배경막을 뚫고 떨어져 나가는 장면을 본인이 직접 실현해 낸 배우이다.
오늘날 같으면 CG기술로서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도 있었겠지만 아날로그시대인 당시로서는 직접 배우 자신만의 기량으로 표현할 수 밖에 없는 연기임을 감안해 볼 때 도널드의 연기와 재주는 실로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다. 회화적인 세트, 풍부한 색채, 현란한 춤, 그리고 상호 텍스트적인 인용 등은 〈사랑은 비를 타고〉를 장난스러운 ‘자기(할리우드) 과시적 기교’의 집대성이라고 할 수가 있다.
제작배경을 살펴보면 이 영화는 제작자 ‘아서 프리드’가 판권을 가지고 있던 1920~1930년대 곡들을 가지고 당대 최고의 코미디 작가였던 ‘베티 콤든’과 ‘아돌프 그린’이 시나리오를 완성해서 만들었다고 한다. 또한 이 〈사랑은 비를 타고〉는 텔레비전의 등장으로 사실상 할리웃의 황금기가 끝날 무렵 만들어진 영화로, 할리우드의 과거를 돌아보며 반성하는 의미로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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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인상적이였던 Singin' In The Rain 노래와 춤 장면 외에 또 하나의 당시 미국여성들을 열광케 했던 영화장면 속에서의 노래가 있다. 이 노래는 ‘진 켈리’가 여주인공 ‘데비 레이놀즈’를 촬영셋트장으로 데리고 가서 사랑을 고백하는 내용이다.
그 가사를 잠깐 소개해보면 다음과 같다.
“오랜 시간 끝에 당신은 내게 왔지. 난 당신 생각에 밤을 새웠어. 당신이 어떻게 생각하든 난 지금 이 말을 하고 싶어, 당신은 나의 운명, 나는 당신의 운명. 하나님이 당신을 창조했을 때 그 모습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웠지. 당신은 애절한 멜로디 같아서 날 헤어 나오지 못하게 해. 하지만 난 만족해 천사들이 당신을 보내줬으니까 내게 짝지워 줬으니까” 감미로운 목소리와 그윽한 진켈리의 눈동자로서 관객들에게 탄성을 자아내는 이 아름다운 노래 역시 추억의 멜로디로 남게 한다.
여주인공 데비 레이놀즈(케시 역)는 당시 19세 소녀였다고 한다. 이 영화로 데뷔한 데비는 84세의 일기로 생을 마감하기 까지 배우로서의 삶을 계속 살아왔고 그녀의 딸 케리피셔는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의 레이아 공주 역으로 유명하다. 5월 가정의 달을 앞두고 온 가족들이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참 좋은 영화이기에 추천한다.
도완석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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