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충식 칼럼]조두순법과 '주취감경' 폐지

  • 오피니언
  • 최충식 칼럼

[최충식 칼럼]조두순법과 '주취감경' 폐지

  • 승인 2017-12-06 11:28
  • 수정 2017-12-06 11:33
  • 신문게재 2017-12-07 22면
  • 최충식 기자최충식 기자
사진
6일 '일일 라이브, 11시 50분 청와대입니다' 청원 답변 행사의 주제는 '주취감경 폐지' 청원이었다. 애주(愛酒), 기주(嗜酒), 탐주(耽酒) 등의 계급을 나누고 음주 9단의 폐주(廢酒), 열반주(涅槃酒)까지 만든 신선 같은 시인이 이 라이브를 봤으면 술 겁내는 외주(畏酒)들의 헛짓거리라 비웃었을 테지만, 술 취하면 형량을 깎아주는 것은 피해자 입장에서는 말이 안 되는 제도다. 범죄는 낭만이나 풍류가 아니다.

나영이 사건의 장본인 조두순도 이 법제의 혜택을 누려 3년 후 12월 출소한다. 범죄에 이르는 음주는 없는데 지옥주(地獄酒), 악마주(惡魔酒)라는 네이밍을 하고 싶다. 폭주(暴酒)도 '수련하는 술'이라고 역시 시인이 선수를 쳐놨으니 할 말이 없다. 이 말이 뒤집힌 주폭(酒暴)은 있다. 술에 취해 불특정 다수에게 행패를 부리고 폭력을 행사하는 주폭은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충북경찰청장 시절 만들어 특허까지 냈다. 없는 범죄 만든 것도 아니지만 이렇게 이름 붙여 단속해 주취 폭력 감소에 도움이 됐다면 그도 좋은 일이다.

음주는 범죄와 깊은 관련이 있다.여덟 살 여아의 영육을 처절하게 짓밟고도 술 탓으로 돌리고 심신미약 주장을 인정받아 징역 12년으로 감형된 사건이 재조명되는 현실을 똑바로 살펴봐야 한다. 그때 사회적 비난이 들끓자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성범죄의 주취 상태를 감형 요소에서 제외한다는 양형 기준을 만들었다. 음주범행 형량 깎아주기의 근거 규정은 형법 제10조 2항이다.

이 규정과의 인과관계 때문은 아니지만 작년 살인자 995명을 봐도 40%가 다 되는 390명이 주취로 분류된다. 이 나라는 술꾼이 공동 정무를 보는 음주공화국이 아니다. 영장류인 침팬지도 발효된 야자수 술을 과음하고 '개'가 되기도 한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이 그만도 못한 경우가 있다. 침팬지나 고릴라도 알코올 분해 효소인 ADH4를 공유하지만 인간처럼 흉악범죄는 저지르지 않는다.

야수처럼 이성을 잃었더라도 원칙적으로 음주가 감형 요소가 되면 안 된다. 교통범죄에서와 같이 음주를 별도의 가중인자로 추가하자는 주장도 아니다. 의뢰인에게 "술 먹어서 기억 안 난다" 하라고 코치하는 변호사의 모습은 꽤 익숙하다. 주취감경이 거의 사문화됐다는 법조계의 신중론은 이해하지만 엄연히 피해자 있는 범죄의 형량 디스카운트는 보편적 법칙이 될 수 없다. 조두순에 관해서는 일사부재
최충식
▲최충식 논설실장

리(판결이 확정된 같은 사건의 공소 제기는 불가) 원칙이 있어 교도소 담장 밖으로 못 나오게 막지는 못한다. 보안처분 강화를 입법화하는 현실적인 방법은 있다.

이 기회에 어쨌든 주취 상태를 대표적인 심신미약 사유로 보는 법제가 바로잡히길 바란다. 책임주의(책임이 없으면 형벌이 없다)라는 형사법 기본 원리를 뭉개자는 뜻이 아니다. "인간의 본성은 맴도는 여울물과 같다. 동쪽으로 트면 동쪽으로 흐르고, 서족으로 트면 서쪽으로 흐른다." 고자(告子)가 남긴 말처럼 좋은 쪽으로 유도하기 위해서다. 한 잔 술에 쩔쩔매는 주졸부터 100잔의 술을 사양하지 않는 주백작(酒伯爵)에 이르기까지 지켜야 할 언행의 선이 존재한다. 주취감경을 막는 새 '조두순법'이 6일 끝난 예산 전쟁에 이은 입법 전쟁에서 살아남게 해야 한다. 국가를 가장한 집단이 아닌 공공선으로서의 국가라면 충분히 그럴 의무가 있다.  


최충식 논설실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세종 행정수도법 논의 물꼬 트나… 28일 소위 유력
  2. 대전 3대 하천 가을 꽃단지 ‘인기’
  3. 기후부, 전력망 주민참여 확대 개정안 입법예고… 대전서 집회 지속
  4. [2026 국감] 국립대 통합 성패 쟁점…충남대·공주대 재추진, 충북대·교통대는 무산
  5. 대전 도안2-13지구 도시개발(가칭) 추진… 유성구, 주민 공람 진행
  1. '6년 공회전' 대전역세권 개발의 민낯… 500억 손실에도 한화 철수
  2. STN 스포츠, 레쥬와 골프 예능 '골당 TV' 11월 첫 방송
  3. 대전역세권 사업 2027년 재공모 들어간다… 환승센터 등 나눠 공공투자 전환 여지도
  4. 정규직-비정규직, 갈수록 벌어지는 임금 격차
  5. [2026 국감] 통합은 엇박자, 연구소는 답보… 충청권 국립대 국감 질타

헤드라인 뉴스


대전교도소 수용자 대면진료 ‘메디컬센터’ 전국 첫 개설

대전교도소 수용자 대면진료 ‘메디컬센터’ 전국 첫 개설

대전교도소가 전국 교정시설 중 처음으로 스마트 메디컬센터를 구축하고 대전시의사회와 협력해 수용자에게 가장 필요한 안과와 이비인후과 그리고 신경과에 대한 시설 내 전문진료를 시작한다. 2005년 교정시설의 원격진료가 허용된 이후 수용자 의료처우 개선을 위한 가장 혁신적인 도전으로 여겨져 주목받고 있다. 법무부는 22일 유성구에 위치한 대전교도소에서 스마트 메디컬센터 개소식을 갖고 새롭게 조성하고 확보한 시설과 장비를 소개했다. 이날 법무부 교정본부 권창모 의료과장과 이동철 의료 교정관이 참석하고, 김재술 대전교도소장 주관으로 임정혁..

고교 이주배경학생 급증하는데…대전·세종 한국어학급 `0`
고교 이주배경학생 급증하는데…대전·세종 한국어학급 '0'

대전과 세종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이주배경학생이 797명에 달하지만, 이들을 위한 한국어학급은 한 곳도 운영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남과 충북이 각각 한국어학급을 운영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대전·세종은 고교 단계의 한국어 교육 기반이 부족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의원이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6년 기준 대전지역 고교 이주배경학생은 655명, 세종은 142명으로 집계됐다. 두 지역의 학생 수를 합하면 797명이지만, 고등학교 한국어학급은 모두 운영되..

대전의료원 ‘어떻게 지을까’… 시공사 공고 앞두고 주민·의료계 의견 듣는다
대전의료원 ‘어떻게 지을까’… 시공사 공고 앞두고 주민·의료계 의견 듣는다

지역 최대 숙원 사업 중 하나인 대전의료원 건립과 관련 대전시가 구체적인 기능과 설계 방향을 정립하기 위한 논의에 본격 시동을 건다. 시공사 선정 절차를 앞두고 주민 의견청취와 전문가 포럼을 잇달아 열고 공공의료 인프라 확충에 대비한 공론화 작업에 나서는 것이다. 22일 대전시에 따르면 시는 오는 11월 중 대전의료원 시공사 선정을 위한 기술제안방식 공고를 추진할 계획이다. 기술제안방식은 참여 업체가 의료원의 공간 구성과 시공계획 등을 직접 제안하고 이를 평가해 시공사를 선정하는 절차다. 단순히 정해진 설계에 따라 업체를 선정하는..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2026 대전 장애인 취·창업박람회 성료 2026 대전 장애인 취·창업박람회 성료

  • 대전 3대 하천 가을 꽃단지 ‘인기’ 대전 3대 하천 가을 꽃단지 ‘인기’

  • 대전경찰청, 제81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 개최 대전경찰청, 제81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 개최

  • 사람 키보다 높게 쌓인 건설폐기물 사람 키보다 높게 쌓인 건설폐기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