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세상] 쉬운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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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세상] 쉬운 사랑

  • 승인 2018-01-07 08:45
  • 수정 2018-01-07 08:58
  • 홍인표 을지대학교병원장홍인표 을지대학교병원장
홍인표 원장
홍인표 을지대학교병원장
2018년 무술년을 여는 글의 제목으로 '쉬운 사랑'을 말하고자 한다.

방송을 보거나 신문을 읽다보면 안타까운 많은 사건과 사고들을 흔히 접하게 된다.

조금만 더 이해하려고 했다면! 조금만 더 관심을 보였더라면! 조금만 더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그러나 이러지 못해 벌어지는 수많은 자살, 테러, 사고, 데모, 파업 등이 세계 도처에서 시시각각으로 발생하고 있다.



대전역에 내려서 택시를 타고 가는데 서울 광화문에서 일어나는 시위와 투쟁에 대한 라디오 방송을 들으면서 기사 분께서 한 말씀 하신다.

"내 나이가 70인데 이해가 안되는 게 있어요. 이제까지 교회를 그렇게 열심히 다니면서 기도했는데 어찌하여 세상은 점점 더 나쁜 방향으로 치닫고 있는 지."

"불교를 믿는 스님과 불자들, 천주교를 믿는 신부님. 수녀님과 신도들, 제사를 모시면서 조상을 공양하는 수많은 유교인들. 이분들이 그동안 추구해온 가치가 어디로 갔나요? 아니면 기도가 턱 없이 부족한가요?" 그래서 내가 대답했다. "이런 모든 것들이 사랑이 부족해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유성 리베라 호텔 인근에 있는 이용원에서 이발을 한지 2년이 좀 넘었는데 그곳 72세 이발사께서 벌써 40년째 매주 수요일에 이발 봉사를 하고 계신다. 병원의 중환자실에 계신 환자분들과 요양원의 거동을 할 수 없으신 노인분들이 대상이다. 물론 비용은 없다.

우주인들이 우주선을 타고 달을 향해 쏘아져 올라갈 때 정신 차리고 지구를 내려다보면 우주 안에서 지구가 티끌 만하게 겨우 보이고 이내 시야에서 사라지더란다. 하찮은 티끌보다 작은 그 지구 안에서 수많은 생명들이 서로를 못 잡아먹어 안달이 났다.

2009년 2월 16일 김수환 추기경께서 선종하시기 직전에 마지막으로 남기신 말씀이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세요"였다. 대한민국 최초의 추기경으로서 최고의 자리를 지켜왔고 이 시대의 성자가 남기신 말씀이 "서로 사랑하세요"라니, 사랑이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오는 데 70년이 걸렸다고 고백하셨단다.

내가 평생을 좋아하는 분이 계신데 연세가 올해 85세이시다. 아마도 거의 60년을 절에 다니신 것으로 기억된다. 스님 바로 오른쪽 옆에서 큰 목탁소리와 불경을 들으시고 절을 하셔야 부처님의 사랑이 더 할 거라고 생각하셔서 그리하셨다는데 지금은 왼쪽 귀가 거의 들리지 않게 되셨다. 보청기를 끼워드리려고 말씀드렸더니 잘 안 들려도 사는데 큰 지장이 없다고 아직도 안하고 계신다.

TV를 켜고 얼마 안 되면 계속해서 후원광고 방송이 나온다. 굿네이버스, 유니세프, 국경없는의사회, 월드비전, 세이브더칠드런,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등 월 2~3만원이면 아프리카의 어린이들과 우리나라의 소외계층 등 사랑이 필요한 이들에게 대신하여 행복을 전달해주겠다는 방송이다.

날이 갈수록 후원광고를 하는 곳과 방송의 숫자가 많아진다.

이 많은 일들이 모두 다 슬픈 현실이다.

사랑이란 쉬운 것이다. 그저 주면 된다.

거기에 이런저런 내 생각을 담으면 어려워지기 시작한다.

욕심 때문이라면 이것만은 알고 살자.

"당신도 결국에는 죽어."

자, 쉬운 사랑하며 살자!

홍인표 을지대학교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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