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기의 행복찾기] '기억'과 '추억'의 사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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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기의 행복찾기] '기억'과 '추억'의 사이에서…

박광기 대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승인 2018-11-09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말 중에 '기억'과 '추억'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분명히 기억과 추억은 현재의 것이 아닌 과거의 것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그 의미가 다른 것 같지만, 그 차이를 구별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기억'의 사전적 의미는 '이전의 인상이나 경험을 의식 속에 간직하거나 도로 생각함'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추억'은 '지나간 일을 돌이켜 생각함. 또는 그런 생각이나 일'이 사전적 의미입니다. 그러나 기억과 추억에 대한 사전적 의미를 따져보더라도 그 의미가 명확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사전적 의미로만 생각한다면, 기억과 추억은 거의 유사한 말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한 기억과 추억에 대한 의미는 그래도 약간의 차이가 있고, 이 용어를 사용할 때 갖는 의미에서도 약간의 구별이 있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기억'이라고 할 때는 '과거의 일이 사건, 상황 등을 있는 그대로 떠올리는 것'의 의미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추억'이라는 것은 '과거의 상황, 일, 사건 등에 자신의 감정이나 느낌을 포함해서 갖는 기억의 내용' 정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언어학자도 아니고 언어나 우리말에 대한 연구도 전혀 하지 않은 사람이 이렇게 개인적인 느낌이나 생각을 말하는 것이 무척이나 조심스럽지만, 적어도 내게 '기억'과 '추억'의 의미는 약간의 구별 또는 차별이 있는 말로 인식되고 또 이렇게 다른 의미로 이 두 용어를 일상에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내게 '기억'은 과거의 일이나 상황 등과 같이 과거의 것을 돌이켜 떠올리고 생각하는 것이며, '추억'은 과거의 일이나 상황 등 과거의 것에 개인적인 느낌이나 생각이 추가되어 때로는 간직하고 싶은 나만의 기억으로 긍정적인 것일 수도 있고, 또 그와는 반대로 기억하고 싶지 않은 부정적인 기억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내게 '추억'이란 객관적인 사실에 대해서 조금은 개인적인 과거의 것들로, 일반적으로 과거의 일이나 상황 등을 기억함에 있어서 부정적인 것보다는 긍정적인, 그래서 간직하고 싶고 아련하기도 하고 다소 아쉬움이 있는 그런 내용들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기억'과 '추억'을 구별하는 것이 어찌 보면 전혀 의미 없는 일일 수도 있습니다. '기억'과 '추억'을 구별하기보다는 반드시 기억해서 잊지 말아야 할 것들과 기억하지 않아도 될 것들을 구별하는 것이 더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 역사 속에서 일제 강점기의 역사나 우리 선조들이 독립을 위해 희생한 엄청난 사실도 그렇고, 민주화를 위해 희생한 역사는 물론이고, 광주민주화 운동이나 세월호 사건, 촛불시위 등등도 결코 잊지 말아야 하는 기억들입니다. 그리고 이런 잊지 말아야 할 기억을 통해 우리는 새로운 다짐을 하고 미래를 바라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추억'은 그 뜻과 의미가 어찌되었든 과거의 기억에 보다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하고, 그 '과거의 추억'을 통해 향수도 느끼고 현재의 어려움이나 힘든 것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동기를 부여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가끔씩 '추억'을 통해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다녀오기도 합니다. 이와 같은 의미에서 '추억'은 내게 새로운 삶의 기쁨과 행복을 주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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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목사내아/사진=박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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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목사내아/사진=박광기
최근 내게 새로운 '추억'이 생겼습니다. 수년전 우리 대학 박물관에서 봄과 가을 실시하고 있는 역사탐방을 통해 처음 알게 된 나주로의 여행이 바로 그것입니다. 우리 대학 박물관의 역사탐방 이후 시작된 나주목사내아 금학헌을 개인적으로 다시 찾게 되었고, 시간이 날 때 마다 목사내아에서 하루 머무는 것이 새로운 행복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올해에만 벌써 다섯 번을 다녀왔습니다. 조선시대 목사가 기거하던 목사내아의 고택은 그대로인데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에 따라 목사내아가 주는 느낌은 그대로가 아니라 정말 다릅니다. 사실 어린 시절 한옥에서 살았던 기억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목사내아처럼 장작을 지펴 구들을 덥히는 그런 한옥은 아니었고 구조도 다르지만 목사내아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것은 정말 표현할 수 없는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 주기도 합니다.

지난 추석에는 어머니를 모시고 다녀왔고, 지난 주말 어머니와 함께 목사내아를 다시 찾았습니다. 추석에 처음 이곳을 오신 어머니는 고택에서 하루를 묵으시면서 과거 어릴 적 추억을 떠 올리시고 깊은 감회에 젖으셨습니다. 지금의 전주 한옥마을에서 사셨던 어머니는 한옥에 대한 정감이 남다르신 것도 있지만, 아궁이에 장작을 지펴 난방을 하고, 나무 타는 냄새와 피어 나오는 연기는 어린 시절 추억을 되살리는 계기를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리고 시청소속 직원으로 목사내아를 관리하시는 분들의 친절함과 정결한 숙박시설은 옛 추억 속으로의 여행을 이끄는 견인차의 역할을 충분히 하고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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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목사내아/사진=박광기
추억은 어떤 과거의 사실이나, 상황, 분위기 등등이 함께 묘한 조합을 이룰 때, 더 많은 기억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언제나 나와 다른 사람들의 관계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살면서 스쳐지나가는 사소한 것들도 언젠가는 기억 속에서 슬그머니 추억으로 자리매김을 합니다. 그리고 그 추억은 어느 순간 기억에서 멀어지다가 또 어떤 계기를 만나게 되면 아련한 추억으로 나타나 그리움으로 변하기도 합니다. 때로는 조금은 안타깝기도 하고 때로는 아련하기도 하고 그리고 때로는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에 마음이 아프기도 합니다.

그러나 추억은 그냥 그렇게 우리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기도 합니다. 어쩌면 추억은 우리가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연히 만나게 된 나주목사내아와의 인연은 처음에는 나의 추억이 되었고, 그리고 그 추억을 만들기 위해 다시 찾게 되었고, 이제는 어머니와 내가 공유할 수 있는 새로운 추억이 되었습니다. 이제 어디 다른 곳에서 고택을 보게 되면, 어머니와 함께 한 목사내아에서의 추억이 떠오를 것이고, 벽돌을 쌓아 올린 굴뚝에서 나는 장작 연기는 또 다른 추억이 될 것입니다.

아름다운 가을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이 아름다운 가을은 우리가 새로운 추억을 만들기에 너무나도 좋은 계절입니다. 아무리 바쁘고 아무리 힘들더라도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 좋은 분들과의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 보는 것도 우리 삶에서 작은 행복을 만드는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번 주말 새로운 추억 만들기를 한번 시도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입니다.

행복한 추억을 만드는 주말되시길 기원합니다.

대전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박광기 올림

박광기교수-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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