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친환경적인 장례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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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보기]친환경적인 장례문화

이승훈 을지대학교의료원장

  • 승인 2019-07-04 10:09
  • 신문게재 2019-07-05 23면
  • 원영미 기자원영미 기자
을지대학교의료원 이승훈 의료원장1
이승훈 을지대학교의료원장
지난주 공원묘지에 있는 아버님 산소를 찾았었다. 비가 갠 뒤라서 하늘은 푸르고 공기는 상쾌했다. 묘지 주변의 풀들도 많이 자라있었다. 20여 년 전에 모실 때는 공원묘지에 제법 빈 곳이 많았었는데 이제 빈 곳은 없고, 수목장을 할 수 있는 곳이 마련되어 있었다. 고령화 사회의 특성상 죽는 사람의 수가 점점 늘어나기 때문에 묘지난은 피할 수 없다. 그리고 핵가족 시대가 되면서 후손이 찾지 않는 무연고 묘지도 늘어나는 추세다. 그곳도 예외는 아니어서 무연고 묘지를 정리 중이었는데, 몇 년간 찾지 않아서인지 봉분도 무너지고 잡초가 무성했다.

최근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대안으로 국민이 화장을 선택하고 있고, 화장이 친환경적인 방법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이제는 화장하는 경우가 지역별로 차이는 있지만 80%를 넘는다. 그런데 화장에도 개선해야 할 문제점이 있다고 한다. 화장에는 고온으로 사체를 소각하기 위해서 다량의 화석 연료가 소모되고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등이 만들어지는 것을 피할 수 없다. 미국의 통계에 의하면 화장장에서 일 년에 배출되는 이산화탄소가 자동차 수만 대가 일 년간 내뿜는 것과 맞먹는다고 한다.

또 관을 만드는 데는 얼마나 많은 나무가 베어져야 할까? 매장도 아닌 화장에 과연 관이 필요할지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미국에서는 한 해 동안 관을 만드는데 사용되는 철의 양이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 한 개를 만드는 것과 비슷하다고 한다.

그러면 화장하고 남은 유골은 어떻게 처리되고 있을까? 대부분 소각되고 남은 유골은 분쇄하여 유골함에 담아 납골당에 가져갔는데, 이제는 납골당도 부족해 수목장으로 유골 재를 나무 밑에 묻거나, 아니면 산골이라고 해서 산이나 강물 등에 뿌린다. 낚시를 좋아했던 필자도 죽으면 화장해서 강에 뿌려 물고기 밥이 되고 싶다고 이야기하곤 한다.

그러면 과연 화장한 유골의 재는 나무 비료가 되고 물고기의 먹이가 될 수 있을까? 알고 보니 불행하게도 나무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해가 된다고 한다. 태우고 남은 유골의 재는 강한 알칼리성이기 때문에 식물의 성장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강에 사는 물고기에도 좋을 리가 만무하다. 미국 등지에서는 매장이나 화장 문화의 피해에 대해 우리보다 일찍 인식하고 그 대안으로 그린 장례라는 새로운 문화가 전개되고 있다. 그곳의 연구자들은 화장된 유골의 재는 중화하는 과정을 거쳐 땅이나 강물에 뿌리는 것을 권장한다. 이런 서비스를 시행하는 기업도 소개되고 있다. 그리고 우리 몸이 반드시 좋은 물질로만 이루어졌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의 보고에 의하면 우리 몸에는 미량이기는 하지만 수백 종류의 독성 물질이 축적되어 있다. 그래서 매장이나 화장할 때 축적되어 있던 독성 물질이 배출될 수도 있다. 또 우리 몸에 있는 치과용 재료, 임플란트 등 인체 삽입물에서 나오는 것들도 고려해야 한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치과용 아말감이다. 화장할 때 수은이 공기 중으로 배출되면서 화장장 주변 토양에 축적돼 사람에 위해 요인이 된다고 한다.

그렇다고 화장을 안 할 수도 없고, 어떤 해결책을 찾아야 할까? 첫째, 소각시설에 오염 방지 장치를 설치하고 철저히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 둘째, 에너지 효율이 높은 소각장치를 개발해야 한다. 셋째, 소각되는 관이나 수의 용품 등의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 넷째, 수목장을 할 때는 유골을 중화해야 한다. 다섯째, 치과 치료에서 아말감의 사용을 제한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친환경적인 새로운 장례법이 연구되어야 한다.

최근 미국 워싱턴 주에서는 사체를 4주 내지 6주 만에 흙으로 만드는 방법이 개발돼 입법화 과정을 거쳐서 내년에 실용화가 된다고 한다. 또 버섯 포자로 처리된 수의를 개발해 오염된 사람의 몸이 정화되어 흙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방법도 소개되고 있다. 이 세상에 태어나 자연의 혜택으로 살다가 세상을 떠날 때, 자연에 받은 은혜를 갚지는 못하더라도 피해를 주어서는 곤란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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