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난순의 필톡] 북한 목선과 통일

  • 오피니언
  • 우난순의 필톡

[우난순의 필톡] 북한 목선과 통일

  • 승인 2019-07-10 10:48
  • 신문게재 2019-07-11 22면
  • 우난순 기자우난순 기자
북한
"이보시라요. 전화기 좀 빌려줄 수 있습네까? 서울 이모한테 전화 좀 하려고 하는데 말입네다.", "당신들 누구요? 어디서 왔습니까?", "북에서 왔습네다." 6월 15일 아침 삼척항에서의 대화를 짐작해 봤다. 기시감이 든다. 영화 '공동경비구역'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낯설고 이 찡한 느낌은 뭘까. 사람과 사람과의 '말'은 지극히 자연스런 것인데 우리는 이 상황에 왜 경악해야 하는가. 정치권과 행정 각료의 옥신각신, 언론의 떠들썩한 보도, 군 비상 사태…. 우리는 늘 통일에 대해 얘기한다. 그것이 정치인들의 허구적인 제스처일 수도 있고, 하나의 겨레라는 진정어린 염원에서 비롯된 마음일 수도 있다. 이번 삼척항 에피소드는 강철처럼 견고한 분단국가의 현실을 일깨워줬지만 저쪽이 먼 곳이 아닌 것도 알았다.

1989년 11월의 그날이 지금도 생생하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던 날 말이다. 수만명의 동독 주민들이 베를린 장벽으로 몰려와 검문소를 열고 서독으로 넘어왔다. 환호성이 울려퍼지고 동서독 사람들이 얼싸안으며 눈물을 흘렸다. 상기된 얼굴로 해머로 장벽을 부수기도 했다. 분단된 독일이 하나의 국가로 재탄생한 것이다. 사실, 동독 측의 사소한 말 실수로 갑작스레 장벽이 무너졌지만 예견된 일이었다. 동독 주민들의 통일열기가 너무나 강렬했기 때문이다. 우리도 언젠가는 통일을 이루리라!



하지만 독일은 우리와 상황이 많이 달랐다. 동서독은 통일 이전에 정부와 민간 차원에서 접촉이 잦았다. 일반인들도 비교적 자유롭게 양쪽을 오갔다. 동독인들은 서독의 민주주의 체제를 맛보면서 통일의 열망을 키웠다. 하지만 통일 후 30년이 지났지만 하나의 완전한 독일은 완성되지 않았다. 경제적·정서적 이질감 등 많은 문제가 속출했다. 서독 주민들의 동독인에 대한 은근한 멸시와 동독 주민들의 콤플렉스. 동독의 소외된 지역민의 피해의식은 외국인 혐오증으로 나타나 또다른 문젯거리로 불거지는 상황이다. '통일은 대박'이 아닌 모양이다. 한반도가 통일되면 남북한 사회는 어떻게 변할까.

기자 출신 소설가 장강명은 한편의 가상 시나리오 같은 소설을 썼다. 『우리의 소원은 전쟁』. 소설은 '김씨 왕조'가 무너진 뒤 북한이 어떻게 변하는 지를 그렸다. 한마디로 좀비국가, 약육강식의 무정부 사회였다. 아귀와 수라들의 축생도가 따로 없다. 상상만 해도 끔찍하지만 피 한방울 안 흘리고 통일한 독일은 그렇다 치고 지금 예멘은 통일 후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우리라고 사정이 나을 리 없다. 한반도의 분단은 우리 의지와 상관없이 강대국의 이해관계에 의해 벌어졌다. 거기다 70년이라는 긴 세월을 이념을 달리하는 적대국으로 상대했다. 그 간극은 지구와 태양의 거리만큼 까마득하다. 지금 북한은 우리에겐 약자다. 강자의 오만함과 약자에 대한 멸시는 남한 사회에서도 징글맞도록 봐오는 터. 조선족·탈북민, 이들은 누구인가. 북한은 우리에게 어떤 존재인가.



6.30 남북미 판문점 정상회담은 트럼프의 깜짝쇼였다. 한반도 상황이 언제 어떻게 또 바뀔지 모른다. 핑크빛이 만발한 평화 무드 속에서 김정은과 트럼프는 계산기를 분주히 두드릴 것이다. 이것이 과연 우리가 원하는 통일로 가는 길인 지 생각해 보자. 통일은 환상이 아니다. 지난해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해프닝이 이를 증명했다. 정부의 급조된 일회성 이벤트는 이젠 국민들에게 먹히지 않는다. 특히 젊은 세대는 기성세대만큼 통일이 절박하지 않다. 그들에게 북한은 일본이나 중국처럼 골치아픈 이웃 국가일 따름이다. 통일 후 떠안을 혼란이 부담스러운 세대일 수도 있다. 발그레한 뺨의 순박한 평양 처녀는 어떻게 생각할까. 분명한 건 통일은 로맨스 소설이 아니다. 살벌한 다큐멘터리다. <미디어부 부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월요논단] 공공기관 2차 지방 이전, 이번에는 대전이다
  2. 의정부1동 입체주차장 운영 중단
  3. 파주시, ‘마장호수 휴 캠핑장’ 운영 재개
  4. 천안 삼은1번가 골목형상점가, '길거리 오픈축제' 개최
  5. 대전 갑천변 수놓은 화려한 불꽃과 드론쇼(영상포함)
  1. 갑천습지 보호지역서 57만㎥ 모래 준설계획…환경단체 "금강청 부동의하라"
  2. [2025 보문산 걷기대회] 보문산에서 만난 늦가을, '2025 보문산 행복숲 둘레산길 걷기대회' 성황
  3. '교육부→복지부' 이관, 국립대병원 교수들 반발 왜?
  4. 쿠팡 개인정보 유출 2차 피해 주의보… 과기정통부 "스미싱·피싱 주의 필요"
  5. 12·3 계엄 1년 … K-민주주의 지킨 지방자치

헤드라인 뉴스


區마다 반려동물놀이터 만든 대전…이용자 10명 남짓 실효성 논란

區마다 반려동물놀이터 만든 대전…이용자 10명 남짓 실효성 논란

대전시가 전국 최초로 자치구별 한 곳씩 조성했다고 홍보해 온 반려동물놀이터가 실제 이용은 기대에 크게 못 미치면서 실효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 시설에선 고객 니즈를 고려하지 않은 예약제가 발목을 잡았고, 대부분이 야외 공간에 그쳐 날씨와 계절적 변수를 고려치 않았다는 지적이다. 개장 이후 시설 활성화를 위한 홍보·프로그램 운영이 미흡하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1일 취재에 따르면, 자치구에서 운영하는 반려동물 놀이터 이용자 수가 평일 평균 10명 미만, 주말 역시 10명 대에서 100명대까지 편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현..

`안전 지식왕`은 바로 나… 지난해 이어 2연패 퀴즈왕에 이목집중
'안전 지식왕'은 바로 나… 지난해 이어 2연패 퀴즈왕에 이목집중

충남 안전골든벨 왕중왕전을 향한 마지막 지역 예선전인 '2025 논산 어린이 안전골든벨'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논산 퀴즈왕은 지난해에 이어 2연패를 달성한 학생이 차지하면서 참가학생과 학부모들의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논산시와 중도일보가 주최하고 논산계룡교육지원청, 논산경찰서·소방서가 후원한 '2025 논산 어린이 안전골든벨'이 27일 논산 동성초 강당에서 개최됐다. 본격적인 퀴즈 대결에 앞서 참가 학생들은 긴장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지만, 본격적인 문제풀이에 돌입하자 침착함을 되찾고 집중력을 발휘해 퀴즈왕을 향한 치열한 접전이..

대통령실 “대통령 사칭 SNS 계정 확인… 단호히 대응”
대통령실 “대통령 사칭 SNS 계정 확인… 단호히 대응”

SNS에 대통령을 사칭한 가짜 계정으로 금품을 요구하는 범죄 정황이 확인돼 대통령실이 각별한 주의를 요청했다. 전은수 대통령실 부대변인은 1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최근 틱톡(TikTok), 엑스(X) 등 SNS 플랫폼에서 제21대 대통령을 사칭하는 가짜 계정이 확인돼 국민 여러분께 각별한 주의를 요청드린다”고 전했다. 가짜 계정들은 프로필에 '제21대 대통령'이라는 직함과 성명을 기재하고 대통령 공식 계정의 사진·영상을 무단 도용하고 있으며, 단순 사칭을 넘어 금품을 요구하는 등 범죄 정황도 포착됐다고 전은수 부대변인은 설명했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청설모의 겨울나기 준비 청설모의 겨울나기 준비

  • ‘사랑의 온도를 올려주세요’ ‘사랑의 온도를 올려주세요’

  • 대전 갑천변 수놓은 화려한 불꽃과 드론쇼 대전 갑천변 수놓은 화려한 불꽃과 드론쇼

  • 대전 제과 상점가 방문한 김민석 국무총리 대전 제과 상점가 방문한 김민석 국무총리